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만 먹나요” 심리상담사의 사랑방 ‘붕어빵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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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만 먹나요” 심리상담사의 사랑방 ‘붕어빵카페’

    [동네사장님] 22. 춘천 후평동 ‘붕어빵카페’
    일년내내 카페서 붕어빵 파는 이윤정 대표
    현직 심리상담사, 지역 상생하는 사회 꿈꿔
    매장 공간 무료대여, 맡겨놓은 카페 등 실천

    • 입력 2024.04.27 00:09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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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의 가게를 발굴하고 ‘동네 사장님’이 가진 철학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편집자 주>

    춘천 석사2지구로 들어가는 골목을 걷다 보면 코를 의심케 하는 냄새가 솔솔 새어 나온다. 날씨가 쌀쌀해져야만 맡을 수 있는 붕어빵 냄새다. 그런데 이곳은 날씨가 춥든 덥든, 여름이든 겨울이든 갓 구운 붕어빵을 파는 후평동 ‘붕어빵카페‘다. 덕분에 동내 주민들은 언제든 붕어빵을 먹을 수 있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에 살고 있다. 붕세권은 역세권과 같이 붕어빵이 가까이 있는 지역을 일컫는 말로 요즘엔 붕어빵을 파는 노점을 찾기 힘들어 붙여진 말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윤정(48) 대표는 원래 카페 같은 건물 심리상담센터에서 심리상담사로 일하면서 지역민들과 소통해왔다. 춘천이 고향은 아니지만, 남편을 따라 정착한 이곳에서 터전을 잡고 붕어빵카페를 차렸다. 어느덧 동네 ‘사랑방’ 사장이 된 이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춘천 후평동 '붕어빵카페'에선 일년 내내 갓 구운 붕어빵을 맛볼 수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후평동 '붕어빵카페'에선 일년 내내 갓 구운 붕어빵을 맛볼 수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Q. 카페에서 붕어빵을 판매하는 게 생소한데요.

    붕어빵카페를 차린 건 2021년입니다. 춘천이 고향은 아닌데, 남편이 직장을 춘천으로 옮기면서 따라오게 됐어요. 남편과 함께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대학생들에게 붕어빵을 구워줬던 경험이 이 카페를 시작하게 된 계기예요.

    붕어빵을 자주 굽다 보니 재미도 있고,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원래 노점을 할까 하다가 동네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 카페를 차리고 붕어빵을 판매하게 됐어요. 지난 3년간 연중무휴 일했더니 이제는 어디 가서 맛으로 밀리지 않는 붕어빵을 구울 수 있다고 자부해요. 커피와 음료도 자신 있습니다.

    Q. 불고기, 소세지, 피자 등 이색 붕어빵이 많네요.

    처음에는 대중적인 팥·슈크림 붕어빵만 팔았었는데, 실력이 점차 늘면서 새로운 메뉴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팥, 슈크림, 초코, 고구마, 불고기, 피자, 소세지, 크림치즈&팥 붕어빵을 판매하고 있어요. 주문 즉시 굽는 먹기 좋은 미니 붕어빵이에요. 최근에는 피자 붕어빵이 가장 잘 나가는데, 속 재료를 손수 만들어 아낌없이 넣어드리거든요. 가끔은 재료를 조금만 넣어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을 정도예요.

    사이즈가 크고 바삭한 식감이 좋은 페이스트리 붕어빵도 있어요. 슈큐림, 크림치즈&팥, 피자, 계란 등 재료를 고를 수 있고요.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올린 페이스트리 붕어빵이 잘나가요. 붕어빵을 간단하게 맛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붕어빵 1개와 커피를 함께 파는 메뉴도 있습니다.

    춘천 후평동 '붕어빵카페'를 운영하는 이윤정(48) 대표가 갓구운 미니 붕어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후평동 '붕어빵카페'를 운영하는 이윤정(48) 대표가 갓구운 미니 붕어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Q. 원래 직업은 심리상담사라고 들었어요.

    이 카페 건물 위층에 있는 센터에서 근무했습니다. 마침 공실이 나서 카페 운영과 심리상담을 함께 해보고 싶어 이곳에 자리를 잡았어요. 최근에는 카페가 바빠져서 객원 상담사로만 일하고 있지만요.

    카페를 휴식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직업이 심리상담사인 만큼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하려고 노력했더니,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도움을 받고 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카페를 차리기 잘했다고 느껴요. 누구든 언제나 힐링 받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Q. 주민들을 위해 카페 공간을 대여해준다고요.

    이곳이 카페이기도 하지만, 지역 상생의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최근 옆에 있던 사무실까지 카페로 확장하면서 매장이 넓어졌어요. 20명 넘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겼는데, 이곳에서 교육 같은 걸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인당 일정 금액 이상의 메뉴를 주문하면 무료로 공간을 대여해드리고 있어요. 빔프로젝터도 설치했고요.

    이곳에서 코바늘, 키링, 도자기 등을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도 했어요. 얼마 전부터는 유튜브에서 유명한 전문 강사님이 재능기부를 해주신다고 해서 컴퓨터활용능력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장소로 활용하려고 해요. 많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춘천 후평동 '붕어빵카페' 매장에선 붕어빵 모양 수세미, 인형, 접시 키링 등을 판매하고 있다. 붕어빵카페에서 진행된 원데이 클래스 수강생이 만든 제품이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후평동 '붕어빵카페' 매장에선 붕어빵 모양 수세미, 인형, 접시 키링 등을 판매하고 있다. 붕어빵카페에서 진행된 원데이 클래스 수강생이 만든 제품이다. (사진=진광찬 기자)

    Q. 지역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대단하네요.

    서울에만 살다가 춘천에서 사니까 사람들의 정이 느껴졌습니다. 이웃이 다 같이 잘되고 행복하면 좋잖아요. 여기서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해 코바늘 손기술이 좋아진 한 청년은 직접 만든 수세미 등을 여기서 판매하고 싶다고 해서 공간을 내줬어요. 인근 복지센터나 학원 등 홍보물도 놓을 수 있도록 해드리고요. 근처 학생들을 위해 ‘맡겨놓은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요.

    우동착을 통해 모든 메뉴 10% 할인해드리는 것도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예요. 처음 우동착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실현하고 싶은 지역 상생이 담긴 플랫폼이라고 느꼈어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게 지역사회 상생에서 느끼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맛있는 붕어빵과 커피를 즐기고, 교육도 받고, 함께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춘천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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