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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읽기] 돈 퍼붓는다고 ‘저출산’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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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읽기] 돈 퍼붓는다고 ‘저출산’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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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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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 언론인
차기태 언론인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9월 한달동안 2만3566명의 아기가 새로 태어났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4명 줄어든 것이다. 올해 9월까지의 출생아는 21만1768명으로 전년(23만2108명)보다 8.8% 적다. 올해 연간 출생아도 처음으로 30만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9월중 2만4361명이 이승과 작별했다. 출생자보다 795명 많았다. 1월부터 9월까지의 사망자는 22만6009명으로 출생자보다 1만4000여명 웃돈다. 결국 올해는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첫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감소폭은 앞으로도 꾸준히 커지면서 2040년에는 40만명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통계청 전망이다. 혼인과 출산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혼인 건수는 15만6724건으로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결혼한 젊은이들도 아이낳기를 기피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2명에서 올 3분기 0.84명으로 더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쉽게 말해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가 1명도 안된다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한국뿐이라고 한다.

한국의 인구감소 우려는 이미 2000년대 초반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2006년 처음으로 2조1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저출산 대응예산이 32조4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지금까지 모두 150조원 가량이 투입됐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출산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출산을 장려해 왔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과 엇박자를 낸 탓 아닐까 한다. 이를테면 아이를 낳을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얼마간의 출산지원금을 받았다고 해보자. 잠시 흐뭇할 뿐이다. 그런 다음 다시 현실을 돌아보면 캄캄해진다. 

국가사회의 활력이 커지려면 젊은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성향에 따라 활기있게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런 활기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닐까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인간으로서 품위있게 살아갈 희망을 버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연애나 결혼을 아예 포기했을 듯하다. 

사실 한국인의 삶은 평생 살인적인 경쟁으로 점철돼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남보다 좋은 학업성적을 내기 위한 사교육에 매달려야 하고 청년기에는 괜찮은 직장을 얻기 위한 스펙경쟁에 자신을 내맡긴다. 그러기 위해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수해야 한다. 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만회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설령 괜찮은 일자리를 얻었다 해도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허리를 졸라매야 한다. 평생 절약하고 직장에 충성하면서 산다 해도 감당하기 어렵다. 서울과 그 인근지역은 특히 더 심하다. 그러니 30대 젊은이들이 이른바 ‘영끌대출’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남다른 재능이나 집안배경 덕분에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고 성공한 사람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소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민의 일생은 참으로 피곤하다. 예컨대 최근 택배노동자들이 일의 피로를 덜기 위해 상자 양쪽에 구멍을 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소한 요구이지만 이런 요구조차 수용되지 않고 있다. 참으로 ‘동정 없는 사회’ 아닌가.

이런 ‘동정 없는 사회’에서 젊은이가 희망을 갖기 어렵다. 기껏 자식을 키워봐야 기다리는 것은 그런 힘겨운 삶뿐이라면 차라리 포기하고 싶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작품 ‘알케스티스’에 따르면 저승은 길지만 어둡고 이승의 삶은 짧지만 감미롭다. 누구나 이 세상에서 즐겁고 감미로운 삶을 누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삶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닐까?

오늘은 숫자가 다소 많이 들어갔다. 독자들을 다소 질리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저출산 문제는 정부가 돈만 퍼붓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또다른 물신주의일 뿐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과도한 부동산가격 문제와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서 젊은이들에게 꿈과 활기를 되찾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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