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처음” 순댓국에서 머릿고기가 사라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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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만에 처음” 순댓국에서 머릿고기가 사라진 이유는

    돼지열병에 머릿고기 공급 감소
    순댓국 가게들 줄줄이 가격 인상
    머릿고기 없어 다른 부위로 대체
    출하 재개돼 물량 부족 해소 전망

    • 입력 2022.10.27 00:01
    • 수정 2022.10.29 07:21
    • 기자명 최민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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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머릿고기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오소리감투와 내장을 섞어 드리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26일 춘천의 한 순댓국 가게. 사장 박모씨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낼 때마다 가격을 올려 미안하다며 연신 양해를 구했다. 물가 인상에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겹쳐 재료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특히 순댓국에 들어가는 돼지 머릿고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오소리감투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박씨는 “장사를 20년 넘게 하면서 요즘처럼 힘든 건 처음이다”며 “구제역이 유행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춘천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가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춘천시내 자영업 점포들을 덮치고 있다. 특히 국내산 돼지로만 만드는 ‘머릿고기’는 아예 구할 수 없게 되면서 순댓국에서는 머릿고기가 완전히 실종됐다. 물가 인상과 겹치며 지역 순댓국 가게들의 판매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석사동 A 순댓국 전문점은 얼마 전 가격을 1000원 인상(8000원→9000원)했다. 사장 김모씨는 “학생들이나 어르신들이 많이 오기에 가격을 최대한 유지하려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순댓국에 들어가는 머릿고기도 보이지 않았고 고기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소리감투, 곱창 등 내장 부위로 대체하고 있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머릿고기 공급이 감소한 가운데 춘천 한 순댓국 전문점에 관련 내용을 알리는 종이가 붙어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머릿고기 공급이 감소한 가운데 춘천 한 순댓국 전문점에 관련 내용을 알리는 종이가 붙어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최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한 후평동 B 순댓국 전문점에서도 한동안 머릿고기를 찾을 수 없었다. 내장 부위로 고기를 대체하다가 최근엔 머릿고기를 소량 넣어서 판매하고 있다. 사장 박씨는 “여전히 머릿고기 공급량은 매우 적다”며 “계속 안 넣을 순 없으니 최소한이라도 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근 C 순댓국 전문점도 7000원이었던 가격을 8000원으로 올렸다.

    머릿고기의 공급이 어려워진 까닭은 국내산 돼지로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 곳곳에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유통업 관계자는 “순대, 곱창 등 내장 부위는 수입도 많아 크게 영향받지 않지만 머릿고기의 경우 특수성이나 신선도 때문에 주로 국내산을 사용한다”며 “전국적으로 돼지열병이 발생해 국내산 고기 공급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열병으로 이동 제한 명령이 내려진 것도 물량 부족의 원인이다. 지난달 춘천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돼지 등 가축의 이동이 제한돼 중간 유통업자나 자영업자들에게 공급되는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 한 순댓국 전문점에서 순댓국을 끓이고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춘천 한 순댓국 전문점에서 순댓국을 끓이고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머릿고기 외에 돼지고기(삼겹살, 갈비 등)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강원물가정보망에 따르면 10월 춘천의 삼겹살 평균 가격은 200g당 1만4250원으로 전달(1만4000원) 대비 250원(2%) 올랐다. 돼지갈비 역시 지난달(200g당 9001원)보다 167원(2%) 오른 9168원이었다. 통상 가게들이 고기 1인분을 200g 안팎으로 측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1인분에 100~200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다행히 돼지열병이 완화하는 중이어서 돼지 머릿고기 물량 부족은 차츰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는 지난달 춘천시 양돈 농장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 설정했던 방역 지역과 이동 제한 조치를 26일 해제했다. 배상건 대한한돈협회 강원도협의회장은 “2~3주 전부터 농장에 적재돼 있던 물량들이 출하를 시작했기 때문에 조만간 물량 부족이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소담 기자·최민준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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