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캠프페이지서 유류통 수십개 발견...정화작업 총체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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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캠프페이지서 유류통 수십개 발견...정화작업 총체적 부실

    27일 춘천시 현장 공개..매립된 유류통 깨져 악취 진동
    해당 지점 환경공단 사전조사 시 '비 오염지역' 명시한 지역
    -사전조사 부실 논란, 전수조사 촉구 이어질 듯

    • 입력 2020.10.28 00:02
    • 수정 2020.11.03 18:47
    • 기자명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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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옛 캠프페이지 문화재 발굴 부지에서 27일 유류통 수십개가 발견됐다.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 옛 캠프페이지 문화재 발굴 부지에서 27일 유류통 수십개가 발견됐다.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 옛 캠프페이지 부지에서 지난 5월 기름띠가 발견되며 토양오염이 확인된데 이어 최근 땅속에 파묻혀 있는 유류통 수십개가 발견, 국방부와 환경관리공단, 농어촌공사가 총체적으로 정화작업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이번 유류통의 발견 지점은 환경관리공단이 환경오염 조사보고서에 비(非) 오염지역이라고 명시한 곳이어서 결국 옛 캠프페이지 부지 전체가 오염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옛 캠프페이지 부지 유류통 수십개 발견...누유로 악취 진동

    춘천 옛 캠프페이지 부지에서 지난 26일 20ℓ, 100ℓ짜리 유류통 30여개가 발견됐다. 일부 유류통은 파손돼 이미 기름이 토양으로 흘러내린 뒤 방치돼 악취가 진동했다. 해당 지점은 미군부대 주둔 당시 활주로와 격납고 사이로 알려졌다.

    춘천시는 유류통 발견 직후 국방부와 농어촌공사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으며 농어촌공사와 합동으로 조사반을 꾸려 유류통 매립경위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통. (사진=박지영 기자)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통. (사진=박지영 기자)

    ◇"비 오염지역이라더니" 사전조사 부실 논란

    유류통이 발견된 곳은 토양오염정화작업 지점이 아닌 춘천시가 문화재를 발굴하는 지점인 것으로 확인돼 환경오염 사전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춘천시에 따르면 유류통이 발견된 부지는 국방부와 농어촌공사가 토양오염정화작업을 진행한 지역이 아닌 환경공단 조사보고서에 '비 오염지역'이라고 명시한 지역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환경관리공단의 사전조사가 부실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이날 춘천시 관계자는 "유류통 발견지점은 당시 환경정화구역에서 제외된 곳으로 당시 사전 조사가 부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 오염지역'에서 고의적으로 묻은 것으로 보이는 유류통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곧 부지 전체의 오염 의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캠프페이지 토양오염 배상요구 범시민대책위(이하 범대위)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묻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기름통이 수십개나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전체 부지에 얼마나 많은 기름과 폐기물이 매장되었는지 조차 추정이 불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춘천 옛 캠프페이지 문화재 발굴 부지에서 27일 발견된 유류통들이 흙에 묻혀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 옛 캠프페이지 문화재 발굴 부지에서 27일 발견된 유류통들이 흙에 묻혀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전면 재조사, 전수조사 실시해야" 요구 봇물 

    이번 유류통 발견 지점은 환경정화구역에서 제외된 구역이지만 지난 5월 토양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수치가 기준치의 최고 6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나 재조사가 이뤄지는 주변이기도 하다. 이에 이날 유류통 발견으로 '부지 전체 오염'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옛 캠프페이지 부지는 물론 전국의 미군 반환부지 토양오염 조사를 현행 표준지 조사가 아닌 전수조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범대위는 "아직도 확인하지 않은 지역까지 조사가 진행되면 얼마나 많은 기름통이 발견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경부의 토양오염 조사 기준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국지적 오염이나 폐기물 매립조차 누락될 만큼 사전조사가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대변한다"며 "환경부는 캠프페이지를 포함해 전국의 모든 반환 미군부지의 토양오염조사를 현행 표준지 조사가 아닌 전수조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부실정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으로 앞으로 면밀한 정화작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통에서 샌 것으로 보이는 기름. (사진=박지영 기자)
    이날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통에서 샌 것으로 보이는 기름. (사진=박지영 기자)

    한편 캠프페이지는 춘천 주둔 미군 부대로 2007년 미군으로부터 부지를 반환받은 뒤 국방부가 농어촌공사에 의뢰해 정화작업이 이뤄졌다.

    이후 춘천시가 부지개발을 위한 문화재 발굴 과정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등 기준치의 최대 6배가 넘는 오염이 확인되면서 국방부와 한국농어촌공사의 토양 정화작업 부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토양오염이 공식 확인된 이후에도 시민사회단체가 폐아스콘 등 추가오염을 발견하면서 국방부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윤왕근 기자 wgjh654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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