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보약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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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기 보약에 관하여

    [김도경의 동의보감]

    • 입력 2024.04.16 00:00
    • 수정 2024.04.21 00:18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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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나이가 들어 죽는 것은 이 세상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중에도 암이나 중풍, 치매 등 큰 병을 앓다 죽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늙어 죽는 것이 모두가 원하는 ‘정답’이겠지요.

    하지만 승용차의 연식이 오래되면 여기저기 손볼 곳이 많아져 오일, 바퀴 등을 교체해야 하듯 사람도 노화가 시작되면 여기저기 불편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머리가 희어지고, 귀가 어두워지고, 눈이 침침해집니다.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지고 허리 디스크나 협착증, 퇴행성 관절염 등도 나타나지요. 

    이런 불편함이 생길 때는 체질에 맞게 보약을 드시면 노화 방지 및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흔히 보약이라고 하면 값비싼 약재, 몸에 좋은 약재를 많이 넣은 것으로 오해를 하는데 보약도 체질에 맞아야 합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옷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입을 수 없는 것처럼 몸에 좋고 비싼 약이 보약이 아니고 내 체질에 맞는 약이 보약이 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 늘 피로하고 몸이 처져 활력이 없다는 65세 남성이 찾아오셨습니다. 이것저것 문진을 하다 보니 환자분의 증상이 종합병원 그 자체였습니다. 어지러움, 이명, 불안증, 불면증, 전립선 비대증, 요추 협착증 등등 불편하지 않은 곳이 없었지요. 하루에 드시는 약도 10여가지나 되었습니다. 정형외과, 신경과, 비뇨기과, 내과 등등 병원을 번갈아 가며 몇 년째 다니고 계신 데 이분 말씀이 “이런 증상은 그냥 놔두고, 기운이 너무 떨어져 그러니 그냥 보약이나 한 제 먹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증상은 전부 콩팥이 약해지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증의 경우 남자냐, 여자냐, 우측이냐, 좌측이냐에 따라 원인이 다른데 이분의 경우 우측에서 소리가 나므로 콩팥이 약한 것으로 봅니다. 또한 콩팥이 약해지면 척추의 힘이 떨어지므로 허리 협착증도 나타날 수 있지요. 남자의 어지러움, 불안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도 콩팥 기능이 약해지면 발생합니다. 또한 전립선 비대증으로 나타나는 잦은 소변, 잔뇨감, 야간 빈뇨 등도 콩팥에 힘이 약해진 현상으로 보므로 콩팥의 힘을 도와주는 한약이 이분에게는 보약이 됩니다.
     

    노화로 인해 신체에 불편함이 생길 때는 체질에 맞는 보약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화로 인해 신체에 불편함이 생길 때는 체질에 맞는 보약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런데 환자분께 이런 말씀을 드리면 가끔 오해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거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양방과 한방의 차이라고 보면 됩니다. 양방은 검사 후 구조나 조직에 문제가 있거나 수치에 이상이 발견되어야 병으로 판단하지만, 한방은 기능적인 문제를 더 중요시합니다. 한방에서 말하는 콩팥은 콩팥뿐만 아니라 귀, 척추, 뇌, 모발, 소변, 치아 등과 연관을 지어서 봅니다. 그러므로 환자분들 입장에서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한약은 농사가 잘되게 도와주는 거름과 같습니다. 체질적 약점을 보완하여 인체가 건강한 상태로 원상 회복되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임시로 진통제나 수면제. 이뇨제를 쓰는 것이 아니므로 치료를 꾸준히 해야 합니다. 흔히 한약은 효과가 늦다는 말을 하는데 특히나 노화로 인해 몸이 쇠해지면 보약 한 제로 낫는 것이 아니며 적어도 3개월 정도 치료하여야 합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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