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커피와 닭갈비 화덕피자+백김치⋯미대 출신 부부의 특별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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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커피와 닭갈비 화덕피자+백김치⋯미대 출신 부부의 특별한 카페

    [동네 사장님] 13. 카페 ‘비비’
    팔호광장 근처 주택 개조한 갤러리 카페
    미대에서 만난 예술가 부부의 취향 물씬
    커피 맛집에서 ‘화덕피자 맛집’으로 변신
    닭갈비 피자, 춘천 대표 먹거리 예약

    • 입력 2024.02.26 00:06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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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의 가게를 발굴하고 ‘동네 사장님’이 가진 철학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편집자 주>

    춘천 동부시장 입구. 소박하지만, 예술 감각이 넘쳐나는 가게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는데, 최근에는 ‘화덕피자 맛집’으로 변신을 시도한 ‘비비(BB)’ 카페다.

    비비는 캐나다에서 오랜 기간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손줄리아(61)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다. 카페 안팎은 미대 출신인 손 대표 부부가 직접 그린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2015년 개업한 비비는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커피가 맛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표는 캐나다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49th parallel’에서 블렌딩한 커피를 주 1회 항공편으로 들여오는 등 커피 맛을 차별화하기 위해 애썼다.

    최근에는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 별도 시설에 화덕을 구축하고 ‘화덕피자’를 신메뉴로 내세운 것. ‘닭갈비 피자’ 등 춘천의 색깔을 담은 메뉴도 출시했다. 600도의 화덕에서 구워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피자는 맥주 안주로도 인기가 많다.

    23일 팔호광장 근처 비비에서 커피를 내리고, 피자를 굽는 손줄리아 대표를 만났다.

     

    600도의 화덕에서 피자를 꺼내고 있는 손줄리아(61) 비비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600도의 화덕에서 피자를 꺼내고 있는 손줄리아(61) 비비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Q. 가게 이름이 특이해요. 비비는 무슨 뜻인가요?

    비비(BB)는 뷸라스 빈(Beulah’s Bean)의 약자입니다. ‘뷸라’는 성경에 나오는 표현인데 ‘창대한 미래를 약속받은 땅’을 의미해요. 이곳은 원래 흉가로 남아있던 주택이었어요. 하나하나 수리하고 개조한 뒤 저희 부부만의 감각으로 꾸몄습니다. BB라는 상호로 만든 로고는 마치 날개를 펼친 나비를 닮았어요. 나비는 ‘평화’를 상징하기도 하잖아요. 편안한 공간에서 손님들이 마음 놓고 쉬고, 에너지를 충전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Q. 곳곳에 예술 작품이 많네요.

    저희 식구들이 그린 그림과 캐나다 생활을 하면서 모은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저희 부부는 중앙대 미대에서 만났어요. 저는 조소, 남편은 서양화를 전공했고, 딸도 캐나다에서 미대를 졸업했으니 ‘예술 가족’이죠. 2층에는 작업실로 사용하는 공간도 마련했어요. 카페 테이블 장식부터 곳곳에 그려진 그림은 대부분 남편의 작업물이고요. 카페는 여러 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공간마다 색감과 배치한 미술품을 달리해서 여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요.

     

    나비 모양의 비비(BB) 로고. BB는 뷸라스 빈(Beulah’s Bean)의 약자다. (사진=권소담 기자)

     

    Q. 카페에서 오랜 외국 생활의 흔적이 엿보여요.

    카페를 개업한 것도 캐나다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됐어요.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썼거든요. 밴쿠버 근교엔 주택을 개조한 고풍스러운 카페가 많았는데, 고향인 춘천에서 이런 느낌을 구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캐나다에서 가장 즐겨 마셨던 스페셜티 커피 원두를 계속 들여오고 있고요. 디저트로는 블루베리를 사용한 ‘밴쿠버 티 케이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Q. 화덕 피자는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원래는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빵을 만드는 공장을 짓고, 여기서 만든 베이커리 제품을 카페에서도 판매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공장 설립이 늦어지면서 대체할 메뉴를 찾기로 했죠. 카페가 자리 잡은 동부시장을 살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고요. 피자 재료인 닭고기나 채소는 인근 전통시장에서 바로 수급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도 지역과 상생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 조리법을 고민하는 중입니다.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비비의 화덕 피자. (사진=권소담 기자)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비비의 화덕 피자. (사진=권소담 기자)

     

    Q. 요즘은 ‘화덕피자 맛집’으로 더 유명해진 것 같아요.

    루꼴라, 고르곤졸라, 마르게리타, 페퍼로니, 콰트르치즈 등 기본적인 메뉴 외에도 춘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닭갈비 피자’가 특히 인기예요. 캐나다 시절, 아이들에게 직접 양념해 닭갈비를 만들어 주던 것에서 착안해 개발했거든요. 매콤한 닭갈비와 토마토소스, 치즈의 조화에 중점을 뒀습니다.

    외지에서 온 손님이 ‘춘천에는 닭갈비만 있는 게 아니다, 춘천에 가면 화덕피자가 있다’고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지역 재료를 활용해 춘천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음료뿐 아니라 기간 한정으로 피자 메뉴도 우동착을 통해 10% 할인해 드리고 있어서, 지역사회에서 더 호응이 높은 것 같아요.

    Q. 메뉴 개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시네요.

    보통 피자를 시키면 피클을 제공하지만, 저희는 ‘백김치’를 내어드리고 있어요. 생소한 조합일 수 있겠지만, 아삭한 식감이 피자와 정말 잘 어울리거든요.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할머니 입맛 디저트’가 유행한다고 해 견과류를 많이 넣은 ‘약식’도 판매하고 있고요. 또 화덕을 이용해 닭갈비 치즈 밥이나 꿀 고구마 같은 메뉴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단체 모임 등이 이뤄지는 2층의 세미나실. 벽면 한쪽에는 손줄리아 대표의 남편이 그린 그림이 전시돼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단체 모임 등이 이뤄지는 2층의 세미나실. 벽면 한쪽에는 손줄리아 대표의 남편이 그린 그림이 전시돼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세미나 등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도 있다고요.

    2층에 13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이 있어요. 춘천의 독서 모임, 영어 스터디 등 단골손님들이 주로 이용하시는 공간이죠. 우리 지역의 이웃들이 편안하게 오가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Q. 지역사회와 상생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비비라는 가게 이름에 평화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세상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그래서 튀르키예 지진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인 이슈가 있을 때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고요. 유기묘 ‘복남이’를 데려와 함께 지내고 있기도 합니다. 비비를 지키는 복남이를 보려고 오시는 손님들도 많으니, 노력한 만큼 더 많은 축복이 생긴 거죠. 앞으로도 비비가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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