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간식 너마저⋯물가 상승에 ‘金붕어빵’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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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간식 너마저⋯물가 상승에 ‘金붕어빵’ 됐다

    춘천, 붕어빵 2개 1000원 이상 노점 상당수
    추억의 길거리 간식 가격 오르자 서민 ‘울상’
    팥, 밀가루 등 원재룟값 상승에 상인도 부담
    “추억의 음식인데 돈 없으면 그마저 힘들어”

    • 입력 2022.11.01 00:01
    • 수정 2022.11.02 01:56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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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원이면 한 봉지 두둑했는데⋯.”

    지난달 30일 밤 춘천 교동. 주부 한소진(45)씨가 붕어빵 한 봉지를 들고 노점을 나오고 있었다. 1000원어치를 산 그의 봉지 안엔 붕어빵 2개가 들어있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1000원만 내도 붕어빵 3~4개는 들어가 있어 푸짐하다고 생각했다”며 “물가가 오르니 올겨울은 붕어빵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의 여파로 겨울철을 대표하는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 가격이 1개의 500원 이상 꼴로 급격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붕어빵 위치 공유 앱 ‘가슴속 3천원’에 따르면 춘천의 붕어빵 노점은 총 60여 곳으로 이중 가격이 표시된 곳은 40여곳 중 30곳 이상이 붕어빵 2개에 1000원(1개당 500원) 이상을 받고 있었다. 붕어빵이 금(金) 붕어빵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붕어빵 가격은 1000원에 3~4개가 일반적이었고, 2~3년 전엔 1000원에 5개를 주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이날 본지 취재진이 가격이 표시돼 있지 않은 20여 군데 중 3곳을 직접 확인해본 결과 모두 붕어빵 2개를 1000원 이상에 판매하고 있었다. 춘천 내 판매되는 붕어빵 가격이 대부분 1개 500원 이상이었다. 일부 노점은 붕어빵 1개 가격이 700원, 1000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물가 상승으로 붕어빵 가격도 오르고 있는 가운데 춘천 한 노점에서 붕어빵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물가 상승으로 붕어빵 가격도 오르고 있는 가운데 춘천 한 노점에서 붕어빵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붕어빵 가격이 오르자 춘천 시민 상당수가 겨울철 추억을 잃어버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대학생 이모(23)씨는 “겨울이 오면 붕어빵을 항상 먹었는데 가격이 또 올라 맘껏 먹기 부담된다”며 “3000원어치 사려고 갔다가 가격을 보고 2000원어치만 사고 돌아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며칠 전 5개에 1000원인 붕어빵 노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갔다가 크기가 몇 배는 작은 ‘미니’ 붕어빵인 것을 보고 실망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건 붕어빵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효자동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니 우리도 먹고 살려면 붕어빵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팔아도 한 달에 100만원이 될까 말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붕어빵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대부분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인상 폭을 기록한 재료는 밀가루였다. 강원물가정보망에 따르면 지난달 춘천에서 유통된 밀가루(1kg)의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1290원) 대비 605원(47.9%) 상승한 1895원이었다. 설탕(1kg)과 식용유(1.5ℓ) 역시 같은 기간 각각 204원(11.5%), 660원(10.9%) 오른 6070원, 1773원이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붕어빵 기계의 연료인 LPG(1ℓ·1083원)가 전년 동월(1014원) 대비 69원(6.8%) 오른 것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붕어빵 필수 재료인 팥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의하면 붕어빵 팥소에 사용되는 수입 붉은 팥(40kg)의 가격은 27만800원으로 지난해(25만1500원)보다 1만9300원(7.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붕어빵과 함께 대표 길거리 간식으로 꼽히는 어묵과 호떡의 가격도 모두 올랐다. 어묵 한 꼬치 700원, 호떡 한 개를 1500원에 판매하는 가게도 등장하는 등 겨울철 서민들의 간식 부담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직장인 이동진(38)씨는 “추운 겨울이 되면 친구들과 동전을 모아 붕어빵이나 어묵을 사 먹던 기억이 난다”며 “이제 돈이 없으면 그마저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데스크 한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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