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호호방문진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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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호호방문진료센터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 입력 2023.10.30 00:00
    • 수정 2023.10.31 14:04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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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020년도 국토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강원특별자치도는 전국에서 의료접근성이 가장 낮은 곳이다. 응급의료시설, 병원이나 의원까지 도로 평균 이동거리가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가장 멀었다. 강원자치도는 그렇다 치고 춘천시는 어떠한가, 춘천시 관내 응급의료시설까지의 평균 이동거리는 17.36km이고 병원과 의원까지 이동거리는 각각 11.42km와 10.76km로 비슷한 규모의 도시 원주와 강릉보다도 더 멀었다. 대학병원이 2개나 있고 도청까지 가진 강원의 수부도시가 의료접근성이 이렇게 떨어진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

    11만1641㎢, 춘천시의 행정면적은 아주 넓다. 전국 85개 시중에서 6번째로 큰 면적이며 서울시 두배 가까운 땅에 30만이 조금 안되는 사람들이 퍼져 살고 있다. 도심 지역은 작고 농촌 및 산간지역이 아주 크다. 그러고 보니 춘천시의 의료접근성 지표들의 편차가 다른 도시들에 비해 더 크다. 춘천시의 행정구역이 넓다보니 지역 내에서 의료시설이나 보건기관의 쏠림현상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뜻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의료나 돌봄이 필요한 데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 확대는 우리 도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거나 공공의사 제도를 도입한다거나 간호법을 제정한다거나 하는 사회적 논의가 나오는 것이리라. 그렇지만 사회적 비용의 문제와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각기 다르니 단시일에 해결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어찌 해야 하는걸까?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는 커먼즈필드에는 유재석의 ‘자기님’도 있다. 호호방문진료센터를 운영하는 양창모 선생님이 ‘유키즈온더블럭’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유명인의 호칭을 얻어왔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양창모님, 간호사 최희선 선생님, 돌봄 활동가 최재희 선생님까지 3명으로 구성된 진료팀이 호호방문진료센터다. 이들은 아파도 의료기관까지 찾아오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가가호호 방문하기 위해 ‘출동’한다. 간편한 활동복에 등산화까지 갖춰 신고 무거운 진료장비를 담은 가방을 차에 싣고 나서는 모습이 의료팀이라기보다는 구조팀에 더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원격지역이나 수몰지역의 의료 취약계층을 방문하기 위해 배를 타고 강을 건너기도 하고 한참을 걸어 산을 넘기도 한다니 방문보다는 출동이란 단어가 더 어울린다. 작년에만 371회 출동했고 123명에게 진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진료가 끝나면 의사 선생님은 화장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붙인다. 간호사 선생님은 집안으로 들고 나는 계단이 너무 높지 않은지 확인한다. 돌봄 활동가 선생님은 집안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혼자 지내시는 어르신의 생활환경을 살피고 필요하면 행정복지센터나 돌봄제공기관을 연계한다.

    커먼즈필드 춘천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호호방문진료센터가 우리 공간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고 자랑하면 크게 놀라며 “병원도 입주해 있는 건가요?”라고 묻는 분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의료법의 정의를 따르면 ‘병원’이란 이름을 쓰기 위해서는 3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춰야 한다. 환자를 위한 침대는커녕 책상 몇 개만 놓여 있으니 호호방문진료센터는 병원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를 따르면 병원은 ‘지역 주민들에게 치료와 예방을 포함한 통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의 가족을 포함한 가정의 건강 증진과 환경 개선까지 고려하는 의료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이 합쳐진 통합기관’이다. 호호방문진료센터는 완전한 병원이다. 춘천은 운이 좋은 도시다.

     

    ■ 박정환 필진 소개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전)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추진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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