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예술이 그린 사계절⋯ “융복합 미술관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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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과 예술이 그린 사계절⋯ “융복합 미술관으로의 초대”

    ‘계절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춘천문예회관 개막
    융복합 미술관, 기술 기반으로 예술 창작 지평 넓혀
    7명 작가 참여, 영상·조명·음향 등 새로운 감각 전달

    • 입력 2023.12.21 00:03
    • 수정 2023.12.22 01:29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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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가 오는 26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사진=한승미 기자)
    ‘계절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가 오는 26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사진=한승미 기자)

    “이 작품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대다수의 작가들은 작품의 감상을 관람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하지만 정작 관람객의 입장이 되면 작품을 잘 감상하고 있는지, 또 숨겨진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물음표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도슨트 프로그램이나 작가와의 대화를 신청하기도 하지만 예술가의 머릿속을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춘천에서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독특한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끈다. 작품을 제작한 원작자가 ‘이 작품은 이렇게 감상해야 한다’며 답안지를 제시해주는 듯한 보기 드문 전시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예술가들이 어떤 삶의 과정이나 정서의 변화를 겪었는지 녹아있는 작품도 있다. 예술가의 뇌 속을 걷는 기분, 이러한 구현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해답은 예술과 기술의 접목에 있다.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이 오는 26일까지 융복합 미술관으로 꾸며진다. ‘계절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순수예술 작품에 기술을 더한 아트테크 실감형 미디어 작품들로 가득 채워졌다. 현대기술이 전통과 만난다는 주제를 극대화하기 위해 참여작가 장르를 한국화와 서예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안용선·이한나·한선주 등 중진 작가를 비롯해 강원대 미술학과 대학원생인 김연도·윤인규·윤지현·유병재 등 신진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작들은 순수예술에 기술을 더한 아트테크 실감형 미디어 작품들로 완성됐다. 사진은 이한나 작가의  ‘맑은 밤에 읊다’ (사진=한승미 기자)
    전시작들은 순수예술에 기술을 더한 아트테크 실감형 미디어 작품들로 완성됐다. 사진은 이한나 작가의  ‘맑은 밤에 읊다’ (사진=한승미 기자)

    작품은 사계절을 주제로 모두 15개 로 나뉘어 전시된다. 조명과 음향, 애니메이션, 3D, 인터렉션(상호작용)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했고 작품별로 공간적 연출을 더했다. 이곳의 작품들은 평면의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현란한 빛과 움직임으로 관람객을 유도하는 작품도 있는가 하면, 무심코 스치면 그제야 반응하는 작품도 있다. 이는 각각의 작품이 갖고 있는 특징과 맞닿아있다. 

    이한나 작가는 과거의 글귀를 현대기술로 구현했다. 송나라 시인 소옹의 시 ‘맑은 밤에 읊다’를 8m 크기의 대형 실사 작품으로 내걸었다. 그 위에 영상과 음악을 더하고 편히 기댈 수 있는 푹신한 의자를 올렸다. 관람객이 작품 속으로 들어가 과거 어느 여름밤의 시인이 되어보길 바라는 바람을 담은 연출이다. 

    이 작가의 ‘사랑 애’는 최첨단 전각 작품으로 완성됐다. 작품에 관람객이 다가가면 전각 속 글자가 벽면에 커다랗게 등장하며 글자 속 가운데 문양이 움직인다. 사랑을 의미하는 한자가 심장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을 형상화한 상형문자라는 것에 착안한 작품이다. 작품은 센서를 활용한 인터렉션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평소에 보이지 않다가 가까워지면 심장이 뛰는 ‘사랑’의 특징을 표현했다.  

     

    윤인규 작가의 ‘자신’은 동명의 조형 작품과 3D 애니메이션을 대조적으로 배치해 작품의 메시지와 주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윤인규 작가의 ‘자신’은 동명의 조형 작품과 3D 애니메이션을 대조적으로 배치해 작품의 메시지와 주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유일한 조형 작가로 참여한 윤인규 작가는 풍선처럼 부푼 자신의 뱃살을 형상화한 작품 ‘자신’을 3D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한 작품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은 신나는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며 전면에 배치된 반면, 실제 작품은 모니터 뒤에 숨어있는 모습이다. 영상을 통해 실제 작품보다 직관적인 메시지가 전해지는 한편 두 작품의 대조적인 배치가 작품의 의도를 보다 강화한다. 

    이와 함께 현대사회의 차가움 속에서도 봄과 같은 희망을 전하는 김연도 작가의 ‘노마드’와 인생의 유한성을 가을의 뉘앙스로 표현한 한선주 작가의 ‘플로우 홈’ 등 계절이 가진 심상을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가 더욱 의미가 있는 점은 춘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창작세계에 지역의 기술을 더해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태동시켰다는 점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7명 작가의 작품에 지역 문화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무대, 조명, 음향 감독들이 참여했다. 이들 감독들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해 수개월 간 협업하며 제작 전반에 참여, 함께 작품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7명 작가와 지역 문화현장의 기술감독 등이 참여했다. 사진 왼쪽부터 유재균 큐레이터와 김연도윤인규유병재안용선윤지현이한나한선주(사진=한승미 기자)
    이번 전시는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7명 작가와 지역 문화현장의 기술감독 등이 참여했다. 사진 왼쪽부터 유재균 큐레이터와 전시에 참여한 김연도·윤인규·유병재·안용선·윤지현·이한나·한선주 작가. (사진=한승미 기자)

    한선주 작가는 “그림으로 다 담지 못한 것들을 기술로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협업해 이룬 작업인 만큼 관람객들이 숨겨진 모든 것들을 찾는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곳곳에 체험적 요소를 제공하며 적극적인 감상을 유도한다. 전시 말미 관람객이 인상 깊었던 계절을 흑백글씨 위에 색깔 스티커로 덧입히는 체험 공간과 포토존이 마련된다. 전시 기간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오후 1·3·5시에 진행된다. 참여 신청은 춘천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이번 전시의 유재균 큐레이터는 “정적인 미술이 아니라 모두 영상으로 제작된 기존과 다른 작품들”이라며 “지역에서 기술을 융합한 미술이 어디까지 와있는지 확인하고 자부심도 느끼면 시간이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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