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줄 이은 해외연수, 세금 낭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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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줄 이은 해외연수, 세금 낭비 아닌가

    • 입력 2023.04.05 00:00
    • 수정 2023.04.05 10:35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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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해외연수에 나선 강원도의회 상임위원회의 국외 출장 계획안. (사진=MS투데이 DB)
    지난달 해외연수에 나선 강원도의회 상임위원회의 국외 출장 계획안. (사진=MS투데이 DB)

    2018년 말 경북 예천군 의원들이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하고 접대부를 요구하는 등 추태를 부린 일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방의원들의 분별없는 외유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면서 그들의 해외연수 계획은 줄줄이 취소됐다. 그 후 갑자기 닥친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 나들이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의원 외유와 관련한 잡음은 그렇게 사라지는가 싶었는데, 올들어 코로나 제약이 풀리면서 여기저기서 다시 일고 있다. 

    의원들의 출국 행렬은 전국 각지에서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춘천시의회 의원들이 조만간 3개 상임위별로 나누어 영국과 프랑스, 스위스, 일본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해외연수에 드는 예산은 의원 1인당 350만원, 모두 시민이 낸 세금이다. 앞서 강원도의회 의원들은 4개 상임위원회로 나누어 지난달 유럽과 호주로 해외연수를 갔다 왔다. 어느 위원회는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다른 위원회는 독일과 네덜란드, 또 다른 위원회는 뉴질랜드와 호주를 출장국으로 선택했다. 전체 도의원 49명 중 31명이 참가한 이번 해외연수에 들어간 경비는 모두 1억5천여만원, 의원 한 사람당 평균 490만원가량이다.

    물론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형식상 규정에 따라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승인된 ‘공무국외출장’들이다. 공적 업무로 출장을 가는 것이니, 시민이 낸 세금으로 경비를 충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의원들은 당당하게 여기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의 출장 세부 일정을 보면 과연 공적 업무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런 대목이 적지 않다. 

    업무 목적이라면 업무상 필요에 적합한 기관과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의원들 스스로 동선을 짜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정표는 의원이 아니라 여행사에서 짜고 의원들이 일부 조정하는 방식으로 결정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의원들은 관광 명소를 방문해 사진 몇 번 찍고, 그걸 선진문물 운운하며 탐방·견학으로 보고서에 포장하기 일쑤다.

    요즘 지역경제는 얼마나 어려운가.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가라앉아 사회 전반에 긴축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솔선수범해야 할 의원들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해외연수를 가야 하는지 도민·시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거 춘천시 공무원들이 연수를 빙자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출장보고서마저 과거의 것을 그대로 베껴 제출한 사실이 본지 보도로 밝혀진 바 있다. 강원도의원과 춘천시의원들의 이번 해외연수에선 최소한 그런 일이 없도록 출장보고서라도 상세하게 제출받아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이제라도 세금 낭비는 막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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