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있으시죠?” 부르는 게 값인 비급여 치료비⋯보험금만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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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 있으시죠?” 부르는 게 값인 비급여 치료비⋯보험금만 는다

    비급여 항목 진료비 병원마다 천차만별
    춘천 도수치료 비용 3만5000원~14만원
    실손보험 손해율 급증, 내년 3세대 18%↑
    내년부터 모든 의료기관 진료 내역 보고

    • 입력 2023.12.27 00:04
    • 수정 2024.01.02 00:13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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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민 A씨는 최근 빙판길에 미끄러져 발목을 다쳤다. 한 정형외과에서 ‘결절종’ 진단을 받아 일주일 동안 통원치료를 받았는데,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초음파·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비용으로 1회 치료비가 20만원이 넘게 나와서다. A씨는 “병원에서 실손보험 있냐고 물어봐서 있다고만 말했는데, 이렇게 비싼 줄은 몰랐다”며 “실손보험이 있으니 망정이지,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나 싶다”고 말했다.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가 의료기관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실손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과잉진료·치료를 유도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하고 실손보험료 상승까지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동네 의원 등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내역을 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MS투데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진료정보’를 이용해 춘천지역 도수치료비(정형·30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의원마다 최대 3~4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같은 항목에 대해 A 의원은 1회 치료 비용이 3만5000원이었지만, 인근 B 의원은 14만원이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에 감염되지 않도록 돕는 백신인 ‘가다실 9가’의 1회 접종 비용도 18만원에서 24만원까지 제각각이었다. 같은 백신을 접종하는데, 가격 차이가 30% 이상 나는 셈이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의료행위 비용을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급여 진료비용이 대부분 실손보험으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의사는 치료비를 마음대로 정하고 환자는 실손보험을 통해 진료비를 보전받을 수 있는 만큼 보험금이 줄줄 새는 꼴이다. 이는 전체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선의의 가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춘천지역 비급여 항목 진료비용이 의료기관마다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연합뉴스)
     춘천지역 비급여 항목 진료비용이 의료기관마다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연합뉴스)

     

    보험업계도 실손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는 주요 원인으로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수령 급증을 지목했다. 실제 4개 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의 최근 5년간 주요 비급여 항목별 지급보험금 추이를 보면,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물리치료는 연평균 19.3% 증가했다. 비급여 주사제(암환자 제외)에 지급된 보험금도 20.2% 늘었다.

    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요 보험사의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4%에서 올 상반기 156.6%로 뛰었다. 손해율이 100%보다 높다는 것은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950만명 넘게 가입한 3세대 보험료는 내년 무려 18%가 오른다.

    정부는 내년부터 외래 환자들이 주로 찾는 동네 병·의원까지 모든 진료 내역을 보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동네 의원은 1년에 한 차례, 병원은 1년에 두 차례 제출해야 한다. 보고 내용에는 구체적인 비급여 항목 비용과 진료 건수, 진료 대상 질환, 진료할 때 실시한 주 수술·시술의 명칭 등이 포함된다.

    비급여 보고 대상도 594개에서 1017개 항목으로 늘어나는데, 이는 전체 비급여 규모의 90%로 추정된다. 이후 각 의료기관에서 제출한 비급여 항목별 특성과 안전성을 분석해 관련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임혜성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앞으로도 소비자·의료계 등 여러 분야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의료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의료 선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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