[김도경의 동의보감] 어혈과 건강
  •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도경의 동의보감] 어혈과 건강

    몸속에 피가 쌓이는 '어혈', 질병의 원인
    손·다리 저리거나 허리·어깨 쑤시는 통증
    여성은 비교적 어혈 질환 많아 주의 필요
    부추와 연근 먹으면 어혈 치료에 도움 돼

    • 입력 2023.08.08 00:00
    • 수정 2023.08.08 08:24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한의원에 가서 진찰을 받다가 어혈이 많다거나 어혈을 풀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어혈’이란 한의학만의 독특한 용어로 죽은 피, 탁한 피, 나쁜 피라고도 하며 피가 진흙처럼 응집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상적인 혈액의 통로로부터 이탈된 피를 말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멍이 든 상태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부항을 붙여 피를 빼는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어혈이 몸속에 쌓이게 되면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모세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이 안 되는데 혈액순환이 안되면 조직이나 세포가 영양공급을 못 받아서 죽거나 제 기능을 못 하므로 통증이나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키기가 쉽습니다.

    ‘죽는다’는 말의 속어인 ‘뒈진다’라는 말의 어원도 피가 ‘되다(묽다의 반대)’, 즉 피가 뻑뻑하면 죽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어혈을 의심해 봐야 하는 구체적 증상을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마목입니다. 마목이란 손이나 다리의 감각이 저리거나 둔한 느낌인데 이럴 땐 나무살같다, 더근더근하다, 뻑뻑하다 등의 표현을 합니다. 최근에 하지불안증후군이라 해서 밤만 되면 다리가 저리고 뻣뻣해져서 잠을 이루기가 불편한 분들이 많은데 역시 마목에 속하며 어혈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통증입니다. 보통 허리가 아프거나 어깨가 아파 병원 진료를 받으면 허리디스크나 석회화건염, 회전근개 파열 등의 병명을 듣게 되는데 디스크나 회전근개 파열은 병명이며 어혈로 인한 순환장애가 원인이 되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징은 쑤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고 야간에 심해지는 것입니다. 온찜질을 하면 증상이 호전되며 우리 몸의 좌측에서 불편함이 많이 나타나므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쑤시는 듯한 통증이 야간에 심해진다면 어혈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쑤시는 듯한 통증이 야간에 심해진다면 어혈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세 번째,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머리를 심하게 다친 후에 기억상실증이 걸리는데 이것이 바로 어혈입니다. 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어혈이 생기면 인지가 떨어지고 건망증이 생기며 어혈성 두통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치매의 원인 중 하나가 어혈이므로 사고로 머리를 다치거나 충격을 받은 경우, 또는 수술을 한 경우 반드시 어혈을 풀어줘야 합니다.

    그 외에도 뇌경색이나 협심증, 심근경색, 생리통, 자궁근종,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특히 남자에 비해 여자분들은 어혈 질환이 많으므로 생리불순이나 월경통, 출산 후, 유산 후에는 반드시 어혈을 풀어주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예전에 홍천에서 오신 환자분이 출산 후부터 밤만 되면 손이 저려 잠을 이루기가 어렵고 자고 나면 손가락이 뻑뻑해서 쥐기가 어려운 증상을 호소하셨습니다. 여기저기 병원에 다녀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답답해하였는데 중요한 점은 출산 후에 발생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산후에 어혈이 덜 빠진 경우로 어혈을 풀어주는 치료를 통해 산후 뒷마무리를 해주었더니 증상이 호전되었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면 최근에 여성분들도 과격한 운동, 태권도, 권투, 격투기 등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부딪히고 접질리고 충격을 받으면 어혈성 질환이 많이 발생하므로 가급적 이런 운동은 삼가시길 권합니다.

    어혈성 질환은 피검사나 X-레이, C-T 검사로 발견되지 않으므로 통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인을 찾지 못해 신경성으로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교통사고로 다친 경우 뼈에는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어혈 치료를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로 어혈에 좋은 음식은 부추와 연근입니다. 부추는 다쳐서 가슴에 타박상을 입어 통증이 있는 경우 드시면 좋고 연근은 어혈을 없애주고 피를 맑게 해주므로 산후나 유산 후에 간장과 꿀을 넣고 조림으로 자주 드시면 매우 좋습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