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재명 방탄에 ‘몰빵’⋯총선에서 춘천이 사라졌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기획) 이재명 방탄에 ‘몰빵’⋯총선에서 춘천이 사라졌다

    민주 총선, 李 사법리스크 극복 도구로
    '방탄 국회' 위해 강성층 기반 승리 절실
    비명횡사 경선에 지역 공약 개발 소홀
    "춘천 국회의원도 이재명 눈치만 본다"

    • 입력 2024.03.28 00:09
    • 기자명 특별취재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강원자치도를 낙후한 지역의 대명사로 보고 있는 것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경기북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를 시행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까지 이 대표가 강원도를 낙후된 지역으로 표현하며 ‘전락(굴러떨어짐)’이란 말까지 쓴 데 대해 크게 반발했다. 사태가 커지자 이 대표는 이튿날 “과도하게 표현한 것 같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발언은 지역 정치에 무관심한 채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강한 발언을 쏟아내다 나온 것으로 단순 실수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대 야당 민주당이 확고한 ‘이재명 원톱 체제’로 치르는 이번 총선에서 강원자치도를 비롯한 지역 정치에 유독 무관심하다는 불만이 높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총선 후보 명단을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채웠고, 이 대표는 얼굴을 비추는 곳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내세우는 데에만 여념이 없다. 강원특별자치도, 특히 춘천 지역 후보들 역시 이런 민주당과 이 대표의 눈치만 볼 뿐,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시민을 위한 공약 발굴에 소홀하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한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집중하면서 강원자치도와 춘천 시민은 ‘이재명 방탄 정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판의 날’ 앞둔 이재명, 총선 승리 사활

    이달 들어 전국을 순회하며 유세를 벌이고 있는 이 대표는 지난 19일 춘천에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춘천과 관련된 총선 공약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춘천을 찾은 자리에서 강원권 공약에 “아침에 (도당에서) 발표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날 민주당이 발표한 강원 춘천 공약은 없었다. 춘천 공약에 대해 재차 질문을 받고 “지역 공약은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미뤘다. 이에 대해 “지역에 방문하면서 지역 공약도 살펴보지 않고 왔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원톱 체제’로 치르는 이번 총선에서 강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원톱 체제’로 치르는 이번 총선에서 강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이 대표가 춘천에 방문한 이날은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과 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했어야 하는 날이다. 이 대표는 선거 전까진 출석이 힘들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역시 참석하지 않고 충청권 유세에 나섰다. 재판부가 강제구인 검토 데드라인으로 정한 26일에서야 이 대표는 재판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 그것도 자신의 탄탄한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승리에 혈안이 돼 있다. 사법 리스크를 넘기 위해서는 다음 대선때까지 국회가 ‘방탄’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지난번 체포 동의안 표결에서 나온 당내 반란 표를 경험한 바 있고, 이를 생각하면 민주당의 승리만으로는 불안하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설훈, 박용진, 김한정 의원 등 비명계 중진 의원들뿐 아니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까지 탈락하자 ‘비명횡사, 친명횡재’란 말이 나왔다.

    ▶춘천 공약은 “나중에”⋯연이은 강원 홀대

    이 대표의 방탄 올인은 자연스레 민생 공약에 대한 홀대로 이어진다. 이재명 방탄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터뜨린 의대 증원과 전공의 파업이나 고물가 같은 전국적인 이슈가 총선판을 뒤엎을 기세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연일 특검을 외친다. 국민의힘 역시 야권을 지칭해 극단주의자들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치의 변방으로 평가받는 강원 지역에 대한 홀대가 두드러진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남북 관계 완화에 따른 각종 ′평화′ 공약을 제시했고, 이낙연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이 지역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거나 도당을 비롯한 현장에 방문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강원지역과 관련한 공약은 이렇다 할 것이 없고, 오히려 ′강원서도 전락′ 같은 비하 발언만 나왔다.

    춘천에 대한 홀대 역시 눈에 띈다. 이 대표는 춘천 방문 1시간 동안 단상에 총 두 번 올라 경제, 외교, 안보, 민생과 관련한 정부 비판에 치중했다. ‘박근혜 정권’ ‘해고’ 등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춘천에 대한 언급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는 “춘천시민 여러분 잘 살고 싶죠” “춘천 경제 많이 나쁘죠” 등 시민들에게 질문을 던질 뿐이었다.

    지난 19일 춘천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 중앙). (사진=MS투데이 DB)
    지난 19일 춘천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 중앙). (사진=MS투데이 DB)

    ▶ 후보 공약도 재탕 수준 “이겨도 승리 아니다”

    이번 제22대 총선 민주당에선 춘천갑에 허영 후보가, 을에 전성 후보가 출마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후보들이 지역 주민보다 당 대표 눈치를 더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뿐 아니라 중앙당 전체가 이재명 방탄을 위해 한 목소리로 뭉쳤는데, 혼자 지역 살리기 같은 다른 목표를 세우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후보들의 총선 공약 역시 ‘재탕’ 수준이다. 허 의원은 이번 총선 1호 공약으로 “21대 총선에서 약속한 ‘춘천호수국가정원’ 조성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4년 전에도 본인이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던 안건이다. 지난해 일부 부지에 지방정원 조성이 확정되며 공약 속 ‘조성’이 ‘완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퇴계역 신설 공약도 마찬가지다. 지난 총선에서 퇴계역과 북춘천역 신설 공약을 내걸었던 허 의원은 이번에도 같은 카드를 꺼냈다. GTX-B 연장안 확정과 연계해 4년 전과 달리 정식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운영 중인 역들의 정차역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터라 또다시 공약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역시 의대 정원이나 운동권 청산 같은 이슈에 매몰돼 있는 만큼 이런 상황에서도 춘천 지역 총선 판도가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춘천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제22대 국회 내내 들러리 역할밖에 못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민주당이 패배하는 길이나 ‘이재명의 민주당’이 승리하는 길 두 가지밖에 없는데, 민주당 춘천 후보들은 친명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후보들이라 승자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1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