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져가세요"...춘천 사우동 감자더미 밤새 '순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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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가져가세요"...춘천 사우동 감자더미 밤새 '순삭'

    • 입력 2020.04.14 11:55
    • 수정 2020.06.05 17:56
    • 기자명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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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찾은 춘천 사우동.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감자더미가 하룻밤새 바닥만 남긴채 사라졌다. 사진/김지훈 기자
    14일 오전 찾은 춘천 사우동.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감자더미가 하룻밤새 바닥만 남긴채 사라졌다. 사진/김지훈 기자

    강원도 감자 풍년이 의 역설이 춘천지역 감자농가들을 덮쳤다. 지난달 전국을 몰아쳤던 '문순C' 감자 열풍은 온데간데없고 춘천 사우동 길바닥에 내던져진 어림잡아 1t이 넘어보이는 감자더미는 하룻밤새 땅바닥이 보일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14일 아침 찾은 춘천 사우동 우두벌판은 황량했다. 전날인 13일 춘천지역 SNS에서 하루종일 화제가 됐던 '버려진 감자더미' 사진에서 보여지던 감자더미는 더이상 찾을 수 없었다. 몇몇 동네 사람들이 다 가져가고 남은 땅바닥에서 쓸만한 감자를 고르는게 전부였다.

     

    지난 13일 오후 춘천시 우두동에서 주민들이 한 농가가 내놓은 감자를 주워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춘천시 우두동에서 주민들이 한 농가가 내놓은 감자를 주워가고 있다. /연합뉴스

    '포켓팅'(포테이토+티켓팅)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강원도 감자가 결국 대량으로 버려진 이유는 지난해 '감자 풍년'이었기 때문이다. 감자 풍년으로 감자를 생산하는 농가들은 팔다남은 감자를 창고에 비축했지만 가격이 폭락했고 올해 햇감자까지 출하되다보니 감자더미가 창고마다 가득 쌓이게 됐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에 납품되던 감자도 공급이 멈추면서 판로가 모두 막혀버렸고 일반 판매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에 최문순 도지사가 '감자 마케팅'에 나섰고 보름동안 2000여t이 판매됐지만 지난해부터 남아도는 감자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춘천지역 감자농가들이 인근 주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도로가에 쌓아놓는 방법을 택했다.

    인근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62)씨는 "지나가다 사람들이 몰려있어 무슨일인가 싶어 보러왔는데 감자를 풀어놓은지는 몰랐다"며 "나도 고추 농사를 하지만 너무 안됐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감자가 창고에 쌓인 이유는 감자가 잘팔리니 너도나도 감자농사를 시작해서 일어난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SNS에서 소식을 접했다는 조모(28)씨는 "오전 2시쯤 SNS에서 게시글을 확인하고 서울에서 야채 장사를 하시는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다"며 "부모님께서도 야채 장사를 하시기 때문에 마음이 아파 혹시나 농가 주인이 판매를 한다면 몇개 좀 사가려고 왔는데 주인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것이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MS투데이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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