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의 동의보감] 똥도 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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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의 동의보감] 똥도 약이 된다?!

    더럽고 지저분함의 대명사 '똥'도 귀한 약재가 될 수 있다.
    비싸고 귀한 것보다 자기 체질과 증상에 맞는 약이 '보약'
    봄철 비염·코막힘 완화, 콧등 마사지하면 효과

    • 입력 2023.04.04 00:00
    • 수정 2023.04.11 18:06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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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한의학에서는 똥도 약으로 쓴다”고 하면 다소 의아해하게 느끼실 분들이 많을 텐데요. 옛말에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 말이 있듯이 과거에는 소변이나 대변을 약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많이 나옵니다. 한약재 중에 '사향'이라는 것이 있는데 사향은 사향노루의 배꼽 뒤에 있는 향주머니속의 분비물을 건조시켜 얻어지는 약재입니다.

    여러 한약재 중에 웅담이나 우황과 더불어 가장 귀하고 고가의 약재에 속하며 잘 알려진 공진단의 핵심 재료가 바로 사향인데 공진단이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향의 효능 중에 하나가 최음제 역할인데, 예전에 모 지방에 사는 아주 부잣집 4대 독자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워낙 자손이 귀한 집안이라 너도나도 사향주머니를 신방에 넣어서 합궁이 잘되도록 도와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합궁도 하기 전에 신랑 신부가 사향의 강한 향에 중독돼 기절해버리는 불상사가 벌어졌습니다.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너무 과해도 독이 되는 법이지요.

    때마침 동네에 유명한 의원이 있어 상의한 끝에 처방을 내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똥'입니다. 일반 가정집의 똥도 아니고 절간의 변소에 있는 똥을 사용하였는데 절간의 변소는 워낙 깊어서 자주 퍼내지 않고 묵혀서 지독한 악취를 내므로 그윽한 사향의 향기를 중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한방치료는 반대로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해서 균형을 맞춰주면 인체 기능이 원상 회복되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몸이 찬 사람은 몸을 데워주는 것이 치료고 몸이 더운 사람은 몸을 식혀주는 것이 치료이고 향취는 악취로 치료하는 것이 한의학의 원리입니다.

    똥뿐만 아니라 오줌도 치료에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남자아이의 오줌을 '동변'이라고 부르며 동의보감에도 무려 30여가지 쓰임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쓰임 몇 가지를 보면 타박상이나 사고로 심하게 다쳐 까무러치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때 따뜻한 소변을 먹이면 살아난다고 합니다. 물론 병원으로 옮겨야 하지만 그럴 상황이 안된다면 소변이라도 먹여서 어혈이 심장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주면 급박한 상황을 모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 외에도 여름철 더위 먹고 쓰러진 것을 '중서'라고 하는데 이때 서늘한 곳으로 환자를 옮기고 배꼽 주변을 더운물로 찜질하면 좋은데, 만약 더운물이 없으면 소변을 사용하면 됩니다. 물론 구급차도 불러야겠지요.

    이와 같이 비록 똥과 오줌은 더럽고 지저분함의 대명사이지만 경우에 따라 사람의 목숨도 구할 수 있는 귀한 약재가 될 수가 있습니다. 보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싸고 구하기 힘든 약이 보약이 아니고 자기 체질과 증상, 상황에 맞는 약이 보약입니다. 반대로 공진단 속의 귀한 사향이 오히려 사람의 목숨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겠지요. 불교 경전 반야심경에 나오는 불구부정(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다)의 의미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끝으로 비염으로 코막힘, 콧물 등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봄철 비염 완화에 도움이 되는 방법’ 한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운뎃손가락으로 콧등의 양쪽을 아래위로 비벼주는 것입니다. 약간 열이 날 정도 30번 정도 비벼주시면 도움이 되는데 코 마사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코가 많이 막히는 경우 즉시 뚫리는 경우도 많으니 참고하시고 비염이 있는 경우 매일 2~3차례 꾸준히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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