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먹거리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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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먹거리 인증

    • 입력 2022.12.13 00:00
    • 수정 2022.12.14 06:36
    • 기자명 책읽는춘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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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 책읽는춘천 대표
    최광익 책읽는춘천 대표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옛말처럼 식생활은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42만명이 오염된 식품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먹거리 안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60~70년대 석회로 만든 두부, 톱밥 고춧가루, 무게를 늘리기 위해 물을 먹인 소부터 근래의 광우병, 조류 독감, 중국의 비위생적인 김치 생산 영상까지 불신감은 가중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부는 ‘식품위생법’ ‘학교급식법’ ‘국민영양관리법’ 등 13개 법률을 통해 식품 영양의 질적 향상과 국민 건강을 도모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 문제가 등장하면서 유기농과 사찰 음식이 건강한 먹거리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유기농이란 3년 이상 농약과 화학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자연적인 방법으로 재배해 군데군데 벌레 먹은 데가 있는 농산물이다. “벌레도 안 먹는 것을 누가 먹겠습니까?” 일본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홍보하는 문구다.

    사찰 음식은 중국 남북조 시대 양무제 소연(梁武皇帝 蕭衍, 464~549)의 ‘단주육문(斷酒肉文)’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주육문은 술과 고기를 금지한 황제의 포고령으로, 이때부터 사찰 음식에서는 인공 조미료와 고기는 물론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와 같은 오신채(五辛菜)를 넣지 않는다(흥거는 한국요리에는 쓰이지 않는 열대 채소). 신선한 제철 나물과 채소를 사용하며 육류 대신 버섯이나 콩으로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어 채식주의자들이 즐겨 찾는 건강 음식이 됐다.

    불교에 사찰 음식이 있다면 이슬람교에는 할랄(Halal), 유대교에는 코셔(Kosher)가 있다.
    할랄이란 ‘허용되다’라는 의미의 아랍어로, 할랄 식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들이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허용된 모든 식품을 의미한다. 코셔 식품은 유대교에서 허용한 식품이다. 코셔와 할랄은 특정 종교와 관련된 것이지만 선진국에서도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엄격한 종교적 계율에 따라 만들어진 식품이어서 더 위생적이고 건강에 유익할 것으로 여겨서다. 서구 소비자는 코셔·할랄 마크가 붙어 있으면 일반 식품보다 비싼 값을 기꺼이 지불한다. 맥도날드를 비롯한 세계적인 업체들이 앞다퉈 할랄과 코셔 인증을 받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종교와 관계없이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다양한 인증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썹이다. 해썹(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은 글자 그대로 위해 요소를 확인하고 단계별로 중점 관리하는 기준이다. 우리나라에는 1995년 도입돼 식품의 원재료부터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험 요소를 규명하고 중요 관리점을 결정해 관리한다. 

    하지만 해썹 기준은 나라별로 다르고 정부 주도의 강제성 등으로 글로벌 시대 보편적인 기준이 되는데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글로벌 시대 식품공급사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국제기준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나온 것이 ISO 22000이다. ISO 22000은 국제표준화기구가 2005년 공포한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체 식품 공급망에 걸쳐 식품안전 요구사항을 정의한 국제 표준이다. ISO 22000(ISO는 ‘아이소’라 읽으며, 각 표준들을 구분하고자 고유의 일련번호를 붙인다)은 식품공급 사슬 내의 모든 이해 관계자가 따라야 하는 국제규격이다.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인증도 여러 가지가 있다. 정부에서는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유기농, 무농약, 무항생제, 동물복지, 저탄소, 지리적 위치 등 13가지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농산물 외에도 축산물·수산물 이력제를 실시하며 관련 앱을 통해 제조일자, 사육환경, 생산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조지 버나드 쇼는 “음식 사랑보다 더 진실한 사랑은 없다”고 말했다. 사람을 접대할 때 음식이 빠지는 경우는 없다.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 품격 있는 음식은 인간 삶의 질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하며 관계를 윤기 있게 만든다. 이러한 음식의 기본이 바로 신선한 재료다. 여기에 셰프의 기술과 접대자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지면 쇼가 말하는 ‘진실한 사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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