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들인 도로변 짚단, 버리는 게 반
  • 스크롤 이동 상태바

    4억 들인 도로변 짚단, 버리는 게 반

    바람막이로 설치한 짚단 2900개 중 절반은 쓰레기
    지난해 예산 4억6800만원, 10년 전보다 10배 증가
    “화살나무, 철쭉 등은 추위에 강해 바람막이 필요없어”

    • 입력 2023.03.30 00:00
    • 수정 2023.03.30 10:31
    • 기자명 이현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천 동면에 설치된 바람막이 모습. 절반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춘천 동면에 설치된 바람막이 모습. 바람막이 절반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춘천시가 겨울철 가로수를 보호한다며 설치한 일명 ‘바람막이’의 절반이 봄이 되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시가 바람막이 설치를 위해 지난해 지출한 예산은 총 4억6800만원에 달한다. 

    <관련기사: 4억원 들여 설치했다는데⋯인도 옆 짚단의 정체는?>  

    춘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설치된 짚단 총 2900여개 중 1500개 정도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전 본지 취재 당시 춘천시는 “농사짓는 이들이 짚단으로 만든 바람막이를 찾는 경우가 많아 시에서 나눠주고 있다”며 짚단을 재활용한다고 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춘천시는 지난 2월 짚단 신청자를 모집한다는 공고(춘천시 공고 제2023-395)를 낸 후 신청자들에게 짚단을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의 신청은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춘천시가 시내 곳곳 인도에 설치한 이 짚단은 '바람막이'라고 불리며, 한파로 인한 식물 피해를 예방하고 제설작업 후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을 막는 목적이다. 짚단을 엮어 ㄷ자 모양으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시에 따르면 시내 인도 총 43곳에 이런 바람막이가 설치됐다.  

    바람막이 설치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김모(42)씨는 “매년 겨울마다 일회성으로 짚단을 모아 바람막이를 설치하고, 봄이 되면 철거하는 게 최선인지 모르겠다”며 “시민들의 세금으로 시행하는 사업인 만큼 더 효율적인 대안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 사업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교수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화살나무, 철쭉 등은 추위에 잘 자라는 종이라 바람막이가 따로 필요없다”며 “이마저도 버려지는 게 반이라면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