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도 유료? 경기마다 돈 내나”⋯불법 중계사이트 확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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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도 유료? 경기마다 돈 내나”⋯불법 중계사이트 확산 우려도

    국내외 리그, 국가대항 스포츠 유료 중계화↑
    종목·경기마다 업체 달라 팬들 “부담스럽다”
    티빙, ‘최고 인기’ 프로야구 유료 중계 검토
    불법 중계사이트 규모 커질 우려도

    • 입력 2024.02.25 00:06
    • 수정 2024.03.01 23:24
    • 기자명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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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스포츠 중계 관람을 즐기는 이모(26)씨는 올해부터 스마트폰으로 프로야구 경기를 보려면 유료 결제를 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한숨이 나온다. 이미 각종 해외 리그나 국가대표 경기 등을 보기 위한 구독상품이 있는데, 더 추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국내 선수가 주로 나오는 해외 축구 경기나 메이저리그 등을 보기 위해 여러 상품에 월 5만원 가까이 지불하고 있다”며 “그런데 매일 같이 보는 국내 프로야구까지 추가되면 지출이 얼마나 더 커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TV로만 보던 스포츠 중계 관람이 스마트폰, 태블릿로 볼 수 있게 되면서 각종 OTT 업체들이 스포츠 유료 중계에 우후죽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유료 콘텐츠로 관람이 가능해 스포츠 팬들의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 사업권 입찰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티빙. (사진=티빙)
    올해부터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 사업권 입찰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티빙. (사진=티빙)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 따르면 티빙의 모기업인 CJ ENM은 지난달 2024~2026년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네이버에서 볼 수 있었던 프로야구를 앞으로는 티빙에서 시청이 가능하게 됐다.

    중계권을 확보한 티빙은 프로야구 중계를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J ENM 측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프로야구 외 다른 종목들은 이미 유료화가 진행된 지 오래다. 중계권 자체도 TV와 뉴미디어(스트리밍)로 나뉘어 있다. 이미 치러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도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나눠 중계하면서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보려면 각각 업체에 돈을 내고 가입해야 했다.

    올림픽의 경우 오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TV 중계는 JTBC가, 뉴미디어 중계권은 쿠팡플레이가 단독 중계권을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A 매치와 AFC U-23 아시안컵 예선전을 디지털 독점 생중계한 쿠팡플레이. (사진=쿠팡 홈페이지)
    지난해 9월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A 매치와 AFC U-23 아시안컵 예선전을 디지털 독점 생중계한 쿠팡플레이. (사진=쿠팡 홈페이지)

     

    축구는 더 복잡하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지상파 3사와 웨이브가 중계권을 가져갔다. 아직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중계사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시아 지역 예선은 2차 예선(TV조선·쿠팡플레이), 3·4차 예선은 쿠팡플레이로 각각 중계사가 다르다. 심지어 국가대표 축구 친선전도 TV조선(TV), 쿠팡플레이(뉴미디어)로 다르고, 국내 프로축구 K리그는 쿠팡플레이가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다.

    이처럼 같은 종목도 여러 채널에 유료로 가입해야만 볼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스포츠 팬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이모씨는 “손흥민 보려면 스포티비 가입해야 하고, 이강인은 쿠팡플레이, 김민재는 티빙으로 볼 수 있다”며 “선수 3명 보자고 3개 업체에 5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에 말이 안 나온다”며 불만을 표했다.

    업체별 월간 구독료도 프리미엄 기준 1만원을 훌쩍 넘는다. 23일 기준 티빙(1만7000원) 스포티비(1만9900원) 웨이브(1만6000원)의 구독료를 받고 있다. 쿠팡플레이만 쿠팡 와우 멤버십과 연계해 4990원을 받고 있다. 이들 업체 모두 결제한다면 6만원 가량을 달마다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TV로만 볼 경우 결제가 필요없다. 일부 해외 리그를 제외한 국내 리그나 국가대표 경기들은 해당 중계권을 가진 업체 채널이 있는 IPTV(LG U+, KT, SK 브로드밴드)에 가입돼 있으면, 추가 결제 없이 볼 수 있다.

    23일 오후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불법 중계 사이트. 현재 진행중인 경기와 예정 경기 등 정보가 나온다. (사진=불버 중계 사이트 화면 캡처)
    23일 오후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불법 중계 사이트. 현재 진행중인 경기와 예정 경기 등 정보가 나온다. (사진=불버 중계 사이트 화면 캡처)

     

    하지만 TV보다 스마트폰이 더 친숙한 2030 젊은 세대들에게 스포츠 경기 유료화는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강원대에 다니고 있는 박모(23)씨는 “OTT의 장점은 꼭 TV 앞에서만 봐야 한다는 TV의 단점이 없는 것”이라면서도 “드라마나 영화 OTT 업체도 너무 많아 가격이 부담스러운데 스포츠까지 유료화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프로야구까지 유료화가 될 경우 자칫 불법 중계사이트가 확산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불법 중계사이트 여러 곳을 확인한 결과 온라인에서 이런 사이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게시글에는 “수년간 사이트를 운영했어도 단 한 번도 문제가 없었으니 안심하라” “종목 리그 상관없이 모두 무료” 등의 문구가 남겨져 있었다.

    강대규 법무법인 대한중앙 변호사는 “청소년이나 대학생 등 지출에 부담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프로 스포츠도 산업인 만큼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위배되는 중범죄이며, 정부에서 강력하게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ypar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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