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면허반납, 지원금 줘도 “먹고 살려면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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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운전자 면허반납, 지원금 줘도 “먹고 살려면 못해요”

    지난해 고령운전자 474만명⋯5년 전에 비해 42%증가
    춘천 면허반납시 상품권 10만원⋯전국 반납률은 고작2%
    시,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유도 위해 30만원 상향 예정

    • 입력 2024.04.26 00:08
    • 수정 2024.04.26 15:48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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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춘천시치매안심센터에 노인들이 인지 선별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사진=오현경 기자)
    지난 25일 춘천시치매안심센터에 고령운전자들이 인지 선별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사진=오현경 기자)

    “나이는 먹었어도 병원 가야지, 교회 가야지…차가 필요해요”

    지난 25일 춘천시 치매안심센터에는 인지 선별검사를 받기 위해 방문한 노인들로 대기실이 꽉 차 있었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운전면허 갱신을 받기 위해서는 지역 치매안심센터 또는 보건소를 찾아 1차 검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검사는 치매안심센터 소속 간호사와 1대 1로 진행되며,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중·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마친 노인 기준으로 30점 만점에서 25점 이상을 받아야 되며, 검사를 통과하면 면허시험장에 가야 면허증을 갱신할 수 있다.

    이날 치매안심센터를 찾은 김모(81)씨·정모(75)씨 부부는 “최근 깜빡깜빡하는 증상이 생기는 것 같아 혹시 몰라 방문했다”며 “평소에 차량을 잘 이용하지는 않지만, 병원에 자주 가고 교회도 다녀야하기 때문에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 외에도 보건소·치매안심센터를 찾아 검사를 마친 인원은 이날 오전에만 15명이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운전자도 늘고 있다. 자연스레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지만, 운전면허 자진 반납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운전 면허증을 보유한 65세 이상 인구는 474만7000여명으로 5년 전인 2019년(333만7000여명)과 비교하면 42%가량 늘었다.

    자연스레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도 증가 추세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망사고는 지난해 745명으로 1년 전보다 10명(1.4%) 늘었고, 사망사고는 아니더라도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고 건수는 2017년 2만6713건에서 2022년엔 3만4652건으로 4년 새 19%나 증가했다.

    춘천시 신북읍에 위치한 운전면허시험장 내 고령운전자 교육장. 만 75세 이상 노인은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이곳에서 교육을 이수받아야 한다.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시 신북읍에 위치한 운전면허시험장 내 고령운전자 교육장. 만 75세 이상 노인은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이곳에서 교육을 이수받아야 한다. (사진=오현경 기자)

    사회적으로 ‘고령’의 기준이 높아진 데다 운전자의 연령대도 높아졌지만, 최근 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도 곱지 않다.

    지난 23일 경기 용인시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은행 건물으로 돌진해 전면 유리창이 깨지고 현금지급기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2일에는 경기 성남시의 한 노인복지회관의 주차장에서 9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갑자기 후진하면서 1명이 숨진 사고도 있었다.

    앞으로 고령 운전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사고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은 딱히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에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면허증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면허증 자진 반납 제도는 고령 운전자에게 인센티브 등을 주는 방식인데, 춘천시는 지역상품권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타 지자체도 비슷한 수준이다.

    춘천시 치매안심센터에서는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갱신 전 인지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시 치매안심센터에서는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갱신 전 인지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하지만, 고령 운전자들은 상품권 10만원을 받고 운전 면허증을 반납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춘천시민 조모(67)씨는 “춘천처럼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서 상품권 10만원을 받는다해도 어림없이 부족하다”며 “내 차를 끌고 다니는게 훨씬 편하고 이득”이라고 말했다. 신북읍 면허시험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64)씨도 “생업이 걸린 문제라 운전면허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직 멀쩡해서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률은 전체의 2%대(11만2896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춘천시는 인센티브 지급액 등을 높여 면허 반납을 유도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최근 인센티브를 3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올해 추경을 통해 예산이 확정될 경우 5월부터는 지원금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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