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① 100명 중 2명 쓰는 ‘일단시켜’⋯27억 세금은 누구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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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① 100명 중 2명 쓰는 ‘일단시켜’⋯27억 세금은 누구 입으로?

    [무용지물 일단시켜] ①효과 ‘제로’ 유령앱
    낮은 인지도, 소비자·자영업자 ‘외면’
    쿠폰만 15억원 ‘마이너스 사업’ 오명
    할인혜택·기능 미흡, 운영관리도 부실

    • 입력 2023.07.27 00:03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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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형 공공배달앱 ‘일단시켜’는 2020년 12월 출범했다. 중개 수수료와 가입비‧광고비가 없는 ‘3무(無) 배달앱’을 내걸며 독과점 민간 배달앱의 횡포로 고통받는 지역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분담하겠다고 공언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일단시켜 사업에 3년간 27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도와 별개로 18개 시‧군에서 쿠폰 발급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투입한 재정에, 여러 공공기관까지 배달 주문 활성화에 동원되면서 쓰인 혈세만 수 십억원이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일단시켜는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한 만큼의 성과를 거뒀을까. 존폐 기로에 놓인 강원형 공공 배달앱 일단시켜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쿠폰 뿌리는 날에만 몇 건 들어와요. 쿠폰이 아니면 한 달에 주문 한 건 들어올까 말까예요.”

    춘천 후평동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한 달에 배달주문으로만 33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땡겨요, 일단시켜까지 배달앱 4개를 합친 금액이다. 그런데 이 중 일단시켜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 1.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민간 배달앱을 통해서 들어온다.

    춘천시민 류지혜(25·후평동)씨는 지난달 일단시켜로 떡볶이를 배달시켰다가 2시간이 지나도록 음식을 받지 못했다. 매장에 전화를 걸었더니 “임시 휴업 중인데, 무슨 말이냐”는 답이 돌아왔다.

    소상공인을 돕겠다며 만든 강원형 공공 배달앱 ‘일단시켜’가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낮은 점유율과 인지도에 소비자는 물론 자영업자에게까지 외면당하면서 사실상 세금만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MS투데이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일단시켜를 운영하는 강원특별자치도 18개 시‧군의 실적을 살펴본 결과 최근 3개월간 월 평균 주문 건수는 3만2605건으로 나타났다. 도 전체 시‧군의 실적을 합친 숫자인데, 인구 153만명으로 단순 환산했을 경우 한 달에 100명 중 평균 2명이 사용하고 있는 꼴이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주문 건수는 73만9476건. 시·군별로 앱을 도입한 시기가 달라 정확한 이용 평균을 내긴 어렵지만, 최근 3개월(4월 3만1701건, 5월 3만4013건, 6월 3만2102건)치 이용 건수를 보면 사실상 ‘유령앱’(이용자가 없이 운영되는 앱)이나 다름 없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강원형 공공 배달앱 일단시켜에 3년간 27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는 강원형 공공 배달앱 일단시켜에 3년간 27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앱 출시 이후 지금까지(2023년 7월 기준) 도에서 투입한 예산은 총 27억원이다. 구체적인 사용처를 보면 쿠폰 발급에만 무려 15억원인 55.2%를 썼고, 나머지 9억원은 광고 등 홍보 예산으로 날렸다. 현재도 지자체마다 이용 건수를 늘리기 위해 할인 쿠폰을 뿌리고 있어 눈먼 세금만 줄줄 새고 있다.

    매출 효과도 미미하다. 강원지역 전체 시·군 가맹점에서 일단시켜를 통해 올린 매출은 3년간 172억원이다. 통상 요식업 순이익이 매출의 20% 안팎인 점에서 봤을 때, 소상공인에게 직접 돌아간 경제적 효과는 약 34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앱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인건비, 행정력 등 투입된 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사업’이다.

     

    파리만 날리는 이유, ‘불편한’ 사용성

    올해 5월 기준 일단시켜 누적 가입자는 11만720명이다. 도 인구 153만3081명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마저도 6428명은 가입 후 탈퇴했다. 당초 일단시켜는 다른 지역 여행객까지 가입을 유도했지만, 2년 반 동안 타 지역 가입자는 1415명에 불과하다.

    배달의민족 간편결제 시스템인 배민페이가 출시 3년 만에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한 성적과 비교하면 양적 성장 측면에선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가맹점 수도 민간앱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일단시켜가 죽을 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민간앱에 비해 불편한 앱 사용 방식이나 부족한 할인 혜택이 꼽힌다. 앱을 내려받는 애플 앱스토어의 사용자 평가는 5점 만점에 2.6점이다. 3대 배달앱 배달의민족(4.7점), 요기요(4.7점), 쿠팡이츠(4.8점)의 절반 수준이다.

    리뷰를 보면 부족한 기능과 잦은 오류, 관리가 부실한 점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 이용자는 “결제 포인트도 없고, 쿠폰도 적어서 소비자 입장에선 다른 배달앱을 쓰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사용자는 “배달비가 더 저렴하지도 않고 지역 상인 참여도도 떨어지는데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도민에게 도움 된다고 해서 써보려 했는데 배달비가 1만원이라 깜짝 놀랐다는 반응도 있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 리뷰를 통해 일단시켜 사용자들이 남긴 평가를 확인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남긴 일단시켜 사용자들의 앱 평가. 부족한 기능과 잦은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사정이 이런 데도 일단시켜 관련 예산은 계속 나가고 있다. 춘천시의 경우 올해 쿠폰 5500만원, 인건비 2170만원, 홍보비 1000만원 등 8700만원을 예산으로 잡았다. 도내에서 예산을 가장 많이 배정한 원주시는 쿠폰에 1억3400만원, 홍보비 2000만원, 기간제 인건비로는 1억595만원을 편성했다.

     

    홍보도 안 하고, 관리 인력도 부족

    정책 시행 주체인 강원특별자치도는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은 모습이다. 전임 도정에선 경제진흥국의 주요 추진 사업으로 관련한 홍보 자료도 쏟아냈지만, 현재 조직도 내 경제국 업무 분장에선 일단시켜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관리 인력도 사업을 위탁받은 도 경제진흥원의 춘천센터 내 주임급 직원 단 1명이 운영을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별 관리 인력은 기간제 근로자를 두고 가맹점주에게 시스템을 설명하거나 앱 설치, 후속 조치를 담당하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가맹점주들은 “관리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져 도움을 받기도 힘들다”고 했다. 이런 불편함은 소비자에게도 전가되고 있다. 임시 휴업 중인 떡볶이 가게가 앱에 그대로 노출돼 불편을 겪은 류지혜씨는 “주문할 때부터 가맹점이 적어 반신반의했지만, 모바일 강원상품권으로 결제할 수 있어 이용했다. 하지만,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민간 앱보다 배달비가 저렴하지도 않고, 배달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기능도 없어 얼마 전 삭제했다”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도 관리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지영 춘천시 경제정책과 주무관은 “일단시켜 관련 실적이 부진한 것을 인정한다”면서 “춘천시에서 투입하는 예산도 있지만, 도 차원의 사업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권소담·진광찬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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