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만 부동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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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집만 부동산인가요

    [칼럼] 김성권 기획취재팀장

    • 입력 2023.04.27 00:00
    • 수정 2023.04.27 13:11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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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권 기획취재팀장
    김성권 기획취재팀장

    문재인 정부 5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집값 양극화가 심화한 시기였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는 2017년 5월 문 전 대통령 취임 당시 1억6900만원에서 퇴임할 때 3억7000만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집값을 잡겠다며 무차별하게 던진 규제 위주의 정책이 빚어낸 결과다.

    대표적인 양극화의 주범은 '징벌적 과세'가 꼽힌다.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진원으로 몰아 '집값'이 아닌 '집 수'에 따라 세금을 매긴 게 패착이 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집값이 싼 지방의 어정쩡한 집 여러 채를 갖느니, 차라리 가치가 높은 서울, 수도권에 집 한채를 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규제는 '똘똘한 한 채' 유행을 불렀다. 지방 수요는 점점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도권 집값만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냈고, 집값 격차만 더 벌렸다. 박근혜 정부 5년간 서울과 지방 집값 차이(1억7300만원→1억6900만원)가 줄었던 걸 보면 양극화가 얼마나 심했는지 비교된다.

    정권이 바뀌고 시장을 혼돈으로 몰았던 규제들이 풀렸다. 거래를 틀어막았던 규제지역 해제부터 청약시장, 재건축·재개발, 대출, 세금 규제까지 문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에 박았던 규제라는 대못을 사실상 모두 뽑았다. 고금리 기조 속에 거래절벽이 극심해지자 정부도 더는 안 되겠다며 비상대책을 꺼낸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집값 양극화는 더 커지고 있다. '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은 내림세가 주춤한데, 오히려 지방은 낙폭이 더 확대되는 흐름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를 보면, 올해 1월 첫째주만해도 서울은 -0.67%, 지방은 -0.50%로 서울의 하락폭이 더 컸다. 그러나 4월 첫째주 들어서는 서울 -0.13%, 지방 -0.20%로 흐름이 역전됐다.

    4월 둘째주에도 서울은 -0.11%로 낙폭을 줄인 반면, 지방은 -0.24%로 전주보다 하락폭을 더 키웠다. 가장 최근 시점인 4월 셋째주에도 서울은 강남권 위주로 반등세를 보이는 등 반전된 분위기지만, 지방은 침체의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청약시장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올해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서울의 경우 54.05대 1로 지난해 부진을 씻은 모습이지만, 지방은 경남을 제외한 12개 시도가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치거나 미달로 남았다. 경북은 올해 1순위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춘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분양한 한 단지는 아직까지 전체 물량의 70% 가량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집을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도 80가구가 넘는다. 전국적으로 봐도 미분양 물량 7만5438가구 가운데 83.7%가 지방에 몰려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가 지방에서 먹히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 정책이 서울과 수도권에만 집중된 탓이 크다. 첨단전략산업의 핵심인 반도체는 경기 용인에 조성하고, 신규 신도시도 수도권에 짓기로 했다.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시장에 영향을 주는 개발 호재까지도 서울에 쏠렸다. 갖가지 규제들을 풀어내고 경기 부양에 힘쓰는 동안 지방 부동산 시장은 관심 밖이다. 그 흔한 세제 혜택조차 없다.

    이렇다 보니 결국 규제를 강화할수록, 또는 풀어준다 해도 서울 집값만 살려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내놓아도 결국 수도권 중심이다. 서울과 지방의 균형을 잡지 못하는 '능력'은 그렇게 비난하던 전 정부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집값 하향 안정'을 입에 달고 다닌 정부도 양극화가 계속되리란 예상은 못한 듯하다. 그렇다고 "미분양 10만호까지 각오하고 있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는 식의 발상은 위험하다. 전문가들도 현재 부동산 시장이 좋은 신호(서울 회복), 나쁜 신호(지방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서울에 비해 체력이 약하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으면서, 반대로 회복은 서울보다 늦다. 지역 부동산이 무너지건 건 단순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 산업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정부가 외치는 지역균형발전은 부동산 정책에서도 예외여선 안된다. 미분양주택 매입이 안 되면 거래라도 풀리게 세제 혜택 정도는 꺼내야 한다. 과거 지방 미분양주택 취득자에게 양도세 특례를 준 사례도 있지 않나. 서울 부동산 시장이 회복됐다고 한숨 돌리기엔 지방은 위기가 코앞이다.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좋지만, 양극화를 먼저 풀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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