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환적 사회 전염⋯‘학생 편’ 가득한 학교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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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순환적 사회 전염⋯‘학생 편’ 가득한 학교 문화

    [기고] 정문걸 철원교육지원청 교육장

    • 입력 2024.03.26 00:00
    • 수정 2024.03.28 11:16
    • 기자명 정문걸 철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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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걸 철원교육지원청 교육장
    정문걸 철원교육지원청 교육장

    동일 지역에 위치하는데도 불구하고 유난히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 사안이 많은 학교가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가 있다. 비교적 사안이 많은 학교들을 살펴보면 그렇게 될 만한 학교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주요 특징 중 하나가 ‘학교 구성원 모두가 남 탓을 한다’는 것이다. 학생끼리 서로 탓을 하고, 학생은 교사를, 교사는 학생을 탓하는 문화가 형성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문화에 빠져들어 점점 고착화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봉(Gustave Le Bon, 1841~1931)은, 1895년에 발표한 ‘군집심리(Psychologie des Foules)’에서 ‘군중 내, 개인의 성격은 군중의 색깔로 가려지고 집단적인 군중의 정신에 의해서 지배당한다’고 하였다. 그가 말한 군중의 개념은 오늘날과는 다르지만 맹신성, 편협성, 충동성과 같은 군중의 부정적 특성은 여전히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다. 파리대학교 교수로도 재직한 르봉은 군중심리학의 창시자로 평가받으며 개인, 특히 고도로 발달된 문화 속에서의 개인은 자신의 비평적 능력을 상실하고 감정적이며 원시적인 방식으로 행위를 한다고 주장하였다.

    사람은 경우에 따라 다른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휩쓸리고, 어떤 경우에는 집단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행동하기도 한다‘ 다수를 따르는 게 나에게 득이 된다’는 어렴풋한 믿음에 근거한다. 타당한지 아닌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다수의 행동을 따르는 것이다. 그런 현상은 집단의 한 지점에서 시작된 소용돌이가 집단 전체로 전염되기 때문에 나타난다. 르봉은 이런 현상을 '사회 전염(Social Contagion)'이라고 불렀다. 바이러스와 세균이 질병을 옮기는 것과 같이 사람들의 정서와 행동이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지는 현상을 비유한 것이다. 사회 전염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 체계, 도덕심, 사회적 규칙, 책임감에 의한 행동 통제 기제가 무너지고 원초적인 공격성과 충동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난다. 강의실에서 질문 있으면 하라고 하면 서로 눈치만 보고 가만히 있다가 한 학생이 질문하기 시작하면 서로 질문하려고 손을 든다. 한 사람이 기지개를 켜면 다른 사람도 기지개를 켠다. 국가적, 사회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지난해 7월 신림역과 8월 서현역에서의 이른바 ‘묻지마 칼부림’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모방 범죄가 크게 이슈화되고 사회 불안을 유발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극단적인 특정 사상과 이념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매몰되여 폭력이나 과격한 집단행동 등으로 표출기도 한다. 이른바, 편 가르기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병폐이다. 진영논리에 빠져 우리 편은 뭘 해도 괜찮고, 상대편은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고질병이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이러한 진영논리나 줄 서기, 어떤 사리사욕을 위한 부적절한 개입은 없어야 하겠다.

    학교폭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학교는, 언젠가 어떤 계기로 사안이 발생하였는데 그 발생 빈도가 잦아지다 보면, ‘다른 사람도 그랬는데 나도’, ‘우리 학교는 원래 이래’가 되어 사안 발생에 점점 무뎌지게 되고 학교폭력 발생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문화에 젖어들게 되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 교육가족들이 편 가르기나 상대방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바람직하지 않는 사회 전염으로 학교문화가 형성되어서는 안 되겠고, 남 탓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로, 우리 학생들이 마음껏 어울리며 배우고,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헌신하는 사람들이 우대받았으면 한다.

    이왕에 사회 전염이라면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펼치고자 하는 좋은 일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서로를 배려하는 학교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네 편과 내 편을 가르는 배타적 구태를 벗어나 우리 ‘학생 편’인 사람들로 가득한 선순환‘학교문화와 사회 전염’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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