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외면하는 춘천시민버스, 사실상 민원 방치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시민' 외면하는 춘천시민버스, 사실상 민원 방치

    춘천시민버스 홈페이지 민원 처리, 올해 단 6건
    관리 담당자 퇴사 후 방치...7개월 넘게 답변 없어
    "관리 소홀 인정...홈페이지 공지 후 개선 약속"
    "잦은 버스 민원 해결 위해 근본적 근로 환경 개선"

    • 입력 2021.07.02 00:01
    • 수정 2021.07.04 06:48
    • 기자명 조아서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 97대의 춘천시민버스가 21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총 97대의 춘천시민버스가 21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시민버스’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춘천녹색시민협동조합은 지난 2018년 10월 춘천시민버스를 인수한 뒤 지난 2019년 11월부터 춘천시민버스 홈페이지를 개설, 시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홈페이지 관리는 물론 가장 기본적인 홈페이지 내 민원 게시판 답변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시민들의 의견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춘천시에서 운송수지 적자보전비와 공적손실금 등 운영비를 지원받는 춘천시민버스가 난폭운전, 불친절 민원 등 시민이 겪는 불편에 적절한 대응을 회피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MS투데이 취재 결과, 춘천시민버스 홈페이지가 개설된 2019년 11월부터 작성된 민원글 142건 중 담당자가 처리한 민원은 63건으로 답변율이 44.4%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개설 초기에 작성된 답변이 대부분이다.

    특히 전체 142건의 민원 중 67건(47.2%)이 올해 집중해 작성됐지만, 이 가운데 답변을 받은 민원의 경우 단 6건으로 답변율은 9% 수준이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실상 35개의 민원이 방치되고 있다. 이어 지난 4월 10일 부터 최근 민원이 제기된 지난 달 22일까지 또 다른 38건의 불편글도 역시 답변이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한 민원인은 춘천시민버스 홈페이지에 ‘시민 여러분 여기에 불편글 작성하지 마시고 글 내용 보시고 신고하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는 홈페이지에 부당한 경험을 신고해도 적절한 답변을 받지 못하는 만큼 춘천시청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라는 내용이다.

     

    춘천시민버스 홈페이지에 한 민원인이 올린 글.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대신 춘천시청 대중교통과에 민원을 넣으라고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사진=춘천시민버스 홈페이지 갈무리)
    춘천시민버스 홈페이지에 한 민원인이 올린 글.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대신 춘천시청 대중교통과에 민원을 넣으라고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사진=춘천시민버스 홈페이지 갈무리)

    본지 확인 결과, 춘천시를 통해 접수된 버스 관련 민원은 지난 6월 22일까지 총 75건으로 이중 불친절 민원은 27건, 난폭운전 민원은 48건으로 집계됐다. 시는 민원이 접수되면 운수회사에 공문을 보내고, CCTV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민원 내용이 확인되면 해당 운수종사자에게 경위서를 받고 운수회사에 자체적인 교육과 징계를 권고하는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춘천시민버스 홈페이지 담당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해당 업무 담당자의 퇴사 이후 1차적으로 담당자를 변경했지만 기존 업무에 추가되다 보니 일일이 대처하기에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홈페이지 전담 관리 직원의 부재로 현재까지 민원글 다수가 방치됐다”고 문제점을 시인했다.

    이어 “글 답변 기준이나 기한에 대해 정해진 것 없어 틈날 때 해당 업무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춘천시 공문과 전화 민원 처리도 힘들어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춘천시민버스 소속 버스 기사들의 잦은 난폭 운전과 불친절 민원에 대해서는 “사실여부 확인 후 해당 기사에게 공지하고 1차로 구두 경고를 진행한 후 정기적으로 친절 서비스 교육도 진행한다”며 “난폭운전의 경우 운전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느끼는 정도가 달라 쉽게 징계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했다.

    본지의 취재가 시작되자 춘천시민버스는 “가장 최근 민원인 6월 22일자 게시글 이후에 작성되는 불편 사항에 대해 최대한 업무 분담을 통해 답변 진행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현 시점에서 이전 민원글에 대해 답변하기 어려운 점은 공지글로 안내하고 앞으로 성심성의껏 시민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마을버스 '봄봄'은 북부권, 남서권, 남동권 등 3개 권역을 운행하고 있다.  춘천시민버스는 이중 북부권과 남서권의 24개 노선을, 뉴코리아의 경우 남동권 14개 노선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마을버스 '봄봄'은 북부권, 남서권, 남동권 등 3개 권역을 운행하고 있다.  춘천시민버스는 이중 북부권과 남서권의 24개 노선을, 뉴코리아의 경우 남동권 14개 노선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이 같은 시민들의 민원에 대해 버스 승무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마을버스 운영 신규사업체로 선정돼 지난 2019년 9월부터 마을버스 '봄봄'의 일부구간(동면, 동내면, 동산면)을 담당하고 있는 뉴코리아 고속관광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내버스 문제로 인해 간접적인 피해가 상당하다”며 “우리 회사는 재발방지 교육과 사안의 경중에 따른 중징계까지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민원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스는 시민의 발이 되는 대표적인 대중교통으로 노인과 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하는 만큼 춘천시에서는 승무원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교육과 친절 서비스 교육 이수를 권고하고 있다.

    황선재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춘천시민버스지회장은 “교육이수 여부를 인사평가에 반영하니 교육을 받지만 실효성은 모르겠다”며 “버스 승무원들이 교육 받고 나오면서 이구동성으로 이런 형식적인 교육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황 지회장은 “춘천시민의 발이 되어 하루종일 시민들과 함께하는 직업 특성상 그에 맞는 소양과 덕목, 교통약자 이용자를 위한 안전운행에 필요한 지식 등 교육 내용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내용은 부실한데도 만족도 조사와 같은 어떠한 평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난폭 운전, 불친절 등 안전과 서비스 민원에 대해서는 “버스 승무원들은 승객을 태운 채 운전대를 잡고 16시간씩 길 위에서 보낸다”며 “회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 작성한 배차시간 때문에 무리한 운행에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근무조건, 노동 여건의 구조적인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며 “근로 환경 개선 등과 같은 구조적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