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방탄소년단, 단체활동 중단 선언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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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방탄소년단, 단체활동 중단 선언 그 이후

    • 입력 2022.06.29 00:00
    • 수정 2022.06.29 17:29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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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방탄소년단이 지난 6월 14일 올린 유튜브 영상 ‘찐 방탄회식’을 통해 데뷔 9년 만에 단체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히자 난리가 났다.

    소속사 하이브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조7000억원이 날아가는 등 7거래일 만에 시가총액 2조2000억원이 사라졌고, 같은 기간 3대 연예 기획사의 시가총액도 6000억원 넘게 없어졌다. 그만큼 메가톤급 충격의 반응이 나온 것이다.

    필자에게는 외신 기자들에게서 계속 연락이 왔다. 단체활동 중단 이유가 무엇인지 그 맥락에 대해 궁금해했다. 나는 “잘되려고 그런 거다”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잘된 것 같지 않은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더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자극적으로 해체설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들이 나온 것처럼 겉으로는 안 좋은 뉴스 같지만, 잘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고 말해줬다.

    역사는 퇴보할 때도 있지만, 길게 보면 진화하는 과정이다. 고(故) 정주영 회장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인생철학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방탄소년단도 시련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 시련은 발전을 전제한 시련이어서 오히려 든든한 마음이고, 지켜보고 싶은 심정이다.

    여기서 K팝이 어떻게 글로벌화에 성공하게 됐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해외 언론들이 K팝의 어두운 부분을 이야기할 때 빠뜨리지 않는 지적사항을 눈여겨봐야 한다. 생산자보다는 소비자의 의견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K팝이 음악적 활기와 퍼포먼스 등에서 경쟁력을 가지지만, 여전히 ‘공장형 아이돌’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K팝의 부정적인 면을 거론한다. 방탄소년단은 그러한 K팝 시스템의 모순과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에 글로벌 성공을 거뒀다. 기계적인 ‘공장형 아이돌’이 아닌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던지는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 아이돌’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후자에서 전자로 가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방탄소년단에게도 정체성이 흔들리는 고뇌의 순간이 온 것이다. 이럴 때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 병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
    방탄소년단(BTS).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고 했고, 슈가는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어느덧 하고 싶지 않은 걸 해야 하는 억지와 거짓 콘텐츠 생산의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이 정체성과 콘텐츠 생산 문제의 고민을 이야기할 때 유튜브 권력을 잘 활용했다고 본다. 혹자는 소속사와 잘 상의해 주가도 크게 안 떨어지도록 해야지 하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은 자본과 시장의 논리로 굴러갈 수밖에 없다. 매출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이브는 종업원만 682명이고, 주가가 내려가도 시가총액 6조원이 넘는 회사다. 자본의 논리로만 본다면 “방탄소년단이 이럴 때가 아닌데”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하면 자본의 논리가 빠진 채 건강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아미들’과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BTS는 이번 기회를 통해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계속 던질 수 있는 체제를 지속하는 방법 등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얻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앞으로 열어나갈 ‘챕터2’가 더욱 기대된다.

    ‘챕터2’가 구체적으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단체활동 중단과 개별활동 시작이라는 기본적 틀은 잡혔다. 지금은 ‘산업적인 그룹활동’보다는 제이홉부터 시작하는 ‘아티스트적인 개인활동’으로 BTS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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