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의 동의보감] 약방의 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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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의 동의보감] 약방의 감초

    한의원 대표적 약재 '감초'
    부정맥 치료·해독 등에 사용
    처방 따라 적정량 복용해야

    • 입력 2023.09.05 00:00
    • 수정 2023.09.06 00:03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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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재 중에 감초가 있습니다. 감초는 실제로 먹어보면 단맛이 무척 강합니다. 그래서 달 감(甘)자를 써서 감초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감초는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처방약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약방의 감초’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흔히 알고 계시는 쌍화탕, 십전대보탕 등의 처방에도 감초가 들어갑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이나 사건에 빠지지 않고 끼어드는 것을 약방의 감초라고 하지요.

    감초의 효능을 보면 모든 약(72가지의 광물성 약재와 1200여 가지 풀약)을 조화시킨다고 하는데 그래서 감초의 별명을 ‘국로’라고도 합니다. 국로(國老)는 나라의 원로라는 뜻으로 중재자의 역할, 조화를 잘 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감초는 혈맥을 잘 통하게 해 한방에서는 부정맥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는 반드시 감초를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사용해야 합니다. 한약은 가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효능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대표적 약재인 감초.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대표적 약재인 감초.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또 감초는 독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어서 과거에는 감초를 해독제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때는 반드시 검은콩을 같이 넣어서 사용하는 데 이것을 ‘감두탕(甘豆湯, 감초와 검은콩을 반반씩 넣고 다린 약)이라고 합니다. 감두탕은 독초를 약초인 줄 알고 잘못 먹거나 성질이 강한 약초를 과하게 복용해서 중독이 되고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해독제로 많이 사용합니다. 음식을 잘못 먹고 두드러기가 나서 가려운 경우 해독제로도 쓸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감초는 비위를 좋아지게도 합니다. 식욕이 부진하거나 소화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약재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감초의 단점도 있습니다. 많이 드실 경우 살이 찔 수 있는 것입니다. 흔히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이 말은 반드시 ’잘못‘ 먹은 경우라는 전제가 붙어야 합니다. 한의사가 체질에 맞게 올바로 처방했을 때는 이런 경우가 없기 때문에 감초를 포함한 모든 한약재는 한의사 처방 없이 절대로 장기간 과다하게 드시면 안 됩니다.

    또한 일부 서양 의학자들이 감초는 스테로이드 덩어리이기 때문에 먹으면 안 된다고 폄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틀린 이야기입니다. 한약재에 포함된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스테로이드와는 다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두부, 콩나물, 된장, 채소류 등에도 식물성 스테로이드가 함유되어 있습니다. 즉 스테로이드 때문에 한약을 먹지 말라고 이야기한다면 김치를 비롯한 야채도 먹지 말아야겠지요.

    물론 감초를 하루에 50g 이상씩 6주간 복용하면 저칼륨혈증이나 고혈압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처방에 들어가는 감초의 양은 많아도 하루 10g을 넘지 않으므로 부작용이 생길 확률은 없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즉 정해진 양과 복용 기간, 복용법을 지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감초는 국내에서는 재배가 잘되지 않아서 국산 감초는 보기가 힘듭니다. 동의보감에도 중국에서 감초를 들여와 우리나라의 여러 지방에 심어봤지만 번식이 안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쓰임도 많고 좋은 효능을 가진 약재임은 분명하나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해야 하는 점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한의원에서 한약을 지어 드시는 경우 중국산인지 국산인지 궁금해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감초나 계피 같은 약재는 국산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중국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약재에 따라서 국산보다 중국산이 더 효능이 좋아 중국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런 부분도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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