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최악, 어쩌다 이렇게 됐나”⋯내홍에 무너지는 강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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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최악, 어쩌다 이렇게 됐나”⋯내홍에 무너지는 강원연구원

    강원연구원 보도 이후 내부 폭로 이어져
    정치적 편향 행보에 직원들마저 등 돌려
    인사 논란 또 불거져⋯“원장과 대학원 동문”
    "날파리들 없애야" 내부 정보 유출자 색출 공언

    • 입력 2023.10.05 00:02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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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원 분위기는 역대 최악입니다⋯(중략) 기관장 경고에 중징계를 받고도 ‘잘못한 게 없는데 언론이 왜곡 보도를 한다’며 일말의 뉘우침도 없습니다.”

    강원연구원 실적 부진과 현진권 원장의 각종 논란에 대한 본지 보도(<(기획) 강원의 싱크탱크는 어쩌다 ‘세금 먹는 하마’가 됐나>, <(기획) 강원연구원 논란, 또 논란⋯중심엔 ‘현진권’ 세 글자>) 직후 연구원의 내부 직원 A씨가 본지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A씨는 “연구원이 왜 뉴라이트의 놀이터가 됐는지, 원장은 왜 강원도와 연구원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지 않고 본인 실적만 쌓아서 중앙에 어필하려고 하는지, 이런 상황인데도 도지사는 왜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원연구원은 지난해 9월 현 원장 취임 이후 원장 파벌과 나머지 파벌로 나뉘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현 원장에 대해 불만을 갖는 연구위원들은 현 원장이 강원도와 관련된 연구 실적이 전혀 없어 원장 적임자도 아닌 데다, 취임 이후로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보로 불필요한 논란을 사고 있다고 반발한다.

    강원연구원이 정치적 편향성이 뚜렷한 강사들을 잇따라 초청해 벌이는 ‘강원포럼’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원연구원은 지난달 11일 오후 ‘역사기념물에는 국가 정체성이 담겨야: 무엇을 위한 독립운동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는데, 여기 참여한 인사들의 극우 성향으로 또 한번 논란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당시 “연구원은 현진권 원장 취임 후 급격히 극우보수 태극기부대의 길을 가고 있다. 도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싱크탱크인 연구원을 극우보수 유튜브처럼 운영해야겠느냐”고 비판했다.

     

    강원연구원 내부에서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을 둘러싼 내부 반발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연구원 내부에서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을 둘러싼 내부 반발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연구원 직원들 역시 강원연구원이 지역 경제나 사회 발전과 연관을 찾기 어려운 이 같은 강연을 진행하며 논란을 자초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A씨는 “현 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극우 매체 활동을 비롯한 정치적 편향성으로 문제가 됐던 인물”이라며 “원장이 강원도 발전보다는 연구원을 자신의 도구로 이용해 중앙 정계에 어필하겠다는 생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현 원장이 자신과 연이 있는 인물을 적지 않은 나이(만 54세)에도 불구하고 신입직원으로 채용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강원연구원은 지난 6월 2023년도 공개채용을 통해 박사급 연구원 2명을 채용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인 B 연구원을 둘러싼 인사 의혹이 연구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B 연구원과 현 원장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대학원 동문인 데다 국내 학회에서 같이 활동한 이력이 알려지며 내부 직원들 상당수가 ‘현 원장이 자기와 인연이 많은 인물을 채용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B 연구원은 연구원 개원 이래 최고령 신입사원이다. 

    B 연구원은 무작위로 선발한 외부 심사위원들을 통해 선발됐다. 그러나 연구원은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내부 직원들의 요구에 불응하면서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지난 8월 강원연구원이 발표한 ‘3대 혁신 방향’ 내용 가운데 모든 연구원의 호칭을 연구위원으로 통일한 것도 현 원장이 가장 낮은 직급인 부연구위원으로 채용된 B 연구원을 배려한 조치라는 의혹까지 나온다.

