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무엇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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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무엇을 해야할까

    • 입력 2020.04.13 16:25
    • 수정 2020.04.16 11:42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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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감염자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대중이 모여야 활성화되는 대중문화계는 그 어느 영역 못지 않게 큰 시련기를 맞고 있다.

    특히 영화계와 가요공연분야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3월 마지막 주말에는 영화관객이 183만5000명 정도가 들어왔지만 올해 3월 마지막 주말 영화관객은 15만8000명밖에 되지 않았다. 반 토막을 넘어 90%가 사라졌다.

    ‘코로나19대책영화인연대회의’는 “영화산업 전체가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이대로라면 헤어날 수 없는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영화산업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극장 30%가 관객 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영화산업의 붕괴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면서 “우리는 지난 성명에서 영화산업의 특별지원업종 선정과 금융 지원, 영화발전기금을 통한 신속하고 직접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4월 1일 자로 발표된 정부의 대책에 영화업계가 포함됐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대책이라고 나온 내용은 여전히 뜬구름이다.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실질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요즘 극장에 걸려있는 영화 관계자들은 특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화 제작을 끝낸 관계자들은 영화를 개봉해야 할지, 연기해야 할지를 몰라 망설이고 있다. 영화 제작을 완성하고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만도 50여나 된다.

    강연자나 평론가들, 이벤트업자는 수입이 급감했다. 그달 벌어 그달 생활하기에 바쁜 그들 중 내가 아는 한 명은 3~4월 수입이 0원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국면 설문조사에서는 일상이 정지된 것 같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고, 마음의 거리도 멀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만남 대신 각자의 시간을 가지면서, 지금 뭘 하고 보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단시일에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깨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환경에 적응하면서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할 때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을 쉬라는 게 아니다. 대중문화계는 이런 환경에 맞는 콘텐츠들을 기획하고, 새로운 걸 준비하라는 뜻이다. 음악평론가인 김작가는 과거 자신이 쓴 원고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낯 뜨거운 글도 있겠지만, 지금 감성으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재기발랄한 글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방송가도 대민(對民) 촬영은 피하고 있다. 야외에서 진행됐던 예능들도 실내로 들어오는 등 활동 반경을 줄이고, 새로운 기획으로 승부한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새로운 지역을 찾는 대신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줄어들어 위기를 겪는 기존 가게들의 점검에 나섰다. SBS ‘맛남의 광장’은 불특정 다수가 대거 모이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벗어나 ‘소규모 시식회’ 포맷으로 변경했다.

    SBS ‘런닝맨’도 실내로 들어왔고 MBC ‘끼리끼리’는 세트장을 제작해 실내 미션으로 바꿨다. MBC ‘놀면 뭐하니-방구석 콘서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된 공연의 주인공들을 세종문화회관으로 초대해 안방극장에서 공연을 보게 해줘 호평을 받았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유재석이 서울에서 대구로 한달음에 달려가 일하고 있는 ‘간호사 자기님’과 화상으로 대화하다 눈물을 쏟았고, 이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을 표했다.

     

    필자도 재택근무가 점점 길어지면서 또 다른 생각에 잠긴다. 재택근무는 출퇴근해서 일하는 것과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잘못 활용하면 능률이 떨어진다. 매일 제시간에 일어나 잠자리에서 불과 5m 떨어진 책상으로 가고, 오후 5시가 되면 철학자 칸트처럼 호젓한 동네를 혼자 걷는다. 이런 ‘집콕 리추얼’들은 일의 능률을 높여주고 삶의 리듬을 유지하게 한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온라인 콘텐츠를 자주 보게 된다. OTT, 유튜브, SNS 등에 있는 각종 온라인 콘텐츠는 아무래도 ‘레거시 미디어’보다 훨씬 더 콘텐츠 소비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권력의 축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더욱 더 옮겨지며 권력의 하향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높아진 ‘언택트(Untact)’ 콘텐츠들은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특히 대중문화계에서는 문화소비의 주축으로 ‘앱’ 하나로 모든 걸 주문하고 배달시키는 등 디지털 기기를 상용화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가심비 소비(價心費 消費) 형태를 보이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Millenniels)와 Z세대(G(Gen Z)를 합친 말>의 취향에 이전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맞춰야 생존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인다고 마음의 거리는 멀어지면 안 된다. 최근 미국 CBS 심야 토크쇼 ‘제임스 코든쇼’에 출연한 방탄소년단의 RM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매우 중요한 시기다. 현재 모두 고립돼 있는 것 같아도 우리는 상황, 용기, 웃음으로 연결돼 있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마비시킬 듯 집어삼키고 있지만, 사람 간 불신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우리를 더욱 마비시킬 것이다. 대중문화란 차가워지고 무감각해지며 불안해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역할을 한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추운 겨울이 배경이지만,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포근해지는 드라마가 됐다.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과 포옹하면서 “너도 나만큼 추웠구나”라고 할때, 동병상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밖을 보니 이미 4월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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