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①‘착한가격’ 왜 하나요?⋯소상공인 두 번 죽이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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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①‘착한가격’ 왜 하나요?⋯소상공인 두 번 죽이는 꼴

    춘천시, 착한가격업소 졸속 운영
    실질적 지원 없어 ‘물가안정’ 효과도 의문
    업소 두배로 확대⋯“무의미한 세금낭비”

    • 입력 2023.05.25 00:05
    • 수정 2024.01.02 09:27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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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지난 23일 점심시간. 춘천 석사동의 한 식당은 한식뷔페를 팔고 있었다. 반찬 4~5가지를 큰 접시에 담아 먹는 한 끼 가격은 6000원. 밥값 부담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보기 드문 가격이다. 저렴한 밥값에 손님이 많을 법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한창인데도 식당 안에는 고작 3명만이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가끔 이 식당을 찾는다는 한 직장인은 “싼값에 먹으러 오는 거지 맛 좋고, 질이 좋아서 찾은 게 아니다. 솔직히 음식 나오는 수준을 보면 싼 것도 아니고, 제값 이하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메뉴라도 다양한 편의점 도시락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동네의 국숫집도 비슷했다. 싼값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 데도 대부분 다른 음식을 시켜 먹었다. 손님도 별로 없었다. 취재팀이 춘천에서 돌아본 저렴한 가격의 품목을 파는 식당은 ‘착한가격’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싼값에 음식을 파는 곳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착한가격업소’다. 정부는 이런 업소를 육성하려고 2011년 각 기초자치단체의 업종별 평균가격보다 싸게 파는 곳을 지원하는 착한가격업소 제도를 도입했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 위축을 막고 물가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업소가 지자체에 신청하면 가격, 위생, 친절성 등의 심사를 받는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면 원칙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다. 올리더라도 착한가격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좋은 취지에도 제도가 무의미해진 건 싼값에 팔면서도 받는 혜택이 실질적으로 장사에 도움 되지 못해서다.

    한 닭갈비집 주인은 “식당 앞에 착한가격업소라는 표찰을 달아주긴 하지만, 물질적 지원은 쓰레기봉투 주는 것 외에 실익이 거의 없다. 물가는 수시로 오르는데 가격도 올릴 수 없으니 오히려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제도가 미흡한 점도 문제지만, 관리 주체인 춘천시의 무관심은 착한가격업소를 더욱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가격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니와 업소 지원에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이런 현실 탓에 착한가격업소 인증을 반납하는 업소도 심심찮게 나온다.

    무의미한 제도로 전락했지만, 춘천시는 올해 착한가격업소를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어려운 상황에 더 많이 지원해서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1년간 시의 착한가격 행정을 지켜본 업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들은 “관리도 제대로 안 할 거면서 왜 확대하는지, 무의미한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에 MS투데이는 춘천시가 지정한 착한가격업소 37곳(2023년 1월 기준)의 관리 실태를 들여다봤다. 식당별 가격과 시세를 파악하고, 직접 찾아 식사하면서 기준에 맞는 곳인지, 지원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했다.

    (2편에서 계속)

    [김성권·이종혁 기자 ks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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