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감언이설] 총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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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의 감언이설] 총선 이후

    • 입력 2024.03.07 00:00
    • 기자명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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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총선이 한 달 정도 남았다. 공천을 둘러싸고 열기가 뜨겁다. 국민을 위해 가장 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후보 자리에 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항상 잡음이 있다. 선거구 획정 때부터 말이 많고 위성 정당 문제로 시끄러웠다. 공천받지 못해 분신을 시도하는 사람마저 생겼으며 탈당이 줄을 잇고, 어제까지 각을 세웠던 상대 당으로 넘어가 공천을 받기도, 합종연횡을 통해 신당이 만들어진다. 정말 정신없는 최근 한 달이었다. 다행인 건 이 북새통도 한 달 후면 끝난다는 거다. 가슴 한구석이 후련해진다.

    하지만 가슴속 다른 구석은 무거워진다. 총선 이후가 두렵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는 어떤 방식이든 민의를 반영할 것이고, 우린 당선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심으로 일하길 바랄 뿐이다. 문제는 총선 국면에서 정부와 각 정당과 우리 사회가 가까스로 억누르고 무책임하게 내지른 것들이다. 아마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먼저 한국인 최고의 관심사인 부동산이다. 지난 정부 때 정점에 올랐던 집값은 이번 정부 들어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고, 현 정부는 떨어지는 시세를 막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 잠깐 반등도 있었고, 하락의 속도는 늦춰진 것 같지만 총선 이후는 쉽지 않을 것이다. PF 문제도 마찬가지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일이 터지나 싶었지만, 다행히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총선 후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분양 시장이 예전 같지 않은 지금, 건설사들이 연쇄적으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

    자영업자 대출 만기도 연장될지 모르겠고, 각종 공공요금도 총선 후에 오를 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유류세 인하도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거다. 물가가 정말 걱정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통령이 전국 각지를 돌며 발표한 민생 공약의 뒤처리도 쉽지 않을 것이다. 800조원이 넘는 돈이 든다고 하는데, 현재 대한민국 국고는 심각할 정도로 메말라 있다.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여당을 지지한 국민들에게 배신감을 주지 않으려면, 증세하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수밖엔 없다. 이외에도 총선 전에 덮어놓은 수많은 현실적 사안들이 4월 이후 고개를 들고 일어날 것이다.

    경제만 두려운 게 아니다.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독처럼 내뱉어진 수많은 혐오와 거짓, 술수의 말들과 그들이 보여준 신뢰할 수 없는 행동들은 어느새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고 국민들의 심성에 영향을 미쳤다. 과장이 아니다. 우린 모든 걸, 특히 나쁜 걸 정치에서 배운다. 최근 <건국전쟁> 논쟁은 좋은 예다. <건국전쟁>이 담고 있는 이승만 묘사에 대해 비판이 일자 감독은 갑자기 <파묘>를 좌파 영화로 몰기 시작했다. 자기 영화가 비판을 받으면 자기 작품만 방어하면 될 일이지만 갑자기 다른 영화를 끌어들인 거다. 이것은 정치인의 전형적인 ‘물타기’ 전술이며, ‘남 탓’ ‘내로남불’ 등과 3종 세트를 이루는 가장 저질적인 논리 전개다. 우리 사회는 총선을 앞두고 어느새 이런 논리 구조에 물들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총선은 끝날 것이고, 우린 총선을 치르면서 접한 독소들을 빼기 위해 한동안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민생 위기가 닥쳐온다면, 그것을 놓고 여야는 다시 책임 공방과 힘겨루기를 할 것이다. 이제 한국 정치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영겁의 형벌이 된 것일까? 이 모든 게 진정 기우이길 바란다.

     

    ■김형석 필진 소개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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