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졸업식이 열린 한림대학교. 후배를 축하해주러 나온 유모(26)씨 손에는 꽃다발 대신 꽃 모양 인형이 들려 있었다. 생화 가격이 너무 비싼 나머지 인터넷에서 1만원대 인형 꽃다발을 미리 사둔 것이다.
유씨는 “후배 졸업을 축하해주는 날인 만큼 크고 좋은 생화 꽃다발을 선물해주고 싶지만,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었다”며 “인형꽃다발을 들고 가다 마음에 걸려 입구에 판매하는 생화 가격을 물어봤는데, 조그마한 것도 3만원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2월 졸업식 대목을 맞았지만, 꽃집 상인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꽃다발이 ‘금(金)다발’로 불릴 만큼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꽃다발을 되파는 현상이 벌어진 탓이다. 생화 대신 저렴한 인형이나 비누 꽃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날 오전 한림대 앞에서 파는 생화 꽃다발은 최소 2만5000원~3만원은 줘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크기가 초라할 정도로 작거나, 심지어 다발도 아닌 한 종류의 꽃만 담은 상품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크기가 크고 화려한 꽃다발은 5~7만원이 훌쩍 넘었다. 차마 지갑을 열지 못한 한 부모는 비누 꽃이나 인형으로 만든 다발로 눈길을 돌렸다.
한 상인은 “비교적 저렴한 프리지아도 꽃값이 많이 올랐다. 크고 화려한 것을 만들어도 3만원 이상은 구매하지 않으니 가격에 맞춰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꽃다발에 자주 쓰이는 프리지아 평균 경매 가격은 279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03원)보다 11.5% 올랐다. 수국도 4537원으로 같은 기간(2992원) 대비 52.8% 급등했다. 꽃 가격이 오른 이유는 복합적이다. 기후 변화, 전기요금 인상 등 농가의 생산비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고거래로 꽃다발을 되파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졸업식 등 행사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잠깐 필요한 꽃다발을 비싸게 주고 사긴 아깝다는 인식이 생기면서다.
실제 춘천지역 중고 플랫폼에는 “오늘 받은 꽃다발 팝니다” “잠깐 들고 사진만 찍었다”는 설명과 함께 생화 꽃다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4~5만원 정도하는 생화 꽃다발은 1~2만원 정도에 되판매 되는데, 상태가 좋은 상품은 금방 팔렸다.
이에 꽃집들도 비누 꽃이나 인형, 드라이플라워 등 생화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상품을 마련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춘천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졸업식 시즌에는 1~2만원 사이에서 살 수 있는 비누 꽃이나 드라이플라워, 인형으로 만든 다발을 함께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졸업식 특수라는 말은 듣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