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매년 5000만원 기부”⋯13년째 재소자 고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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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은 매년 5000만원 기부”⋯13년째 재소자 고용하는 이유

    춘천 향토기업 ‘지혜안전’ 장덕범 대표
    13년째 출소자 및 모범 재소자들 고용
    사회적 낙인 억울한 출소자 자립 돕고자
    “취약 계층 돕고 지역 상생에 힘쓸 것”

    • 입력 2024.03.24 00:08
    • 기자명 한상혁 기자·김용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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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만 맘 잡게 하자고 시작했는데, 벌써 13년째네요.”

    19일 오전 11시 춘천 동산면. 동춘천산업단지 내 교통시설물 설비업체인 지혜안전 입구 앞에 ‘사회적 기업’ 인증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마침 작업복을 입은 한 무리의 장정들이 우루루 컨테이너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일하는 재소자 근로자들로, 출소를 앞둔 모범수들로 이뤄져 있다. 장덕범(57) 지혜안전 대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다시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회에 적응을 돕는 우리 같은 회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혜안전은 공동대표 장 대표가 2002년 창립한 회사로 23년째 춘천에서 안전시설물, 도료, 금속구조물 등을 제조하는 도장공사업을 한다. 2012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으로부터 재소자 고용에 적극적인 기업을 인증하는 ‘허그 기업’에 지정됐고, 2016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에 선정됐다. 장대표는 “거창하진 않아도 조금씩 보태서 함께 가는 것이 보다 좋은 사회로 향하는 출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혜안전 입구에는 사회적 기업 등 여러 인증 표지판이 붙어있다. (사진: 김용진 인턴기자)
     지혜안전 입구에는 사회적 기업 등 여러 인증 표지판이 붙어있다. (사진: 김용진 인턴기자)

    ▶“‘한 명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서 시작”

    현재 지혜안전의 전체 임직원 22명 중 재소자가 6명이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예비 가석방을 앞둔 재소자들 중 모범수를 선발해 희망하는 기업에서 채용할 수 있도록 알선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장 대표는 “오히려 재소자들 중 모범적인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추가적인 범죄를 예방하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재소자들 채용에 나선 것은 2008년부터 교정위원으로 일하면서부터다. 그는 재소자들이 출소 후에도 사회적 낙인이 찍혀 차별받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왔다. 재소자 중에는 억울한 사람도 많았다. 장 대표는 출소자 한 명을 데리고 일하던 중 그에게 가슴 아픈 사연을 들었다. 과거 그는 자전거 한 대를 훔쳤다가 7년을 복역했다고 했다. 당시 경찰이 동네 온갖 자전거 도난 사건을 한 명에게 뒤집어씌워 나온 결과였다. 장 대표는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7년의 복역은 부당했다. 그때부터 억울하고, 사회로부터 차별 받는 갈 데 없는 출소자들을 받아주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소자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꾸준히 출소자들과 함께 하다보니 2012년 허그 기업에 지정됐다. 지혜안전은 2024년까지 13년동안 출소자와 재소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법무보호공단에 따르면 취업 프로그램을 거친 출소자의 재범률이 0.3%라고 하니 지역사회의 범죄 예방에도 기여한 셈이다. 장대표는 “‘한 명만 맘 잡고 살게 해줄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도 재소자 채용은 나쁜 선택만은 아니다. 재소자들에 대한 급여는 나라에서 정하는데 최저시급보다는 낮은 급여를 받는다. 인건비를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는데다, 모범수들의 근로 능률은 일반인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원이 힘⋯여러 사람들에게 도움 주고 싶어”

     

    지혜안전은 2024년 베트남(사진 왼쪽), 2020년에는 필리핀으로 임직원 가족 연수를 떠났다. (사진: 지혜안전 제공)
    지혜안전은 2024년 베트남(사진 왼쪽), 2020년에는 필리핀으로 임직원 가족 연수를 떠났다. (사진: 지혜안전 제공)

    장 대표는 지혜안전을 일반 근로자들에도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가구 생산, 조선소 업무 등을 맡다 7년 전 이곳에 입사한 김연수(36·작업반장)씨는 업무 만족도가 높다. 김씨는 “동종업계에 있다 왔지만 이곳의 작업 환경이 더 낫다”며 “근무 시간도 일정해서 워라벨을 챙길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꾸준히 이곳에서 근무하고 퇴직 후에 집을 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유영희(50·품질관리담당사)씨는 회사가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육을 지원해줘서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다. 

    지혜안전은 매년 1~2월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데리고 해외 연수를 간다. 장 대표는 “상대적으로 일감 없는 비수기에 1년 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것이 업무 능률을 높이고 이직률을 낮추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혜안전은 매출이 감소세에 접어들긴 했지만 지난 5년간 연매출 30억~40억 정도를 유지해 왔다. 다른 사회적 기업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지혜안전은 자체 수익 구조를 통해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장 대표는 그러나 최근 정부가 사회적 기업 줄이기에 나서며 보조금 등 지원을 줄이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장 대표와 아내 홍경숙씨는 개인적으로도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에 각각 가입해 적극적인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도내 학교 장학금 지원, 연탄 봉사 등 지역사회 공헌에 앞장선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장대표는 매년 5000만원을 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도 일을 하다보면 언제나 어려운 분들이 눈에 아른거린다”며 “각 지역에 계신 힘든 분들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혁 기자·김용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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