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여행기] 온몸으로 배우는 열대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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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여행기] 온몸으로 배우는 열대기후

    • 입력 2023.11.19 00:00
    • 수정 2023.11.20 00:03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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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호찌민은 베트남 남쪽에 있는 가장 큰 도시다. 원래 이름은 사이공이었지만 남베트남과의 전쟁에서 이긴 북베트남이 적국의 수도를 자국 영웅의 이름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호찌민은 남북으로 긴 베트남의 남쪽에 있으므로 가장 더운 도시 중 하나다. 한여름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한 나는 열대기후를 온몸으로 흠뻑 느꼈다.     

    딱정벌레같이 생긴 오픈카를 빌렸다. 선글라스를 끼고 하얀색 셔츠의 단추는 두 개쯤 풀어헤친 후 호찌민 시내를 달렸다. 앞뒤 양옆에는 수백 대의 스쿠터들이 나를 호위하듯이 지나가고 한껏 허세에 취한 나는 날리는 머릿결로 바람을 느꼈다. 이럴 때 음악이 빠질 수 없지! 음악을 틀기 위해 차를 잠깐 멈춘 그 순간, 맑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맹렬한 소나기가 쏟아졌다. 잔뜩 허세를 부리던 나는 순식간에 비 맞은 생쥐 꼴이 됐다. 얼른 핸들을 돌려 숙소로 향했지만 차가 도착했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열대 야자수와 바다. (사진=강이석)
    열대 야자수와 바다. (사진=강이석)

    달랏으로 가기 전날 밤, 에어컨을 밤새 켜놓고 잠이 들어 감기에 호되게 걸리고 말았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정오쯤 달랏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호텔에서 몇 시간을 내리 잤다. 잠에서 깨니 이미 해가 져 어두웠다. 달랏은 호찌민과는 달리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다. 양손으로 팔을 감싸며 잔뜩 움츠러든 채 걷다 보니 광장이 나왔다. 고개를 드니 노란 불빛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이럴 수가. 눈앞에 에펠탑이 보인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데다가 눈도 침침하니 헛것을 본 줄 알았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펠탑이 왜 베트남 달랏에 있을까? 다시 한번 쳐다봐도 에펠탑이 맞다.

    사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베트남 달랏에 있는 이유는 프랑스와 베트남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달랏은 원래 열대기후에 해당하는 위도에 위치해서 일 년 내내 더워야 하지만, 해발고도가 2000m 정도이기 때문에 봄과 같은 날씨가 지속된다. 베트남을 식민 지배했던 고위층 프랑스인들은 달랏에 별장을 짓고 살았고, 자신들의 고향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을 달랏에 지어 놓은 것이다.

    다시 북쪽으로 향했다. 나짱은 불리는 이곳은 전형적인 바닷가에 있는 관광도시다. 걷다가 괜찮아 보이는 호텔에 들어갔다. 2만 원짜리 호텔에 침대 3개 거기다 오션뷰의 테라스가 있어 바다 야경을 보면서 맥주 한잔을 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호텔에 매우 만족한 나는 ‘툭툭’을 타고 냐짱의 이곳저곳을 다니기로 했다. 친절한 툭툭 아저씨는 반나절 가까이 냐짱의 유명 관광명소와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로 나를 안내한 후 안전하게 호텔에 데려다주었다. 감사의 표시로 원래 약속한 금액과 함께 팁을 넉넉히 드렸다.

     

    전형적인 열대기후 하늘과 툭툭. (사진=강이석)
    전형적인 열대기후 하늘과 툭툭. (사진=강이석)

    호텔에 들어가 방의 불을 켜는 순간 화들짝 놀랐다. 손바닥만 한 쥐 세 마리가 쏜살같이 침대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호텔 매니저를 불러서 방에 쥐가 있으니 조처하라고 했다. 매니저는 “손님 우리 호텔에는 절대 쥐가 없습니다.”라고 하며 말없이 무언가를 손에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 밑으로 살충제를 뿌렸다. 조금 지나자 손바닥만 한 바퀴벌레가 새끼손가락만 한 다리 여섯 개를 바둥거리며 나왔다.

    매니저는 “자 손님, 맞죠. 저희 호텔에는 쥐가 없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이 호텔이 침대가 세 개고, 경치가 좋은 테라스가 있는데도 2만 원밖에 하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왜 열대기후의 사람들이 땅과 1~2m 정도 떨어진 고상 가옥에서 살 수밖에 없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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