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 못해 이자 적다”⋯‘어르신 울리는’ 은행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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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뱅킹 못해 이자 적다”⋯‘어르신 울리는’ 은행 상품

    고금리 예금 상품 상당수 온라인 전용
    영업점서 가입해도 앱 써야 우대금리
    비대면 영업 확대·은행 점포 축소 여파
    “고령자 모드해도 상품 가입은 무리”

    • 입력 2024.02.26 00:02
    • 수정 2024.02.27 00:11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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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이 비대면 영업을 늘리면서 인터넷·모바일 뱅킹으로 가입할 때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디지털에 취약한 고령층이나 장애인, 농촌 지역 고객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를 보면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 상품 가운데 상당수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전용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과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각각 최대 3.55% 이자(우대금리 포함)를 제공하는데, 스마트 뱅킹이나 온라인 뱅킹으로만 가입할 수 있다. 최대 3.55%를 주는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은 스마트폰 가입만 받고 있다.

    전화(텔레뱅킹)나 영업점에서 가입한 상품이라도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모바일 앱을 무조건 이용해야만 하는 상품도 많다. 금감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예·적금 가입 채널에 따라 영업점 창구보다 높은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가입채널에 따른 우대요건을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은행들이 온라인 전용 상품에 더 유리한 조건을 내거는 이유는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금융이 확산한 데다 임대료·인건비 부담으로 점포를 줄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한국은행 ‘강원지역 금융기관 점포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도내 금융점포는 485개로 2021년(498개)보다 13개가 줄었다. 강원지역 인구 1만명 당 0.9개 수준에 불과하다.

    춘천의 한 노인이 은행 점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의 한 노인이 은행 점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 영업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노령층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오히려 각종 수수료까지 더 내가면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타행 이체를 할 때 은행 창구를 이용하면 금액에 따라 500원에서 몇 천원까지 수수료가 붙지만, 모바일을 이용하면 수수료가 더 작거나 아예 면제된다. 환전 수수료도 모바일은 각종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오프라인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일부 은행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령층을 위해 ‘고령자 모드’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사용자는 간단한 예금조회나 이체 정도만 가능할뿐 상품 가입은 무리라고 토로한다.

    춘천 효자동에 거주하는 정모(68)씨는 “동네를 지나다니다가 금리를 괜찮게 주는 예금 상품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어 은행에 전화했더니, 스마트폰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자식 손주들이 와서 스마트폰으로 잔액을 조회하고 이체하는 방법은 알려줘도 금방 까먹는데, 통장 만드는 걸 어떻게 혼자 하겠냐”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 ‘은행 모바일뱅킹 앱 접근성 조사’을 보면 모바일뱅킹 서비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이 낮다는 결과도 나왔다. 금융사는 관계 법령에 따라 모바일뱅킹 앱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용 화면 낭독기사용 시 입출금 내역, 이자율 등을 잘못 안내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상품은 영업점 운영 비용 등 제반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금리를 우대해주는 측면이 있긴 하다”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분들이 은행에 방문하면 사용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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