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자동차에 푹 빠진 60대 작가의 ‘순수기억으로부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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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자동차에 푹 빠진 60대 작가의 ‘순수기억으로부터’展
  •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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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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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작가 전시 ‘순수기억으로부터’
환갑에 미술대학원 입학, 자신의 철학 발견
모형자동차=나 동일시⋯ 작품은 ‘자아상’
풍경 속 모형자동차 ‘회상’ 시리즈 시도
(사진=이상근 작가)
이상근 작가의 ‘꿈의 이미지 13’. (사진=이상근 작가)

우리는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 많은 답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기억’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우리가 일부러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기억의 저장소에 남아 있던, 우리의 과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기억을 ‘순수기억’이라고 정의한다.

 

이상근 작가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이상근 작가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의 이상근(66) 작가는 순수기억의 기저에서 모형자동차를 찾았다. 이전까지 풍경화, 특히 자작나무를 오브제로 작품 활동하던 기존 작업에서 큰 변화를 맞이한 건 2016년쯤이다. 환갑의 나이에 현대미술을 배우기 위해 미술대학원에 입학한 해였다.

구겨진 상자, 뭉툭한 찰흙으로 만든 모형자동차는 어린 시절을 그리는 동심에 그치지 않고 ‘나’를 표현한다. 무의식 속 상자나 찰흙으로 모형자동차를 만들고 놀았던 기억을 현시점에서 재현하는 것은 현대 작가의 시점에서 어릴 적 미적 체험을 일종의 ‘기억놀이’로, 기억을 미적 원천으로 승화시킨다.

 

이상근 작가가 버려진 상자로 만든 모형자동차. (사진=조아서 기자)
이상근 작가가 버려진 상자로 만든 모형자동차. (사진=조아서 기자)

작업을 통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작품 안에서 하나가 된다. 그가 작품을 ‘자아상(自我像)’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의 작품 과정은 회화 작업 전 모형자동차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된다. ‘꿈의 이미지’ 시리즈는 모형자동차를 만들고, 그것을 캔버스에 그린 것이다. 작품 속 모형자동차는 작가 자신, 모형자동차를 끄는 풍선은 일종의 절대자로 이상을 상징한다.

“늦은 나이 시도한 도전이 저의 작업을 크게 변화시켰죠.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누구나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작가는 다르죠.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길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게 작가거든요. 저만의 철학이 생기면서 작품에 진심을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상근 작가의 ‘소혹성326’. (사진=이상근 작가)
이상근 작가의 ‘소혹성326’. (사진=이상근 작가)

모형자동차를 만들고 그것을 그리는 작업은 잠재돼 있던 기억 속의 ‘나’의 실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된다. ‘소혹성’ 시리즈는 모형자동차뿐만 아니라 이 작가가 어린 시절 강렬한 설렘을 느꼈던 소설 ‘어린왕자’를 미적 원천으로 활용한 작품이다.

모형자동차, 어린왕자처럼 작가의 본태성 미의식을 자극하는 ‘순수기억’을 접목한 작품은 작가 내면에 내재된 미적 진술이기도 하다.

 

이상근 작가의 ‘회상6’. (사진=이상근 작가)
이상근 작가의 ‘회상6’. (사진=이상근 작가)

‘새로움을 추구해야 작가’라는 사명 아래 그는 또 한번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자연풍경 속 모형자동차를 배치한 ‘회상’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2016년 이전 풍경 작업과 결합한 첫 시도는 전시 ‘순수기억으로부터’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이달 30일까지 파피루스에서 열린다. 관람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이달 13일에는 오후 7시 작가와의 대화가 준비돼 있다. 

“‘회상’ 시리즈는 어린 시절 기억에 한정하지 않고 지난 시간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소환했어요. 모형자동차를 풍경 속에 넣어 나와 자연의 일체감을 추구한 작품이죠. 익숙함보단 생소하고 낯선 감정을 추구하며 꾸준히 변화·발전해 나갈 겁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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