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g 폐지 손수레 끌며 위태로운 도로 통행⋯“위험해도 먹고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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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kg 폐지 손수레 끌며 위태로운 도로 통행⋯“위험해도 먹고 살아야죠”

    지난달 서울 은평구서 폐지줍던 노인 교통사고로 사망
    국내 약 4만2000여명 폐지 노인 중 22%가 부상 경험
    춘천지역 차도 곳곳에서도 위험에 노출
    야광조끼 지급 등 안전대책 시급

    • 입력 2024.03.08 00:09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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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춘천의 한 전통시장 앞에서 폐지 수거 노인이 손수레에 종이상자를 싣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지난 6일 춘천의 한 전통시장 앞에서 폐지 수거 노인이 손수레에 종이상자를 싣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지난 6일 오후 춘천 소양로 전통시장 앞 4차선 도로. 폐지를 수거하는 한 노인은 손수레에 종이상자를 싣고 있었다. 자신의 몸집보다 큰 폐지를 힘겹게 쌓아 올리는 동안 바로 옆에는 차들이 쌩쌩 지나다녔다. 2차선에 있던 한 차량이 손수레를 피해 급히 차선을 옮기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뒤따라오던 차량들도 놀라 경음기를 울렸다.

    도로를 건너 고물상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무게가 100kg는 족히 넘어보이는 손수레 옆을 차량들이 스치듯 지나거나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달렸다. 노인은 반대방향으로 역주행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의례 그랬듯 “위험한 걸 알지만, 최대한 조심히 다녀야지 어쩌겠냐“며 ”차 신호에 맞춰서 건너고,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손수레는 차보다 속도도 느리고 폐지 등이 떨어질 염려도 있는데 차도를 피해서 다녀야 하지 않냐”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손수레를 이용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위한 안전 장치가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3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폐지 수거 노인은 4만2000여명이다. 이 중 폐지를 수집하다 부상을 경험한 노인은 22%에 이르며 교통사고 경험률은 6.3%였다.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앞 도로에서는 SUV 1대가 차량 8대를 잇달아 들이받으면서 근처에서 폐지를 줍던 노인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등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차도 위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일한다는 것이 당연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폐지 수거 노인의 절반이 생계유지가 목적이라 당장 그만두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손수레를 끄는 노인 옆으로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손수레를 끄는 노인 옆으로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폐지 수거 노인이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이유는 안전한 통행로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가로 1m가 넘는 손수레는 차로 분류돼 인도를 지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도 안전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선 위험에 노출된 폐지 수거 노인들을 위해 야광조끼나 손수레에 반사테이프를 부착해주는 등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강원지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손수레 노인들이 차량을 피해 안전 운행을 할 수 있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벽이나 밤에는 수레에 반사 띠를 부착하거나 야광반사재 옷을 입어서 운전자나 다른 보행자들의 눈에 띄게 다니는 것도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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