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협력업체 공사비 미지급 갑질 아닌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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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한전, 협력업체 공사비 미지급 갑질 아닌 폭력이다

    • 입력 2023.11.22 00:00
    • 수정 2023.11.22 17:09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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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대 규모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중소 업체들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을 지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전남 나주의 한전 본사. (그래픽=박지영 기자)
    국내 최대 규모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중소 업체들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을 지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전남 나주의 한전 본사.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 지역의 한 중소 영세업체가 털어놓은 한국전력공사의 공사대금 지급 지연에 대해 관행으로 치부하기엔 심각하다. 해당 업체는 한전 공사를 끝내고도 대금을 받지 못해 “경영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라며 호소했다. 절박해서다.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부나 정치권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한전의 이면(裏面)이다. 협력업체로서는 한전의 재정난에 따른 유탄을 맞은 격이다. 공사비를 늦게 주거나 품셈을 깎는 한전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기업의 존치마저 흔드는 행태는 갑질을 한참 넘어선 폭력인 까닭에서다. 

     한국전기공사협회에 따르면 설비 유지보수와 관련된 공사로 한정하더라도 지난 9월 추석 전까지 한전의 미지급 금액은 760억 원가량이다. 공사비라는 정당한 요구마저 한전의 눈치를 살피며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게 협력업체의 처지다. 한전의 전형적인 약자인 탓이다. 한전은 명실공히 송전·발전 시설 등 전기공사를 독점 발주하는 공기업이다. 협력업체엔 무시무시한 공룡과 같은 존재다. 밉보였다가는 다음 공사를 수주하는 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두렵지 않을 수 없다. 열불이 나도 한마디 항변조차 못 하고, 냉가슴만 앓을 수밖에 없다. 영세업체의 이번 호소가 용기인 이유다.

     한전이 공사비 지급을 늦추는 수법은 교묘하다.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전이 준공처리를 놓고 갖가지 트집을 잡거나 핑계를 대 미루더라도 여간해서는 따지기 어렵다. 규정된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아서다.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시작된 공사가 여태껏 준공처리 되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현장과 괴리되거나 필요 이상의 잦은 점검은 외려 공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공사 지체는 협력업체가 감내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협력업체들은 현 상태를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교할 정도다. 그만큼 견디기가 버거워서다. 한전의 전력 기자재와 건설 발주량 감축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분명한 점은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공사비 지급을 늦추거나, 공사 자체를 더디게 하게 한전의 작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는 사실이다. 용납할 수 없다. 한전은 먼저 공사비 미지급 문제부터 해결에 나서야 한다. 현실, 현장과 동떨어진 규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다. 오죽하면 “적자라면서 한전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는 일은 없지 않나”라는 울분 섞인 말이 나오는지도 되새겨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한전 협력업체의 하소연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말끝마다 입에 담는 민생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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