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플로깅 해보실래요?” 10년째 카누 타고 소양강 쓰레기 ‘줍줍’하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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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누 플로깅 해보실래요?” 10년째 카누 타고 소양강 쓰레기 ‘줍줍’하는 사장님

    조선기 카노아 대표, 남몰래 하천 정화
    강에 가라앉은 쓰레기 들어가 꺼내기도
    소양강 각종 쓰레기로 몸살, 사실상 방치
    “시민들 카누와 환경 정화 경험해봤으면”

    • 입력 2024.01.08 00:04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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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조선기(44) 카노아 대표가 우두동 강변에서 하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4일 조선기(44) 카노아 대표가 우두동 강변에서 하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은 강과 호수가 자랑인데, 쓰레기가 떠다니면 보기에도, 환경에도 안 좋잖아요. 카누 플로깅(Plogging)이라고 할까요.”(플로깅은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말한다.)

    지난 4일 춘천 우두동 청류마당 인근 소양강변. 조선기(44) 카노아 대표는 카누 패들(노)과 함께 쓰레기 마대, 집게, 거름망을 들고 직접 만든 카누에 올랐다. 카누에 몸을 싣고 갈대와 수풀 사이에 뒤엉킨 하천 쓰레기를 하나둘씩 건져 올렸다. 소양강 일대 이곳저곳을 누비며 쓰레기를 주운 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20ℓ 짜리 마대가 가득 찼다.

    한국카누협회 이사이자 카누 제작·체험 업체 카노아를 운영하는 조 대표는 한 달에 한 번은 카누를 타고 나가 춘천 수변 정화 작업에 나선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누군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이 일을 남몰래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스쿠버다이빙 강사이기도 한 그는 강에 가라앉은 쓰레기가 있으면 잠수복을 입고 들어가 꺼내기도 한다. 매서운 강바람이 몰아치는 날 홀로 카누를 이끌고 쓰레기를 치우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깨끗이 정리된 강가를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산책로 쓰레기는 아무나 주울 수 있지만, 물길에 떠다니거나 가라앉은 쓰레기를 주울 수 없잖아요. 수질 오염을 일으킬 뿐 아니라 바로 옆 산책로에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지나가는데 누군가는 치워야죠.”

     

    4일 조선기 대표와 춘천시 환경정책과 직원, 이동창(47) 루즈카페 제3의 공간 대표가 하천 정화 작업에 나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4일 조선기 대표와 춘천시 환경정책과 직원, 이동창(47) 루즈카페 제3의 공간 대표가 하천 정화 작업에 나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실제 소양강은 산책하는 시민과 관광객, 낚시꾼, 캠핑족 등이 버리고 가거나 바람에 떠밀려 온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생활 쓰레기에 심지어 폐타이어, 폐그물 등 산업 쓰레기까지 발견된다. 기자가 함께 카누를 타고 둘러본 강변 일대에는 페트병, 고추장통, 막걸리병, 과자봉지, 음식물쓰레기, 스티로폼, 축구공, 낚싯대 등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날 조 대표와 함께 춘천시 환경정책과 직원 4명, 평소 정화 작업을 돕는 이동창(47) 루즈카페 제3의 공간 대표가 동참했는데, 이들이 3시간 가량 주운 쓰레기는 총 20ℓ 마대 4~5개에 달했다.

     

    4일 조선기 대표와 함께 하천 정화 작업에 동참한 춘천시 환경정책과 직원들이 쓰레기를 건져내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4일 조선기 대표와 함께 하천 정화 작업에 동참한 춘천시 환경정책과 직원들이 쓰레기를 건져내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그의 희망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이 하천 쓰레기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것이다. 갈대와 수풀 사이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는 환경오염을 넘어 생태계마저 위협하지만, 현장 적발을 하지 않으면 처벌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방치되는 상황이다. 수심이 깊은 곳은 전문인력이 보트를 타고 물속에 들어가 작업하지만, 수심이 낮은 나루터 등은 보트가 들어갈 수 없어 카누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조 대표는 “조류나 어류가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조각들을 먹이인 줄 알고 쪼아먹기도 해서 주기적으로 치워야 한다”며 “시민들이 카누 체험도 하면서 환경 정화까지 할 수 있는 지원사업이 진행되면 춘천의 아름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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