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의암공원 ‘금주구역’이라더니⋯단속도 안되고, 시민은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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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의암공원 ‘금주구역’이라더니⋯단속도 안되고, 시민은 무관심

    2021년 금주구역으로 도심공원 등 560곳 지정
    밤 9시 이후부터 음주 불가능
    시민들 대부분 모르고, 무관심
    금주 단속 나서지만, 효과 없어

    • 입력 2024.04.20 00:09
    • 기자명 김성권 기자·김용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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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10시 춘천 의암공원 입구에 ‘금주구역’을 안내하는 현수막 뒤로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김용진 인턴기자)
    18일 오후 10시 춘천 의암공원 입구에 ‘금주구역’을 안내하는 현수막 뒤로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김용진 인턴기자)

     

    춘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금주구역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을 한다해도 계도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데다 단속원들의 근무 시간도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18일 오후 9시가 넘은 시각. 취재진이 찾아간 춘천 의암공원 잔디밭에는 시민들이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기저기 맥주 캔 따는 소리가 들리고, 크게 떠드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미 많이 마셨는지 술기가 올라온 취객도 보였다.

    하지만, 이 곳은 춘천시가 지정한 금주구역이다. 2021년 춘천시의회에서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오후 9시부터는 술을 마실 수 없다. 적발되면 관태료도 내야 한다. 이렇게 춘천시내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023년 기준 560곳으로, 의암공원이나 공지천 등 도시공원과 어린이놀이터 등이 해당된다.

    문제는 시민들이 금주구역을 모르고 있거나 공원 앞에 안내문을 붙여놔도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이날 취재진이 물어봤을 때도 시민들은 금주구역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고, 알아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의암공원에서 술을 마시던 이모씨(22)는 “춘천에 오래 살았지만, 여기가 금주공원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공원인데 술을 못 마시게 하는 건 그렇지 않나”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최모씨(22)는 “알고는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먹고 있고,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며 “단속한다고 해도 나갔다가 다시 올 것 같다”고 했다.

    18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 춘천 의암공원에서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김용진 인턴기자)
    18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 춘천 의암공원에서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김용진 인턴기자)

     

    시는 규정을 잘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 시민들을 계도하기 위해 단속원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지만, 계도하는 수준에 그치다보니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조례안이 통과된 뒤 2022~2023년간 단속한 건수는 2671건이지만, 과태료는 단 한 번도 부과하지 않았고, 주의지도도 62건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단속원들의 인건비만 불필요하게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연·금주지도원으로 불리는 이들은 주중 오후 5시~저녁 9시까지 근무하며 일당 5~6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주된 업무는 금연·금주구역 표시 부착 여부 등을 확인하고, 시민들의 올바른 음주문화 조성을 위해 과도한 음주로 소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수준이다.

    단속 시간도 문제다.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단속하는데 실제 본격적인 음주가 이뤄지는 9시에는 근무가 끝나기 때문이다. 일반인으로 구성돼 있다보니 과태료 부과에도 어려움이 있고, 근무시간조차 단속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석사동 주민 조모(58)씨는 “가끔 단속 나오는 건 봤지만 지도원들이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였다”며 “그저 탁상행정으로 인한 인력 낭비, 세금 낭비 같다”고 말했다.

    온의동에 거주하는 김모(39)씨는 “그분들에게 더 큰 권한이 주어져야 할 것 같다”며 “시민들과 지역 사회를 위해 책임감 있는 일을 하시는데,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 보건소는 야외 술자리가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단속을 강화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보건소 건강관리과 황승범 주무관은 “민원이 증가하는 4~6월의 경우 단속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며 “부족한 점도 다소 있겠지만, 단속 시간 외에도 시청 당직실에 민원 접수가 들어오면 인력을 보내는 등 시민들의 불편함을 덜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성권 기자·김용진 인턴기자 ks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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