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자원이 되다] 4. 알맹이 도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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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자원이 되다] 4. 알맹이 도시 만들기

    자원 절약 및 재활용 통한 '순환 경제' 구축
    공공 배달앱, 다회용기 사용 문화 플랫폼 역할해야
    리필 문화 확산 위한 이동식 리필 트럭 행사
    지역사회 차원에서 제로 웨이스트 위한 다양한 움직임

    • 입력 2021.06.15 00:01
    • 수정 2022.05.12 15:23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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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지난 3일 춘천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쓰레기 문제 해결을 넘어 순환경제로 가는 길’을 주제로 ‘쓰레기 박사 홍수열 초청 강연토론회’가 열렸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쓰레기 문맹 탈출을 돕는 쓰레기 해설가이자 통역가로, 국내 자원순환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이번 강연을 통해 ‘제로웨이스트 2450 플랜’을 선언한 춘천에 많은 고민거리를 던졌다.

     

    지난 3일 춘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원순환 강연회 및 토론회'. 취지에 맞게 현수막은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로 제작됐다. (사진=권소담)
    지난 3일 춘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원순환 강연회 및 토론회'. 취지에 맞게 현수막은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로 제작됐다. (사진=권소담)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이다. 자원 투입과 경제계 활동, 쓰레기 배출이 일차원에서 이뤄지는 선형 경제에서 재활용 경제를 거쳐 진일보한 형태가 순환 경제다.

    홍 소장에 따르면 순환 경제는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구축해야 하는 모델이다. 소비자가 녹색 제품을 구매하고 올바른 분리배출을 할 때, 생산자가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하고 재사용과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또 제품 설계에 대한 규제 강화와 소비자 정보제공 조치를 강화해 쓰레기를 사지 않을, 그리고 쓰레기를 쉽게 배출하지 않을 소비자의 권리를 향상시킬 수 있고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과 조달은 산업 경쟁력의 핵심요인이 될 수 있다. 재생원료 사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은 자연 무역 장벽의 기능도 수행하게 된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모델 '순환경제'. (사진=셔터스톡)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모델 '순환경제'. (사진=셔터스톡)

    홍수열 소장은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해 재고물품 재사용, 알맹이 도시 만들기, 일회용 없는 재사용 도시, 재사용·업사이클 센터 확대, 분리배출 체계 개선, 폐비닐 관리, 주민참여형 마을 자원관리 등을 제안했다.

    동네마다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세워 ‘알맹이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다. 샴푸, 세제 등 리필 지원 시스템 아래 도매점과 매장, 생산자가 각각 빈 용기를 활용해 무포장, 리필 제품을 거래하는 구조다. 각각의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신규 제품 및 생산자를 발굴하고 소비자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일 수도 있다.

    홍 소장은 “쓰레기의 총량을 50%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양을 5%라도 줄이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다”며 “쓰레기 문제는 도시 또는 동네 단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춘천이 ‘한국의 프라이부르크(독일의 생태도시)’로 거듭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민 활동이 주체가 돼 협동조합 단위로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의 역량이 모인 마을 단위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공공배달앱을 기반으로 한 다회용기 사용 문화 또한 쓰레기 문제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민간 배달 플랫폼이 하지 않는, 다회용품 사용을 원하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공공성이 관에서 추진하는 배달 앱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자원순환 위한 실천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 분리수거를 통해 자원순환을 실천하려는 시도들이 춘천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춘천사회혁신센터는 리필 문화 확산을 위해 이동식 리필트럭 ‘담아가게’와 ‘모아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재활용품과 에코코인을 교환해 세제와 생활용품을 받아갈 수 있는 기회다.

