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인생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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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인생 전환점

    • 입력 2022.07.12 00:00
    • 수정 2022.07.12 21:42
    • 기자명 책읽는춘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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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 책읽는춘천 대표
    최광익 책읽는춘천 대표

    전환점(turning point)은 글자 그대로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는 계기 또는 그런 고비를 말한다. 누구나 인생에서 전환점이 있기 마련이다.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프린스턴대 허준이 교수의 전환점은 서울대 재학시절 세계적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와의 만남이었다고 한다.

    히로나카 교수는 1970년 필즈상을 수상한 일본인으로 우리나라에는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학문의 즐거움> 내용 중에 히로나카 교수의 인생 전환점이 언급돼 있다. 교토대 대학원생 시절 그는 길을 걷다가 한 소녀가 자신이 흘린 수첩을 주워서 전달해 주기 위해 ‘선생님’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때 그는 내가 선생님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인지 자문해 보았고, 본인의 삶의 목표와 방향을 생각해 보는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하인리히 슐리만은 독일의 아마추어 고고학자이자 트로이 유적의 발굴자이다. 그는 어렸을 때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의 트로이 전쟁을 읽고 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트로이 전쟁 사실을 증명하려는 꿈을 가졌다. 그는 러시아 등에서 많은 돈을 벌어 40대 초반 트로이 발굴에 나섰다. 많은 사람이 신화를 현실로 믿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비웃었지만, 마침내 그는 황금 주전자 등 신화 속 이야기들을 현실로 증명했다.

    “그리고 갈릴리 호숫가에 지나가시다가 보시니, 시몬과 시몬의 동기 안드레아가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었다. 그들은 어부들이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내 뒤로 오시오. 당신들이 사람들을 낚는 어부들이 되게 하겠소’ 하셨다.” 성경 마태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의 인생 전환점이 되는 대목이다.

    헨리 롤린슨은 설형문자를 해독한 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그의 직업은 군인이었다. 17세 때 사관후보생으로 인도로 가는 중 배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한 동방학자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다 메소포타미아학에 빠져들었다. 평범한 군인에 그쳤을 그의 삶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고고학의 개척자로 뒤바뀐 것이다.

    1835년 영국 동인도회사 군인이었던 그는 이란 서부 케르만샤 주의 높이 153m 암벽에 새겨진 3개의 언어로 된 쐐기글자를 탁본하여 오늘날 베히스툰 유적으로 알려진 비문을 해석하게 된다. 그의 관심은 그의 동생 조지 롤린슨에게 또 다른 전환점으로 이어져 메소포타미아문명의 대가가 되게 한다.

    ‘이방인’ ‘시시포스의 신화’를 쓴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돌도 되기 전에 아버지를 잃고 허드렛일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병약한 외할머니, 불구자인 외삼촌과 함께 빈민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초등학교 시절 뛰어난 교사 루이 제르맹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34년 뒤 카뮈가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을 초등학교 스승인 제르맹에게 헌정한 것은 그의 인생에서 스승과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보여준다.

    인생 전환점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 졸업식 축하 연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혼외자식으로 태어나 가난한 집에 입양되어 자란 잡스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가난한 부모가 자신의 비싼 대학 학비를 부담하는 것을 보고 대학을 중퇴한다. 대학을 중퇴하면서 남는 시간 이것저것 공부하다가 우연히 서체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된 것이 후에 매킨토시 서체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위의 예에서 보듯, 전환점은 대개 만남에서 비롯된다. 만남은 사람일 수도 있고 책이나 어떤 장면일 수도 있다. 만남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전환점이 되는 만남이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전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교육은 학생에게 긍정적인 전환점을 제공해 주는 사업이다. 학교에서 긍정적인 만남, 다양한 만남, 좋은 만남이 계속되면 될수록, 학생들은 더욱 긍정적인 전환점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는 또 다른 허준이, 카뮈, 잡스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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