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놓은 카페’ 가보니⋯카페도, 학생도 모두 미소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맡겨놓은 카페’ 가보니⋯카페도, 학생도 모두 미소

    시민이 음료값 결제 후 카페에 적립
    청소년이 무료로 음료 먹는 시스템
    학생들 감사 인사로 게시판 가득 차
    현재 음료 적립과 사용 모두 성공적

    • 입력 2022.10.06 00:01
    • 수정 2022.10.07 06:26
    • 기자명 이현지 인턴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맡겨놓은 카페’는 결제한 음료를 카페에 적립하면 청소년들이 그 음료를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맡겨놓은 카페’는 결제한 음료를 카페에 적립하면 청소년들이 그 음료를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처음엔 기부가 없어서 제 돈으로 음료를 적립한 적도 있어요."

    봉의고등학교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정우(33)씨는 춘천시와 강원교육청이 기획한 ‘맡겨놓은 카페’에 참여 중이다.

    맡겨놓은 카페는 시민들이 음료 가격을 결제한 후 카페에 적립하면 청소년들이 음료를 무료로 먹는 시스템이다. 이탈리아의 ‘소스페소’에서 유래했다. 소스페소는 커피를 마실 여력이 없는 익명의 사람들을 위해 손님이 커피 한 잔 값을 더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후평동 한 카페에서 만난 최씨는 커피를 내리고 디저트를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맡겨놓은 카페에 참여한 계기를 묻자 “좋은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고, 카페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인기가 많은 날엔 학생 8명이 무료 음료를 먹은 적도 있다. 학생들은 먹고 싶은 음료가 적힌 메모를 카운터에 주고 그 음료를 받는다. 잘 나가는 메뉴는 초코라떼, 아이스티, 딸기라떼 등이다. 무료 음료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이용할 수 있다. 이날 남아있는 음료는 총 6잔. 적립한 사람들은 주로 학부모들이나 교사들이었다.

    그의 가게에는 무료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메모로 가득했다. 자리가 없어 게시판에 붙이지 못한 메모들도 많았다. 메모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으로 나중에 저도 더 큰 따뜻한 마음 베풀겠습니다! 감사해요’, ‘선물해주신 커피 소중하게 잘 먹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팍팍한 고3 생활에 빛을 주셨습니다. 수능 만점 받아올게요!’ 등이다.

    취재진이 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메모들이다. 학생들은 무료 음료를 마시면서 자신에게 음료를 선물해준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최씨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머뭇거리면서 카페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음료를 마시고 간다”며 “학생들이 음료 정말 맛있다고 감사 인사를 하면 뿌듯하다”고 밝혔다.

     

    '카페담' 게시판의 모습. 무료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감사 메모가 가득하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카페담' 게시판의 모습. 무료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감사 메모가 가득하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카밀러(캐모마일) 티를 무료로 받은 중학생 김모(16)군은 “맡겨놓은 카페를 이용해보고 싶어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다”며 “이런 시스템이 있어서 너무 좋고, 적립해주신 분과 사장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춘천고등학교 근처의 애쉬커피바. 이 카페 안선희(35) 사장 역시 맡겨놓은 카페에 참여하고 있다. 춘천고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며 하루에 2~3명 정도가 무료 음료를 마신다. 이곳에 남아있는 무료 음료는 0잔. 취재진도 좋은 일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아메리카노 2잔을 적립했다.

    안씨는 “처음엔 별로 참여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어요. 개인 돈을 사용해서 하는 건데 과연 참여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적립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춘천고등학교 인근에 있는 카페 애쉬커피바.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춘천고등학교 인근에 있는 카페 애쉬커피바.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맡겨놓은 카페 운영은 기대 이상이다. 춘천시와 강원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이 프로젝트는 오는 11월까지 진행된다. 음료를 적립하면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굿즈로 받을 수 있다. 

    안선희씨는 “카페에 오신 손님들이 비치된 안내문을 보고 적립을 해주시는데 정말 감사하다”며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니 앞으로도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서충식 기자·이현지 인턴기자 seo90@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