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사과’ 가을까지 간다⋯가격 안 잡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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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사과’ 가을까지 간다⋯가격 안 잡히는 이유는?

    사과 등 과일류, 물가 상승 견인
    생산량 감소로 가격 고공행진
    기후변화, 병해충 등 근본 원인
    화상병 확산 우려, 예방 조치 나서

    • 입력 2024.03.13 00:06
    • 수정 2024.03.13 09:56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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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일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 명절 때부터 할인 지원 등을 통해 상승폭 억제에 분투하고 있지만, 이 같은 상승세는 올 가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과 생산량은 42만5400t으로 1년 전(56만6000t) 대비 24.8%, 평년(50만8900t) 대비 16.4% 각각 감소했다. 갈색무늬병과 탄저병 등 사과 주산지에서 병충해 발생이 잦았던 탓이다. 또 일조량이 부족한데다, 우박 피해로 외관이 좋지 않은 상품이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품질이 저하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올 가을 수확기 전까지 유통돼야 할 사과 저장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사과 농가가 오른 가격에 물건을 팔기 위해 출하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2023년산 사과 저장량은 20만2700t 수준으로 전년(29만2000t) 대비 30.6% 감소했다. 병 발생으로 인한 저장성 감소 우려로 비축 물량을 줄이며 전반적인 재고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지난해 기후변화와 각종 병해충 피해로 사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사과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사진=MS투데이 DB)
    지난해 기후변화와 각종 병해충 피해로 사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사과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사진=MS투데이 DB)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면서, 올해 8월 말 조생종(일찍 개화하고 과실을 맺는 품종) 출하 전까지는 사과값을 잡기 어려울 전망이다. 과수 농가에서 올해 재배 면적을 확대한다 해도, 시설 구축에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기간 내 생산량을 늘리는 게 쉽지도 않기 때문이다.

    올해 사과 작황도 불투명하다. 주요 사과 산지인 양구 해안면의 경우 과수화상병 확산 우려 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과수화상병은 ‘과일나무의 구제역’으로 불리며, 감염 시 식물의 잎, 꽃, 가지, 열매가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말라 죽는 병이다. 감염병과 병충해 피해로 인해 사과 생산량이 감소하면 이는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된다.

    유범선 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은 “양구 해안면은 여러 과수원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어, 과수화상병 발생 시 연쇄적인 감염이 우려된다”며 “과수화상병 예방의 핵심이 되는 겨울철 궤양 조사를 통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과수화상병 감염이 의심되는 사과 나무에 대한 궤양 제거 작업에 나섰다. (사진=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과수화상병 감염이 의심되는 사과 나무에 대한 궤양 제거 작업에 나섰다. (사진=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일각에선 사과값을 잡기 위해 외국산을 수입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수입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려 현실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산물 수입을 위한 위험분석은 8단계로 이뤄지는데, 이 절차는 식물방역법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간소화하기 어렵다.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기 위해 진행하는 위험분석 절차에는 평균 8.1년이 소요된다.

    수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래 병해충도 우려된다. 과수화상병은 미국에서 불법으로 들여온 사과 묘목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5년 국내 발생이 보고된 후 방제 비용으로만 365억원이 투입됐다. 또 값싼 중국산 사과를 수입했을 때 발생할 우려도 작지 않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사과를 비롯한 다수의 농산물이 정상적인 재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사과는 호냉성(好冷性) 작물로,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사과는 7도 이하에서 1200~1500시간 이상 경과 해야 정상적인 재배가 가능하고, 성숙 기간 기온이 높으면 착색 불량 등으로 품질이 저하된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지속해서 사과 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가 줄어들어 2070년대에는 강원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에는 경남, 전북, 전남, 제주 일부를 제외하면 국내 대부분 지역에서 사과 생산이 가능했지만,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때 2090년에는 국내에서 고품질 사과 재배 가능지가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관계자는 “작물 종류별로 연평균 기온, 생육기 기온 등 재배에 필요한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재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량이 불안정하고 열매 품질도 나빠지게 된다”며 “기후변화 시 고품질 사과 생산을 위한 고온 적응성 품종 육성 및 고온 대응 재배법 개발 등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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