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신년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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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신년 소망

    • 입력 2022.01.05 00:00
    • 수정 2022.01.05 11:27
    • 기자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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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 소망
     
                                              허영자

    새해 
    우리들의 기도가
    오므린 연꽃 봉오리같이
    겸허히 모으는 두 손이게 하소서

    새해
    우리들의 가슴은
    온갖 씨앗을 보듬어 싹 틔우는
    부드럽고 기름진 흙이게 하소서

    새해 
    우리들의 하늘에는 
    굳은 비 그치고 햇빛 화안히
    영롱한 무지개 걸리게 하소서

    새해
    우리들의 꿈이 
    돌 자갈밭의 시련을 이겨내는
    단단하고 잘 벼린 보습이게 하소서

    *허영자: 1961-6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가슴엔 듯, 눈엔 듯」 「사모곡」 외 다수. 
    *한국시인협회회장 역임. 성신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칼릴 지브란은 현대의 성서라고 일컫는 그의 저서 『예언자』에서 ‘기도에 대하여’ 이렇게 설파하고 있습니다. “그대들은 괴로울 때에만, 또는 필요할 때에만 기도하고 있다. 바라건대 그대들은 기쁨이 충만할 때에도, 나날이 풍성할 때에도 기도하기를. 왜냐하면 기도란 생명의 하늘 속에 그대들이 스스로를 활짝 펴게 하는 것이기에. 그리하여 그대들 안락을 위해, 허공에 그대들의 어둠을 쏟아버리는 것, 또한 기쁨을 위해 그대들 가슴의 새벽빛을 쏟아내는 것”이라고 설파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색다른 ‘소망’과 ‘희망’으로 기도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브란의 ‘예언’ 중에서 하나 분명한 것은 괴로울 때에만, 필요할 때에만 기도하지 말고 항상 우리의 마음의 중심을 위해, 믿음을 위해,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창조주 앞에서, 신(神) 앞에서 항상 겸손한 자세, 그것이 아마 우리 인간들을 깨우치려는 ‘예언자’의 덕목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라는 이 지루한 역병 속에서도 ‘희망’ 같은 임인년의 둥그런 해가 솟아올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소망을 안고 붉은 해를 안으려고 산으로, 바다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간절한 소망의 기도를 올렸을 것입니다. 

    특히 이 시, 화자의 간절한 소망처럼 “새해/우리들의 꿈이” 이 어려운 시대에 “돌 자갈밭” 같은 “시련을 이겨내는/단단하고 잘 벼린 보습이게 하소서”와 같은 성심으로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도가 ‘지브란의 예언자’에서처럼 “괴로울 때에만, 또는 필요할 때에만” 찾는 것이 아닌 “진정한 생명의 하늘 속에서” 우리들의 생명을 위해, 아니 우리들의 피폐함을 덜어내기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이렇게 “신년 소망”이 우리들 가슴속에서 붉은 햇덩이처럼, 호랑이의 용맹처럼 이 시대의 난국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간구하고 또 간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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