    강원연구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근거 없는 의혹들이 흘러나와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해명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원장과 B 연구원은 같은 대학원을 나온 건 맞지만, 학회에서 1번 정도 인사를 했을 뿐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다. 원장과 단순히 학교와 학회가 같아 채용하면 안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강원연구원이 지난달 11일 '역사기념물에는 국가 정체성이 담겨야:무엇을 위한 독립운동인가?' 주제 강원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참여 인사들의 극우 성향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강원연구원)
    강원연구원이 지난달 11일 '역사기념물에는 국가 정체성이 담겨야 : 무엇을 위한 독립운동인가?' 주제 강원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참여 인사들의 극우 성향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강원연구원)

    현 원장과 강원연구원은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직원을 색출해 처벌할 것을 공언하고 나섰다. 입수한 현 원장 주재 주간회의 녹취록과 제보 내용에 따르면 현 원장은 연구원 ‘내부 고발자’를 제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는 보안업무 처리규칙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규칙에는 “모든 직원이 소속 업무에 대한 보안대책 강구 및 시설보안업무에 관한 지시사항 이행에 관한 책임이 있으며 소관사유로 발생하는 모든 결과 및 보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원연구원 한 직원은 “현 원장이 ‘내부에서 언론에 비밀정보를 흘리는 사람이 있다’ ‘이런 날파리들을 없애야 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색출해서 중징계하겠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각종 회의에서 수차례 했다”고 말했다. 같은 선상에서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자문서 열람자 조사, 내부 메일 조사 등을 진행했다는 내부 고발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재웅(춘천) 강원도의원은 “현 원장은 연구원을 자기 맘대로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막고 있다”며 “연구원 내부에서는 현 원장에 대한 각종 논란과 의혹, 반발을 쉬쉬하게끔 하고 있지만, 이미 측근들을 제외한 연구원 직원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고 했다.

    강원연구원과 현 원장에 대한 본지 보도가 나간 이후 강원연구원이 현 원장이 이전에 필진으로 활동했던 매체를 통해 반론에 나서는 것 역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강원연구원은 연구원의 실적 부진과 현 원장의 일탈 행위 등을 지적한 본지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도내 언론사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러나 이 보도자료를 기사로 쓴 매체는 강원도와 관련 없는 미디어펜이란 인터넷 매체 한 곳뿐이다. 강원연구원의 한 직원은 “미디어펜은 현 원장이 필진으로 활동하던 곳으로 극우 매체라는 평을 듣는 곳 아닌가”라며 “강원연구원이 현 원장 취임 이후 ‘뉴라이트’화 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 MS투데이는 중립을 지켜야할 공공기관의 편향성을 지적할 뿐, 특정 정치 성향을 비난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알립니다. 

    ※ 이후로도 강원연구원의 부진한 연구 실적과 정치적 편향성·도덕적 일탈에 대해 지속 보도하겠습니다. 관련 제보를 기다립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정정 및 반론보도문] 강원연구원 관련

    본지는 지난 9월 15일 자(제168호) 1~2면 '세금 블랙홀' 「강원연구원 매년 100억씩 혈세 꿀꺽」, 9월 22일 자(제169호) 1~2면 「'현진권 리스크' 강원연구원 추락 어디까지」, 10월 6일 자(제171호) 1~2면 「파벌싸움 휩싸인 강 원연구원 직원 "분위기 역대 최악" 한탄」 및 10월 13일 자(172호) 23면 「강원 연구원 '뉴라이트 놀이터' 전락 김진태 지사 책임 크다」 제하의 기사 등에서 강원연구원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하여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지방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클린아이)에 따르면 강원연구원장의 연봉은 2021년 기준 약 1억2천9백만 원이며, 현 원장 취임 이후 개최된 '아침공부포럼'의 강사료는 60만 원(3회), 80만 원(5회) 및 100만 원 (4회)이 지급되었음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강원연구원 측은 "지난해 도정 및 시·군정을 지원하는 우수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도 강원특별자치도 출자·출연기관 기관 및 기관장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으며, 현진권 원장은 연구기관 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덧붙여 "2023년 9월 11일 제정된 「강원연구원 보안업무 처리규칙」은 국민권익위원회 제도개선 권고("개발공기업 임직원의 정보이용 투기행위 방지 방안(Ⅱ)")에 따라 비공개 정보에 대한 체계적 관리 규정을 마련한 것이고, 연구원 주최 세미나·포럼은 지난 1년간 149회 다양한 주제로 개최되었으며 주제 발표와 토론자로 참여한 학계 전문가, 연구원, 교수 등 689명 가운데 보도에서 '극우인사'로 분류한 강연자는 소수일 뿐이고, 올해 6월 임용된 박사급 연구원은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임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구원 개원 이래 최고령 신입직원도 아니며 내부규정상 외부 심사위원 명단은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고 반론하였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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