     

    지난 9일 효자주공8단지에 설치된 이동식 리필트럭 ‘담아가게’와 ‘모아가게’. (사진=권소담 기자)
    지난 9일 효자주공8단지에 설치된 이동식 리필트럭 ‘담아가게’와 ‘모아가게’. (사진=권소담 기자)

    이동식 리필 트럭에서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액체세제 5종과 가루세제 5종을 나눔한다. 이와 함께, 크기가 작아 일반 쓰레기로 폐기돼 재활용되고 있지 못하는 고급 플라스틱을 수거해 전환화폐(에코코인)로 교환해주는 ‘모아가게’도 함께 운영된다.

    플라스틱 병뚜껑과 빨대는 90% 이상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PP, PE, HDPE)지만 크기가 작아 공공 선별시설에서 재활용 자원으로 걸러지지 못하고 폐기된다.

     

    지난 9일 '모아가게'를 통해 수거된 플라스틱 뚜껑. (사진=권소담 기자)
    지난 9일 '모아가게'를 통해 수거된 플라스틱 뚜껑. (사진=권소담 기자)

    폐기물의 자원화를 위해, 이번 모아가게를 통해 플라스틱 병뚜껑 5개 또는 플라스틱 빨대 10개, 아이스팩 2개를 각각 에코코인 1개로 교환해준다.

    에코코인을 통해 대나무칫솔, 친환경 치실, 신문지 연필, 대나무 빨대, 빨대 세척솔(이상 에코코인 1개), 천연 수세미, 리필용 유리용기, 면마스크(이상 에코코인 2개) 등으로 교환 가능하다.

    이번 프로젝트로 수거된 물품은 춘천시 자원봉사 지원센터를 통해 각 분야의 재활용 업체로 보내진다.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던 작은 플라스틱들이 리사이클 및 업사이클을 통해 자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 9일 효자주공8단지에서 담아가게 첫 행사가 진행됐다. 집집마다 쌓여있던 각종 플라스틱이 쏟아졌다. 행사 시작 1시간 만에 60명이 다녀갔다. 1분에 1명 꼴로 리필트럭을 찾은 셈이다. 앞서 리필트럭 시범사업 당시에는 이틀간 220명이 리필트럭을 찾아 아이스팩 400여개, 플라스틱 병뚜껑 900여개가 수거됐다.

     

    지난 9일 효자주공8단지에서 진행된 ‘담아가게’ 및 ‘모아가게’ 행사. (사진=권소담 기자)
    지난 9일 효자주공8단지에서 진행된 ‘담아가게’ 및 ‘모아가게’ 행사. (사진=권소담 기자)

    행사를 맡은 임창규 춘천사회혁신센터 매니저는 “분리배출 방법을 몰라서 활용되지 못하던 재활용 자원들이 수거될 수 있는 기회다”며 “행사 종료 후 자원들을 모아 한꺼번에 지역 내 재활용품 관련 업체에 보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노력
    지역사회 안에서 여러 구성원들이 ‘제로웨이스트 춘천’을 구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쌀포대로 다용도 가방을 만드는 ‘카페 더블린’, 제로웨이스트 포장을 실천하는 정육점 ‘파파스컷’ 등 골목상권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각자의 가게에서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생분해되는 소재의 용기를 사용한다.

     

    로컬푸드 및 제로웨이스트를 표방하는 정육점 '파파스컷'. (사진=권소담 기자)
    로컬푸드 및 제로웨이스트를 표방하는 정육점 '파파스컷'. (사진=권소담 기자)

    홍수열 박사 초청 강연 및 토론회에서도 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종이에 자료집이 인쇄됐다. 설탕을 정제하고 남은 성분으로 코팅하지 않아 종이 상태로 배출할 시 재활용이 가능하다. 현수막 또한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로 만들어졌다.

    김지숙 춘천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은 “시민 활동가, 사회단체들과 함께 스터디를 이어가며 자원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며 “춘천시의회에서도 적극적인 정책 발굴과 기반 조성, 일자리 창출과 연구 개발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설정하고 춘천이 자원순환 경제 도시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의 기틀을 마련하도록 의의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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