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마임이스트 유진규와 춘천 : 춘천마임축제 원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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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마임이스트 유진규와 춘천 : 춘천마임축제 원형을 찾아서

    • 입력 2024.02.01 00:00
    • 기자명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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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춘천에서 1989년 마임축제가 전국 최초로 시작되고도 마임은 굉장히 생소하고 의미가 와닿지 않은 예술 장르였다. 하여간 춘천마임축제는 1989년에 시작되었고 올해로 35년을 이어오며 대한민국 대표 축제이자 세계 3대 마임축제로 자리하였다. 이렇게 춘천마임축제가 세계적 대표 축제로 자리하기까지 예술감독으로 헌신하고 공헌한 마임이스트 유진규를 최고의 공로자로 거론함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춘천마임축제는 예술감독 유진규를 비롯한 다섯 명의 마임이스트가 기획하여 이루어졌다. 이 다섯 명이 주축이 되어 1989년 한국 최초로 ‘제1회 한국마임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출발하였다. 1995년에 와서야 춘천이란 이름을 붙여 ‘춘천국제마임축제’가 되었고, 이후 2002년 춘천마임축제는 사단법인으로 설립 인가를 받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축제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사)춘천마임축제는 2011년 전문예술법인으로 등록하고 2012년부터 2023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축제, 유망축제, 문화관광축제로 연이어 선정되었다. 특히 2023년에는 코로나19 팬더믹을 떨쳐내고, ‘아!水라장’, ‘미친 금요일’ ‘도깨비 난장’이 ‘물의도시’ ‘봄의도시’ ‘불의도시’로 간판을 바꾸어 4년 만에 재현되었다. 

    유진규는 2013년 예술감독 자리를 사임하기까지 25년의 청춘을 바쳤다. 25년 땀의 결과물로 탄생한 프로그램이 아!水(수)라장, 도깨비 난장, 미친 금요일이다. 유진규가 만들어 놓은 축제 프로그램의 원형이나 뿌리를 우리 것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어쩌면 유진규가 찾고자 했던 우리 마임의 정체성이 아닐까? 유진규가 세워 놓은 축제 프로그램이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그 힘의 원형과 원류가 한국의 민중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마임 공연을 준비하는 유진규 배우 모습. (사진=요선 스틸컷)
    마임 공연을 준비하는 유진규 배우 모습. (사진=요선 스틸컷)

    마임은 통상 ‘몸짓과 표정만으로 표현하는 연기’를 말한다. 연극 가운데 말없이 진행하는 무언극(팬터마임)으로도 번역되는데, 그 기원은 고대사회로까지 올라간다. 서양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선사시대의 신을 향한 ‘신성한 몸짓’에서 마임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부족 국가 시대에는 원시 제천의식 등에서 마임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악가무희사(樂歌舞戱詞)가 합쳐진 종합 형태로 마임이 존재하다가, 점차 세속화하여 고려시대에는 민중의 인형극, 탈놀음, 무용극 형태로 나타나고 ‘처용가무(處容歌舞)’와 같은 전통 마임으로 보편화되었다. 조선시대 들어와서는 일정한 규칙적 행위가 반복되는 놀이와 웃고 희학(戲謔)하는 놀이 등의 연극 형태의 분화와 발전에 곁들여 무당굿, 풍물굿, 농악, 인형극, 탈놀이, 판소리, 궁중 가무악극 등으로 분화 발전하며 마임 또한 발전을 가져왔다. 전북대 김익두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마임은 ‘굿 놀음식 마임’, ‘인형놀음식 마임’, ‘잡색놀음식 마임’, ‘탈놀음식 마임’, ‘궁중무용식 마임’, ‘판소리식 마임’ 등으로 다양한 양식적 분화를 가져왔으며 이 양식적 분화에 따라 다양한 특징을 확립해 왔다고 하였다.
     

    춘천마임축제의 개막 무대인 ‘물의도시; 아!水라장’. (사진=MS투데이 DB)
    춘천마임축제의 개막 무대인 ‘물의도시; 아!水라장’. (사진=MS투데이 DB)

     

    춘천은 물의 도시이고 물은 원혼을 달래어 ‘상생해원(相生解冤)’에 이르도록 행하는 씻김의 근원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水라장’은 상생해원을 위한 씻김의 행위에 기반하고 있다. ‘미친 금요일’은 풍요로운 결실을 거두고 모두가 천지신명 앞에 제사함으로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고자 하는 대동단결하고자 하는 인간 의지의 표출이자 표현이다. ‘미친 금요일’은 결국 춘천마임축제의 핵심인 ‘도깨비 난장’의 전야제인 셈이다.

    전통적으로 도깨비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상상 속에 존재하면서도 사람의 모습을 하기도 하고, 비상한 재주를 부리기도 하며 악귀를 쫓아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도깨비는 순하고 우직하며, 인간과 함께 친하게 놀고 인간을 도우며 인간과 상생하고 싸움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다. 도깨비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우리의 민중 전통사상인 대동세계로 나아가는 신과 인간의 매개자이자 축제의 진행자이다. ‘도깨비 난장’은 우리 민중이 대동세계로 나아가는 통로이자 원시사회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천인합일의 원형을 ‘굿 놀음식 마임’ 마당으로 풀어낸 민중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허준구 필진 소개
    -강원도 지명위원회 위원
    -춘천시 교육도시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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