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400마리 팔아요” 춘천 고3 학생이 ‘붕어빵 가게’를 차린 이유
  • 스크롤 이동 상태바

    “하루에 400마리 팔아요” 춘천 고3 학생이 ‘붕어빵 가게’를 차린 이유

    춘천고 3학년 학생이 차린 붕어빵 가게
    동네 친구들 네 명이 함께 운영 도와
    SNS 영상 조회수 120만회 '셀럽' 인기
    창업 꿈꾸는 학생들의 생생한 실전 경험

    • 입력 2023.11.01 00:02
    • 수정 2023.12.20 11:03
    • 기자명 권소담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면서 겨울 간식을 파는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곳은 붕어빵 노점. 춘천에서는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장사를 시작한 노점이 화제다. 퇴계동 한주아파트 입구에 자리한 ‘붕어빵 포장마차’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또래가 구워주는 붕어빵으로 입소문을 타며 매일 저녁 10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1개 1000원, 3개 2000원에 붕어빵을 팔아 하루에 올리는 매출은 평균 30만원, 순수익으로 하루 20만원 정도가 남는다. 1개당 평균 8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400개 정도 팔리는 셈이다.

    이들은 붕어빵을 소재로 만든 릴스(90초 분량의 동영상 콘텐츠, 인스타그램 숏폼 서비스)로 SNS에서 화제의 인물이다. 고3 학생이면 수학능력시험 준비에 한창일 때. 어찌된 사연일까. 춘천 청소년 사이에서 유명인으로 떠오른 ‘고3 사장님’ 김강찬(17‧춘천고) 군과 아르바이트생으로 나선 김기춘(18‧성수고), 엄준오(18‧춘천고), 이창준(18‧춘천기계공고), 전민찬(18‧춘천기계공고) 군 등 다섯 명의 친구들을 만났다.

    Q. 붕어빵 가게를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릴스 조회수가 120만회를 넘었다고요.

    (민찬) 친구가 찍어준 영상이 인스타그램에서 대박이 났어요. 요즘 유행하는 밈을 이용해 ‘내가 19살에 붕어빵 트럭 오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제목을 달았는데요. 그 이유로 “학교에서 잠자기, 옆 가게 붕어빵 레시피 훔치기, 붕어낚시 갔다 오기”라고 웃긴 설명을 썼거든요.

    (강찬) 인기의 비결은 제 얼굴입니다. ‘사장님 잘생겼다’는 댓글이 제일 많았어요.

    (기춘) 그건 아니고요. 영상 초반에 나오는 창준이의 웃긴 표정과 “솔직히 말해서 전 사장님이 아니거든요” 한 문장이 재미있었던 거죠.

     

    김강찬 군과 친구들이 출연한 붕어빵 가게 릴스 영상 화면. 이 영상은 조회수 120만회를 돌파하며 유명세를 탔다.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김강찬 군과 친구들이 출연한 붕어빵 가게 릴스 영상 화면. 이 영상은 조회수 120만회를 돌파하며 유명세를 탔다.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Q. 한창 수능 준비를 해야할 고3 학생이 붕어빵 가게를 차린 이유가 궁금해요.

    (강찬)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구체적으로 업종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제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붕어빵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들지 않고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리스크가 적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붕어빵 기계와 포장마차는 유통업체에서 대여했고, 주전자와 가스통, 각종 부자재를 마련하는데 20만원이 들었어요.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충당했습니다.

    Q. 붕어빵 만드는 법은 어떻게 배웠나요?

    (강찬) 유튜브로 공부했어요. 아버지 친구분 중에 붕어빵 사업을 경험한 분이 개업할 때 도와주셨고요. 10월 10일에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때보단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개업 첫날은 기껏 만든 붕어빵을 30개나 버려야 했거든요. 이제 요령이 생겨서 꼬리 끝까지 팥을 넣어 맛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김강찬 군(사진 왼쪽)과 김기춘 군이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이 가게는 매일 저녁 10대 손님들로 붐빈다. (사진=권소담 기자) 
    김강찬 군(사진 왼쪽)과 김기춘 군이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이 가게는 매일 저녁 10대 손님들로 붐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가게 자리는 어떻게 정했나요?

    (강찬) 사실 포장마차 자리는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아이스크림 할인점 앞이에요. 아파트 단지 입구라 유동 인구가 많고, 택시‧버스 정류장도 가깝죠. 게다가 학원이 많아서 학생 손님들도 많아요. 목이 좋은 자리라 아버지가 자릿세로 월 30만원을 달라고 하셨는데, 부모님께 식사 한 끼 대접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Q. 학교 끝나고 장사까지 한다는 게 쉽지 않겠어요.

    (강찬)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학교가 끝나면 오후 4시쯤 먼저 온 친구들이 오픈 준비를 시작하고요. 오후 5시 정도부터 영업을 시작합니다. 오후 9시 반에 마감하고 일이 끝나면 다 같이 컵라면 하나씩 먹고 귀가하는 게 요즘 일상이에요.

    (기춘) 인색한 사장님이라 일당도 1만4000원밖에 안 줘요. 그렇지만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친구들과 성인이 되기 직전,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영업 종료하는 날 사장님이 15만원어치 맛있는 음식을 사기로 했으니 기대해 보려고요.

    (창준)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사회를 경험해 본다는 게 소중한 기회인 것 같아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말고는 어른들을 만날 기회가 잘 없는데, 여러 배경과 성격을 가진 손님들을 상대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민찬)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들이 많이 오기 시작하니까 힘들긴 해요. 서로 학교도 다 달라 어릴 때만큼 자주 만나기 힘든데, 사회로 나가기 전에 같이 힘을 모아서 친구들과 함께 성취감을 느껴보고 추억을 쌓는 시간이 소중해요.

     

    현역 고등학교 3학년 동갑내기 친구 5명이 함께 붕어빵 장사에 도전했다. 왼쪽부터 이창준, 김강찬, 김기춘, 엄준오, 전민찬 군. (사진=권소담 기자)

     

    Q. 아직 학기 중이고 입시가 남았는데, 학업은 어떻게 병행하고 있나요?

    (준오) 저는 응급구조학과 쪽으로 진학을 꿈꾸는데 아직 면접이 남아서 준비하느라 자주는 못 나와요.

    (민찬) 호텔조리학과에 원서를 넣긴 했지만, 대학에 반드시 가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나중에는 요식업 사업을 할 계획이에요. 부모님이 숯불갈비 전문점을 운영하시는데 일을 도와드리면서 제 적성에도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기춘) 저도 고깃집, 닭갈비 가게 등 아르바이트를 해봤어요. 이번 붕어빵 장사 경험을 발판 삼아 저도 제 사업을 해보려고요.

    (창준) 감성주점이나 호프집 등 저만의 개성을 살린 가게를 운영하고 싶어요. 인근 먹자골목으로 가끔 배달을 가는데, 취한 손님들을 상대하면서 배우는 게 많거든요. 점점 노하우도 생기고 좋은 경험 같아요.

    (강찬) 경영학과에 수시 원서를 넣어뒀어요. 창업하는 게 목표라 대학에 가더라도 결국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붕어빵 사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강찬) 제 힘으로 1000만원을 모으는 게 목표입니다. 자본금 16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이제 목표치의 30% 정도를 달성했어요. 이런 속도면 12월 초쯤에는 1000만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사회에 나가기 전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르바이트할 때보다 몸은 덜 힘들지만, 운영하는 역할을 맡으니 재고나 일 매출 관리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더라고요.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배우고 있어요.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3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