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자 E 호스트가 운영하는 I 들의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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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자 E 호스트가 운영하는 I 들의 아지트

    [춘천일기]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 입력 2024.03.08 00:00
    • 수정 2024.03.09 00:02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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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옛날 사람들이 처음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갈 때 주로 혈액형을 물어봤다면, 요즘 MZ 세대들은 MBTI를 묻는 게 필수인 것 같다. too much information이지만 나의 MBTI는 ENTP, 격렬한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 발명가 형이다. 남들은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가끔 바뀌기도 한다던데 같은 테스트를 몇십 번을 해보아도 결과가 바뀐 적은 한 번도 없다.

    MBTI는 과학이라고들 한다. MBTI 유형은 일이나 인생, 여러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특히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떠날 때는 MBTI 궁합도 중요하다.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여행을 함께 즐기는 꿀 조합이 있지만 결국엔 서로 싸우고 여행을 망치는 것뿐만 아니라 나아가 관계를 망치는 최악의 조합도 있다. 

    MBTI의 4가지 요소 중 첫 번째 지표는 심리적 에너지와 관심의 방향, 태도에 따라 E와 I로 나뉘는데, 외향형은 외부의 자극을 내향형은 자기 내면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들 말하는 ‘핵인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리더십이 있는 외향적인 타입이 E라면, 소수의 사람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고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내향형 타입이 I이다.

     

    과거에는 처음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갈 때 주로 혈액형을 물어봤다면, 요즘은 MBTI를 묻는 게 필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과거에는 처음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갈 때 주로 혈액형을 물어봤다면, 요즘은 MBTI를 묻는 게 필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스테이를 운영하며 깨달은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부부가 모두 외향형, 대문자 E인 데 반해 우리 숙소를 찾아오는 게스트들은 대부분 I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 숙소에는 더블룸, 트윈룸, 이층침대 방, 싱글룸 등 여러 타입의 객실이 있다. 이 중 혼자서 머무는 싱글룸이 가장 예약률이 높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숙소를 예약하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춘천에 와서 꼭 무언가를 하고 가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없다.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하기보다 숙소에 머물면서 여기저기 놓여있는 책을 읽거나 틈틈이 동네 산책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극 I인 손님들과는 주로 직접적인 대화보다 메시지를 통해 소통하는 편인데, 가끔은 손편지를 남기기도 한다. 손님들의 회신도 I스러울 때가 많다. 객실의 방명록 한쪽에 수줍게 메시지를 써 두시거나, 한참 지난 뒤 예약사이트에 장문의 리뷰를 정성스럽게 남기시는 분들도 많고, 간식이나 선물을 슬쩍 전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E호스트가 운영하는 I들의 아지트 숙소, 아이러니하지만 지금 우리 숙소의 현재 상황은 그렇다. I 타입의 게스트 중에서도 춘천일기와의 꿀 조합 게스트는 P 타입. 계획형인 J보다, 즉흥적인, 아니 좀 더 느낌 있게 표현해 보자면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때그때 날씨나 계절, 기분이나 상황에 맞는 여행을 하는 게스트를 위해 한 사람 한 사람 어떤 여행을 원하는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다음 거기에 맞춰 딱 맞는 장소나 일정을 추천하는 일, 어떻게 생각하면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전을 써내는 일과도 비슷한 것 같다.

    그렇게 추천한 여행코스를 게스트가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 하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춘천이라는 도시를 행복하게 떠올리는 거야말로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고 계속해서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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