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 들여 설치했다는데⋯인도 옆 짚단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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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억원 들여 설치했다는데⋯인도 옆 짚단의 정체는?

    염화칼슘 피해·동해 방지용 바람막이, 춘천에 43곳
    10년만에 10배 증가한 예산, “1억 그루 나무 심기” 때문
    "뭔지 모르겠고, 꼭 필요한지 의문" 지적도

    • 입력 2023.01.11 00:02
    • 수정 2023.01.13 00:09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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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 동면의 바람막이 모습. 짚으로 엮인 바람막이가 ㄷ자 모양으로 설치돼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춘천시 동면의 바람막이 모습. 짚으로 엮인 바람막이가 ㄷ자 모양으로 설치돼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10일 오전 춘천시 동면의 한 도로변. 인도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꽂힌 나무막대 위에 짚단이 'ㄷ'자 모양으로 둘러져 있었다. 대나무 돗자리처럼 길게 엮은 짚단을 나무 막대가 지탱하는 형태다. 짚단 안쪽으로 다 자라지 않은 식물들이 모여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후평동에 사는 유모(22)씨는 “언젠가부터 곳곳에서 이런 짚단이 보이는데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겨울 춘천지역 인도 곳곳에 설치된 짚단의 정체는 뭘까? 본지 취재 결과, 이는 춘천시가 한파로 인한 식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바람막이’였다. 춘천시 관계자는 “겨울을 나야 하는 인도변 식물들이 찬 바람에 얼어 죽는 것을 막고, 제설작업 후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도 막는 용도“라고 설명했다. 

    춘천시에 따르면 시내 인도 총 43곳에 이런 바람막이가 설치돼 화살나무, 조팝나무, 철쭉 등 식물을 보호하고 있다. 대표적인 구간은 소양동 도청 앞 광장 교차로~중앙로터리, 강남동 삼천사거리~파크푸르지오 정문, 동면의 장학순환교차로~우두교 사이다.

    춘천은 겨울이 춥고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염화칼슘을 많이 뿌리는 일도 많아 바람막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은주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염화칼슘이 잎에 닿으면 수목의 탈수현상이 심해지고 광합성 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염류가 토양에 침투해 수목의 생육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염화칼슘은 옆으로 퍼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바람막이 사업으로 어린 식물뿐 아니라 큰 나무들까지 관련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람막이가 겨울철 찬 바람으로 인해 식물의 가지가 꺾이거나 부러지는 것을 예방하는 기능도 한다. 춘천시 외에도 서울, 경기 평택시, 경기 여주시, 강원 원주시, 충남 예산군 등에서도 같은 사업이 진행 중이다.

    9일 후평동의 바람막이 모습. 춘천시는 총 43곳에서 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진=이현지 기자)
    후평동 인도에 설치된 바람막이. 춘천시는 총 43곳에서 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진=이현지 기자)

    춘천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춘천시가 바람막이 사업을 위해 지출한 예산은 4억6800만원이다. 10년 전 4000만원에서 시작해 10년만에 10배가량 증가했다. 예산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데 대해 춘천시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춘천시에서 진행하는 ‘1억 그루 나무 심기’ 등으로 식재한 나무 수가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매년 겨울 일회성으로 짚단을 모아 바람막이를 설치하고, 봄이 되면 철거하는 일이 꼭 필요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아직 이같은 바람막이 사업의 효과가 제대로 검증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춘천 시민은 “이런 사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바람막이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도 식물이 잘 자라는 걸 보면 필요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매년 3월에 바람막이를 철거하는데 그때 보면 짚단에 염화칼슘이 묻어있는 걸 종종 목격한다”며 “철거한 짚단은 농사짓는 분들이 찾는 경우가 많아 나눠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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