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의 뒤적뒤적] ‘별다줄’의 뿌리와 의미를 아시나요
  •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성희의 뒤적뒤적] ‘별다줄’의 뿌리와 의미를 아시나요

    • 입력 2022.05.02 00:00
    • 수정 2022.05.02 11:17
    • 기자명 북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머선129, 레게노, 오저치고, 슬세권, 싫존주의, 내또출, 꾸안꾸, 비담, 삼귀다, 업글인간, 좋댓구알, 킹받네, 갑통알⋯.

    들어본 듯도 하지만 대부분 낯설고 뜻도 짐작이 가지 않는 말이 다수입니다. 이것들 외계어 아닙니다. 젊은층 위주로, 우리 사회에서, 지금 한창 쓰이는 말이랍니다. 말하자면 신조어입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신조어’를 입력하면 이런 낱말이 포함된 ‘신조어 테스트’가 여럿 뜬다네요. 신기하기도 하지만 당장 사회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나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이런 말들을 외면할 수 없긴 합니다.

    이런 신조어를 풀어주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아주 흥미로운 책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금정연 지음, 북트리거)입니다. 많이 쓰이는 24개의 신조어를 다뤘는데 일단 풀이 자체만으로 쓸모 있습니다.

    예를 들면 ‘뇌피셜’이 그렇습니다. ‘뇌’와 ‘오피셜(공식적)’이란 말이 합쳐진 듯한데 정확한 쓰임새를 몰라 혼자 궁금한 적이 많았습니다. 이게 ‘주로 인터넷상에서 객관적인 근거가 없이 자신의 생각만을 근거로 한 추측이나 주장을 이르는 말’이랍니다. 국립국어원이 내린 정의라네요. 지은이는 2008년 이름 모를 누리꾼의 글이나 2020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만하고 유아독존식의 기자회견에서 이 신조어의 뿌리를 캡니다.

    이렇게 유래를 소개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이 책은 호사가의 그저 그런 글로 머물렀을 겁니다. 한데 지은이는 “당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라는 스누피 만화의 대사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러기에 이 책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속 깊은 에세이로 읽힙니다.

    그런가 하면 ‘존버’는 ‘존나 버티기’의 줄임말이란 건 짐작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2012년 밀리언셀러였던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에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외수의 말에서 언급된 ‘오래된’ 말이랍니다. 서평가이기도 한 지은이의 독서 내공에 감탄이 나오죠. 뿐만 아닙니다. 이 두 글자로 된 ‘별다줄’(이건 ‘별걸 다 줄인다’의 줄임말이라네요)에서 세태를 읽어냅니다. 어찌 할 수 없을 만큼 내몰린 약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게 아니라 믿음에 가까운 주문이 ‘존버는 승리한다’라고요.

    수록된 낱말 중엔 ‘사회적 거리두기’ ‘비혼’ ‘노 키즈 존’ 등 굳이 줄임말, 신조어가 아니라 사회 흐름을 담아낸 용어도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런 말들을 ‘탐침’ 삼아 우리 사회를 짚고 진단합니다. 그래서 의미 있으면서도, 한 번 잡으면 놓기 힘든 글이 되었습니다. 24개의 낱말만 다룬 것이 아쉬울 정도로요.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