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협동조합] 문화예술 일자리 판 깔아주는 협동조합 ‘판’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우리동네 협동조합] 문화예술 일자리 판 깔아주는 협동조합 ‘판’

    • 입력 2021.11.01 00:01
    • 수정 2023.09.07 11:51
    • 기자명 배지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천의 협동조합 ‘판’은 지난 2016년 문화예술 분야의 지역 청년들이 모여 설립했다.

    협동조합 판의 오석조(34) 이사장은 과거 춘천의 한 극단에서 일했다. 이런 커리어로 자연스럽게 비슷한 나잇대의 문화예술 일을 하는 청년들끼리 모였고, 모임에서 공연이나 축제를 만드는 등 함께 활동했다.

    하지만 함께 활동하던 친구들은 조금씩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났다.

    오 이사장은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함을 느꼈다. 이에 문화인력을 키우는 인프라를 만들고 예술 관련 일자리의 판을 깔아주자는 의미를 담아 협동조합 판을 설립했다. 현재 오 이사장을 포함한 11명의 직원이 협동조합 판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이름은 ‘문화인력 양성소 협동조합 판’이었다.

    이름은 취·창업을 연계해주거나 경력이 필요한 사람들은 판 안에서 경력을 쌓고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면서 탄생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인력사무소로 생각해 “스텝 몇 명 보내주세요”, “몇 시까지 출근하면 되나요” 등의 전화가 잇따랐다. 이에 ‘협동조합 판’으로 이름을 바꿨다.

     

    오석조 협동조합 판 이사장. (사진=배지인 기자)
    오석조 협동조합 판 이사장. (사진=배지인 기자)

    판은 문화예술 분야의 취·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연계한다.

    또 지역 예술인들의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를 추구한다. 취약계층 고용률 60%를 유지해 최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추진한 ‘2021년 혁신형 협동조합 사례 공모’ 일자리 혁신 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판에서는 ‘성장판’, ‘판클럽’ 등 문화예술 인력에 필요한 취업 교육, 창업 보육 사업도 진행한다.

    이는 지역 안에서 문화예술 관련 분야의 공부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하고 싶은 일을 기획해보고 실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경험해보기도 한다. 이후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결심이 서면 창업 컨설팅이나 취업 연계 등으로 이어진다. 판에서 교육을 수료한 문화인력은 80여명으로 그중 15명이 지역에서 취업하거나 창업했다.

    판은 청년·환경·소상공인 등 사회문제를 조명한 축제를 기획하기도 했다. 대표축제는 △화천 들깨 페스티벌 △환경 페스티벌 ‘지구사이’ △퇴사 종용 페스티벌 ‘존버했어, 오늘도’ 등이다. 이러한 축제로 인해 생긴 일자리는 다시 지역의 예술인들에게 돌아간다.

    오 이사장은 두 가지의 문제에 집중했다.

    첫째는 지역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더욱 선택의 폭이 좁다. 문화예술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인턴 등 단기적으로 일을 해볼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문화예술 분야 취업을 위해 필요한 경험이 있어도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지역을 떠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둘째는 문화예술 분야의 고용 안정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행사나 공연, 축제 등이 집중된 시기에 일도 집중되기 때문에 일이 없어지는 달에는 고용이 불안정해진다.

    이에 상시로 고용하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벌여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판의 목표다. 판이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면 점차 지역의 정주 요건들도 더 개선될 것으로 생각했다.

    오 이사장은 “우리는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다”며 “우리가 스스로 만든 우리의 직업이 좀 더 안정적이면 좋겠다 싶어서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설립 5년을 맞은 협동조합 판의 일차적 목표는 5년 후에도 규모를 유지하면서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다.

    10년 후에는 3층짜리 건물에 독립하는 것이 꿈이다. 오 이사장은 “1층에는 저희의 기획적 레퍼런스가 살아 있는 공간을 꾸리고, 2층에는 협동조합 판의 사무실이 있는 것”이라며 “3층에는 제가 살고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