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없애니 돈이 모이네” MZ, ‘현금 챌린지’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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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 없애니 돈이 모이네” MZ, ‘현금 챌린지’에 빠지다

    2030세대서 현금 생활 유행
    미국서 시작, 국내서도 입소문
    배달·온라인 구매 줄이는 효과
    현금영수증으로 절세 효과도

    • 입력 2024.03.25 00:08
    • 수정 2024.04.16 00:10
    • 기자명 한상혁 기자·유지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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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정민지(23)씨는 지난해 8월부터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생활비를 지출한다. 현금 생활을 시작한 뒤로 온라인 구매·배달앱 이용이 줄어들며 생활비를 매달 15만원 이상 아끼고 있다. 정씨는 “계좌 속 숫자로만 생각하던 돈이 눈에 보이니까 모으는 재미가 있다”며 ”아낀 돈으로 적금을 들어 목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 생활비 절약 방법으로 ‘현금 챌린지’가 유행이다. 신용카드를 없애거나 사용하지 않고 오직 현금만 사용하며 지출을 줄이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무지출 챌린지(하루 지출 0원을 목표로 소비하는 것)’, ‘거지방(익명으로 소비내역을 공유하는 방)’에 이어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놀이에 가까운 방식으로 생활비 절약을 시도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현금 챌린지는 주간·월간 등 일정 기간 동안 지출할 예산을 정해 현금으로만 생활하는 방식이다. 한 달 생활비를 현금으로 인출한 뒤 △식비 △의류비 △생필품비 △경조사비 등 항목별로 나눠 실제로 바인더(속지를 철하여 꽂는 형식의 플래너) 등에 배분하고 바인더를 지갑 대신 들고 다닌다. 돈을 쓸 때마다 현금으로 지불하고 남은 돈은 현금으로 저축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돈이 모인다는 설명이다.

     

    19일 인스타그램 기준 현금챌린지 게시물(왼쪽)은 6만2000 건, 현금생활 게시물(오른쪽)은 8만8000 건 업로드돼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19일 인스타그램 기준 현금챌린지 게시물(왼쪽)은 6만2000 건, 현금생활 게시물(오른쪽)은 8만8000 건 업로드돼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부천시민 김은정(37)씨는 2인 가구 기준 한 주에 20만~30만원을 쓰다가 지난해 6월 현금생활을 시작한 후 주간 지출을 10만~15만원으로 줄였다. 특히 식비 항목에서 절약했다. 카드로 결제할 시 평균 13만2000원이 들던 주간 식비가 현금을 쓰며 평균 6만5600원으로 절반으로 감소했다. 김씨는 “배달 음식 대신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만으로도 절약되는 금액이 크고, 온라인 쇼핑 대신 예산 안에서 오프라인으로 직접 구매한다”며 “카드생활을 할 때는 얼마나 쉽게 돈을 썼는지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2022년 미국에서 ‘캐시 스터핑(Cash stuffing)’이라는 이름으로 앞서 유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일 현재 SNS에 ‘현금챌린지’, ‘현금생활’을 검색한 결과, 총 15만 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검색됐다. 자신이 현금 챌린지에 참여하며 절약한 성과나 느낀점 등을 SNS를 통해 활발히 공유하는 것도 MZ세대의 특징이다. 

    태어날 때부터 카드나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MZ세대는 현금 생활이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다. 올해 3월부터 현금생활을 시작했다는 경기도 거주자 송민지(24)씨는 “독립을 목표로 절약 방법을 강구하다 SNS를 통해 현금챌린지를 알게 됐다”며 “초등학생 때 용돈 받고 용돈 기입장을 쓰는 느낌이라서 재밌다. 직접 돈을 만지며 배분하니 ‘부루마블’ 게임하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송민지씨가 현금생활을 주제로 월바인더를 채우는 ‘희밍의 우당탕탕 현금생활’ 유튜브 영상의 일부분이다. (사진=송민지씨 제공)
    송민지씨가 현금생활을 주제로 월바인더를 채우는 ‘희밍의 우당탕탕 현금생활’ 유튜브 영상의 일부분이다. (사진=송민지씨 제공)

    현금생활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소비 습관을 되돌아보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지출 금액을 숫자로만 확인할 수 있는 반면, 현금을 쓰면 돈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절세 측면에서도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연말정산에서 현금영수증(30%)은 신용카드(15%)보다 2배 높은 소득공제를 받는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현금챌린지는 고물가 시대에 가계 경제가 어려우니 MZ세대 사이에서 돈을 절약해 어려움을 타개해 보자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바인더를 꾸미며 소비를 줄이는 과정을 즐겁게 하는 것이 재밌는 현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한상혁 기자·유지연 인턴기자 sh0293@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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